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무 행차에 수행하겠다는 대간과 형조의 상서
사헌부(司憲府)·사간원(司諫院)·형조(刑曹)에서 교장(交章)하여 상언(上言)하기를,
"선왕(先王)의 제도에 사냥[蒐狩]하는 예(禮)는 쏘아 잡는 것을 위하는 것뿐 아니라, 등위(等威)를 밝히고 상하(上下)를 질서 있게 하는 것입니다. 옛적에 주 선왕(周宣王)이 전렵(田獵)을 인(因)하여 거도(車徒)를 점검하였사온데, 시인(詩人)이 아름답게 여기어 말하기를, ‘적불(赤茀)053) 과 금석(金舃)054) 이 회동(會同)하여 진열(陳列) 연속(聯屬)되었다.’ 하였으니, 그 의위(儀衛)와 시종(侍從)의 구비(具備)함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으로 본다면, 강무(講武)할 때에 백관(百官)을 거느리고 의장(儀仗)을 갖추는 것은 예전의 제도이온데, 전하께서 백성의 폐가 있을까 두려워하시어 일찍이 백사(百司)의 호위를 없애고, 다만 대간(臺諫)과 형조(刑曹)로 하여금 시종(侍從)에 참여하게 하여, 이미 성규(成規)055) 가 있습니다. 신 등이 구전(口傳)한 왕지(王旨)를 보니, 이달 13일에 교외(郊外)에서 강무(講武)하는데 대간(臺諫)과 형조(刑曹)도 또한 시종하지 못한다 하므로, 대간이 따라가기를 청하여 두세 번에 이르렀사오나, 전하께서 유윤(兪允)하지 않으시니, 신 등은 유감스럽습니다. 전하께서는 영명(英明)하신 자품(資稟)과 즙희(緝熙)의 학문(學問)으로 모든 완호(玩好)를 마음에 두지 않으시니, 대간과 형조가 비록 시종하지 않더라도 또한 혐의될 것이 없사오나, 만일 대(代)를 잇는 임금이 전하의 성명(聖明)에 미치지 못하고, 한갓 전하의 소위(所爲)만을 본받아, 강무할 때에 대간을 거느리지 않는다면, 비록 예(禮)에 어긋나는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간(諫)하여 다툴 사람이 없을 것이오니, 의논이 여기에 이르면 대간을 거느리지 않는 것이 작은 연고가 아닙니다. 하물며, 거둥하실 때에 반드시 대간으로 하여금 시종하게 하는 것은 전하의 성법(成法)이오니, 진실로 폐할 수 없습니다. 만일 지난번에 시종하던 대간이 매양 잘못이 있었다고 한다면, 죄가 그 사람에게 있으니, 그 사람만 다스리는 것이 가할 것입니다. 어찌 이것으로 갑자기 성법(成法)을 폐할 수 있겠습니까? 바라옵건대, 성자(聖慈)께서 대간과 형조에게 시종하도록 허락하시면 성법(成法)을 폐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간(諫)하는 것을 좇는 아름다움이 또한 자손 만세(子孫萬世)의 귀감(龜鑑)이 될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오히려 허락하지 않았으나, 민무질(閔無疾)이 굳이 청하니 이에 허락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13권 8장 B면【국편영인본】 1책 386면
- 【분류】정론(政論) / 역사-고사(故事) / 군사-병법(兵法)
- [註 053]
○司憲府、司諫院、刑曹交章上言:
先王制蒐狩之禮, 非特爲射獵而已, 所以明等威秩上下也。 昔周宣王因田獵而選車徒, 詩人美之曰: "赤茀金舃