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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 14권, 태종 7년 7월 19일 경오 2번째기사 1407년 명 영락(永樂) 5년

승전색 노희봉을 순금사에 내리다 대간·형조에서 연명 사직

노희봉(盧希鳳)을 순금사(巡禁司)에 내렸다. 형조(刑曹)·대간(臺諫)에서 연장(連章)하여 사직하고, 공신·백관이 또 대궐 뜰에 나아와 아뢰었다.

"금지 옥엽(金枝玉葉)251) 이 대대로 이어서 만세에 전하는 것은 인신(人臣)으로서 항상 칭송하고 바라는 바입니다. 지금 이 세 사람은 전제(剪除)하기를 꾀하였으니, 그 죄가 이거이(李居易) 부자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옛날에 전하께서 이거이 부자의 죄를 바루지 않았기 때문에, 이 세 사람이 또 불충한 죄를 범한 것입니다. 이제 또 징치하지 않으면 어떻게 뒷사람을 경계하겠습니까?"

임금이 말하였다.

"복비(腹誹)252) 의 법은 옛사람이 비난한 것이다. 나는 생각하기를, 눈짓을 하고 턱으로 가리켜서 신극례를 시켜 묵희(墨戲)한 종이를 찢게 한 것이 곧 이런 유(類)이다. 또 내가 전위(傳位)하려 하다가 복위(復位)하였을 때, 민무구 형제가 기뻐하고 근심하는 빛을 번갈아 얼굴에 나타냈다. 내가 그 빛을 살피고 물었더니, 민무구가 ‘신은 신의 얼굴빛이 어떠한지 알지 못하는데, 전하께서 어찌하여 이런 말을 하십니까?’ 하였다. 내가 말하기를, ‘내가 들은 말이 없고 네가 한 말이 없으나, 네가 물러가 네 집에 돌아가서 분향(焚香)하고 잘 생각하면, 네 마음이 바르고 바르지 않은 것을 알 것이다.’고 하였었다. 지금 만일 그 얼굴에 기뻐하고 근심한 빛을 띄웠다 하여 죄를 가한다면, 복비의 법이 가깝지 않겠느냐?"

찬성사(贊成事) 권근(權近)이 대답하였다.

"복비(腹誹)라는 것은 마음에 감추어 두기만 하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세 사람은 이미 마음에 감추어 두고 또 입으로 발하였으니, 복비와는 다릅니다."

성석린(成石璘)이 아뢰었다.

"내선(內禪)하려던 즈음에 기뻐하고 근심하는 감정이 얼굴빛에 드러난 것은 모르거니와 그 나머지 입에서 발한 것은 복비가 아닙니다."

승전색(承傳色)253) 노희봉(盧希鳳)이 그 말을 가지고 들어가 아뢰니, 임금이 노하여 노희봉을 옥에 가두었다. 여러 신하가 모두 물러가고, 대간(臺諫)·형조(刑曹)에서 사직(辭職)하기를 빌었다.


  • 【태백산사고본】 5책 14권 8장 A면【국편영인본】 1책 406면
  • 【분류】
    사법-행형(行刑) / 정론(政論) / 변란(變亂)

  • [註 251]
    금지 옥엽(金枝玉葉) : 임금의 자손.
  • [註 252]
    복비(腹誹) : 마음속으로 남을 비방하는 것.
  • [註 253]
    승전색(承傳色) : 조선조 때 내시부(內侍府)의 하나. 왕명(王命)을 출납(出納)하는 일을 맡았는데, 승전 내시(承傳內侍)가 있었음.

○下盧希鳳于巡禁司。 刑曹臺諫連章辭職。 功臣百官又進闕庭啓曰: "金枝玉葉, 繼繼承承, 以傳萬世, 人臣所常頌禱者也。 今此三人, 乃謀剪除, 其罪與居易父子無異。 昔者殿下, 不正居易父子之罪, 故此三人, 又犯不臣之罪。 今又不懲, 何以戒後?" 上曰: "腹非之法, 古人所譏。 予謂變目頤指, 使克禮裂墨戲者, 卽此類也。 且予之欲傳位與復位之時, 無咎兄弟喜慼之色, 迭見於面。 予察其色而問之, 無咎對曰: ‘臣不知臣色之何如。 殿下何爲有此言?’ 予曰: ‘予無所聞, 汝無所言, 然汝退就汝家, 焚香熟思, 則可以知汝心之正不正矣。’ 今若以其色之喜慼加罪焉, 則不幾於腹非之法乎?" 贊成事權近對曰: "腹非, 謂藏於心而已, 今此三人, 旣藏於心, 而又發於口, 與腹非異矣。" 成石璘啓曰: "內禪之際, 喜慼之情, 雖只形於色, 其餘發於口者, 非腹非也。" 承傳色盧希鳳, 以其言入啓, 上怒, 下希鳳于獄。 群臣皆退, 臺諫刑曹乞辭。


  • 【태백산사고본】 5책 14권 8장 A면【국편영인본】 1책 406면
  • 【분류】
    사법-행형(行刑) / 정론(政論) / 변란(變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