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태종실록14권, 태종 7년 7월 2일 계축 2번째기사 1407년 명 영락(永樂) 5년

의정부에서 둔전법과 연호미법의 회복을 청하는 상서

의정부(議政府)에서 상서(上書)하여 둔전(屯田)·연호미(煙戶米)의 법을 회복하기를 청하니,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상서는 이러하였다.

"전하께서 한재(旱災)로 인해 구언(求言)하시는 때를 만나, 헌의(獻議)하는 자들이 둔전(屯田)과 연호미(煙戶米) 두 가지 일을 가지고 백성들이 원망하는 것으로 삼습니다. 둔전·연호미의 법은 전조(前朝) 충선왕(忠宣王)이 설립한 것이고, 위조(僞朝)235) 말년에는 행해지지 않았는데, 근년에 각 품(品)의 진언(陳言)으로 인하여 상량 의논해서 거행한 것입니다. 둔전(屯田)은 대략 20호(戶)정도가 같이 1석(石)의 곡식을 심어서 선군(船軍)의 식량을 공급하는 것인데, 1년에 역사하는 것이 3일에 지나지 않으니, 비록 강퍅(剛愎)한 자라도, 어찌 원망이 극도에 달해 화기(和氣)를 손상하겠습니까? 연호미(煙戶米)는 대략 15구(口) 이상 호(戶)에는 풍년에 쌀 10두(斗)를 거두고, 5구(口) 이상의 호(戶)에는 쌀 4두를 거두며, 중년(中年)에는 그 반을 거두고, 흉년에는 전부 면제하니, 풍년에 한 사람이 바치는 것은 1두(斗)도 차지 못합니다. 비록 지극히 탐오하고 인색한 자라도, 어찌 원망이 지극하여 화기를 손상하겠습니까? 이 두가지 일 때문에 가뭄이 온다고 하여 반드시 혁파해 버리려 하는데, 수재·한재라는 것은 요(堯) 임금과 탕(湯) 임금도 면하지 못한 것입니다. 만일 경내(境內)에 불행하게 수 년 동안 수재·한재가 있게 되면, 선군(船軍)이 이미 스스로 〈군량을〉 판비(辦備)하지 못하고, 창고의 저축으로도 공급하지 못할 것이니, 둔수(屯戍)를 시키고자 한들 반드시 기아(飢餓)를 가져올 것이고, 놓아서 보내고자 한들 외적을 막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때를 당하여 계책이 장차 어디서 나오겠습니까? 또 굶주리고 유리하다가 구학(溝壑)에 뒹구는 자가 있으면, 어떻게 그 죽음을 구원하겠습니까? 오늘의 조금 족한 것을 가지고 후일에도 보존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오로지 이 두 가지 일은, 하나는 선군(船軍)의 괴로움을 덜어주고자 한 것이요, 하나는 궁핍(窮乏)한 생명을 구제하고자 한 것입니다. 하늘의 뜻이 어찌 이것을 가지고 견책(譴責)하려고 하겠습니까? 이것은 전하께서 재탁(裁度)하는 데에 있습니다. 또 천견(淺見)으로서 의논할 수 있는 것을 아래와 같이 열거(列擧)하오니, 상지(上旨)를 취(取)하여 채택 시행(採擇施行)하게 하소서.

첫째는 원통하고 억울함을 신리(伸理)하는 일입니다. 1. 의심나는 옥사 [疑獄]를 결절(決折)하지 못하여 오래 갇혀 있는 자는, 경중(京中)에서는 형조·사헌부·순금사(巡禁司)로 하여금, 외방(外方)에서는 각도 감사(監司)로 하여금 잡혀 구금(拘禁)된 날짜와 범죄한 정상을 갖추 기록하여 신문(申聞)하게 하여, 명령을 받아서 지체 없이 재결(裁決)할 것. 1. 동서 양계(東西兩界)의 향화(向化)한 사람 가운데, 토호(土豪)에게 협거(挾居)하며 사역(使役)을 한 지가 세월이 오래 되어, 그들이 천인(賤人)을 만들고자 하여 소송의 사단(事端)을 이룬 자는, 정상을 끝까지 캐어 엄하게 금단(禁斷)을 행할 것. 1. 일찍이 죄과(罪過)를 범하여 외방에 부처(付處)되어서 방면(放免)을 얻지 못한 자는, 그 경중을 헤아려서 은유(恩宥)를 받도록 허락할 것.

둘째는 궁핍(窮乏)을 진휼하는 일입니다. 1. 경중(京中) 5부(部)와 외방 각 고을의 환과 고독(鱞寡孤獨)과, 파리하고 늙은 사람, 가난하고 궁핍한 사람으로 스스로 생활할 수 없는 자는 조사하여 물어서 구휼하여 줄 것. 1. 빈궁한 백성이 꾸어 먹은 곡물을 갚지 못하여 자녀(子女)를 전당 잡힌 자는, 그 월일을 상고하고 품삯을 계산하여 즉시 모두 방면할 것. 1. 양반(兩班)의 딸 가운데 나이 30이 지나도록 집안이 빈궁하여 시집가지 못한 자는, 물어 조사하여 관가에서 혼수를 주어서 출가하게 할 것.

세째는 인재(人材)를 살펴 고르는 일입니다. 1. 사람을 쓰는 도리는 마땅히 충(忠)과 사(邪)를 분변하여야 합니다. 한 사람의 충신을 쓰면, 충신이 무리로 나오고, 충성스런 의논이 날마다 들리어, 공도(公道)가 열리고 국체(國體)가 편안하여질 것이며, 한 사람의 사신(邪臣)을 쓰면, 사신(邪臣)이 무리로 나오고, 간사한 의논이 날로 일어나, 공도(公道)가 어두워지고 국체가 위태하여질 것입니다. 소위 충신(忠臣)이란 것은 말이 반드시 의리에 합하여, 그 임금이 성현(聖賢)의 정치에 이르지 못할까 두려워하고, 소위 사신(邪臣)이란 것은 이와 반대로, 때를 타서 의논을 세우고 힘써 아첨을 행하여, 대체에는 어둡고 오로지 고식(姑息)만을 일삼으니, 진퇴(進退)시키는 즈음에 마땅히 조심하여 가려야 할 것입니다. 노성(老成)한 사람이 재주와 행실이 있어 임용할 만한데도, 오래 침체되어 있는 중외(中外)에 조사하여 물어서 적당하게 헤아려 서용할 것."

임금이 말하였다.

"둔전(屯田)과 연호미(煙戶米)는 6월 29일 대간(臺諫)의 아뢴 것에 의하여 정파(停罷)하고, 그 나머지는 아뢴 것에 의하여 시행하라."


  • 【태백산사고본】 5책 14권 1장 A면【국편영인본】 1책 402면
  • 【분류】
    인사-관리(管理) / 정론(政論) / 구휼(救恤) / 사법-재판(裁判) / 재정-전세(田稅) / 군사-병참(兵站)

  • [註 235]
    위조(僞朝) : 우왕(禑王)·창왕(昌王).

○議政府上書, 請復屯田烟戶米法, 不允。 書曰:

伏値殿下因旱求言, 獻議者有以屯田烟戶米二事爲民怨。 屯田煙戶米法, 前朝忠宣王所設, 及僞朝之季不行, 近因各品陳言, 擬議擧行。 屯田, 大約二十戶共種一石, 以給船軍之食, 一歲之役, 不過三日, 雖至剛愎者, 豈能怨極傷和? 煙戶米, 大約十五口以上戶, 豐年收米十斗, 五口以上, 收米四斗, 中年半收, 凶年全免, 則豐年一人所納, 不盈一斗, 雖至貪吝者, 豈能怨極傷和? 以此二事爲召旱, 必欲革去。 水旱者, 所不免。 萬一境內, 有不幸數年之水旱, 船軍旣不能自備, 倉廩之儲, 又不能給, 欲令屯戍, 則必致飢餓; 欲令放散, 則無以禦侮。 當此之時, 計將安出? 且有飢饉流亡轉于溝壑者, 何以救其死亡? 不可以今日之粗足, 而謂後日之可保也。 惟此二事, 一則欲紓船軍之苦, 一則欲救窮乏之命。 天意豈肯以此爲譴? 是在殿下裁度耳。 且以淺見可議者, 條列如左, 以取上旨, 伏望採擇施行。 一曰伸治冤抑。 一, 疑獄未決, 久被囚繫者, 京中則令刑曹司憲府巡禁司, 外方各道監司, 具錄被囚日月、所犯情狀, 申聞取旨, 裁決無滯。 一, 東西兩界向國之人, 被土豪挾居役使, 歲月已久。 欲令爲賤, 以成訟端者, 窮究情狀, 痛行禁斷。 一, 曾犯罪過, 外方付處, 未得放免者, 量其輕重, 許蒙恩宥。 二曰賑恤窮乏。 一, 京中五部及外方各官, 鰥寡孤獨羸老貧乏不能自存者, 訪問賙給。 一, 窮民貸物未還, 子女典當者, 考其日月, 計其傭直, 卽皆放免。 一, 兩班女子年過三十, 窮乏未嫁者, 訪問, 官給資裝, 以成其嫁。 三曰愼簡人材。 一, 用人之道, 當辨忠邪。 用一忠臣, 則忠臣彙進, 忠論日聞, 公道以開, 國體以安; 用一邪臣, 則邪臣彙進, 邪論日開, 公道以晦, 國體以危。 所謂忠臣者, 言必合義理, 猶恐其君不至於聖賢之治; 所謂邪臣者, 反是, 乘時立論, 務行阿諛, 暗於大體, 專事姑息。 進退之際, 須當愼簡。 老成之人有才行可任用, 而久沈滯者, 中外訪問, 量宜敍用。

上曰: "屯田煙戶米, 依六月二十九日臺諫所啓停罷, 其餘依所啓施行。"


  • 【태백산사고본】 5책 14권 1장 A면【국편영인본】 1책 402면
  • 【분류】
    인사-관리(管理) / 정론(政論) / 구휼(救恤) / 사법-재판(裁判) / 재정-전세(田稅) / 군사-병참(兵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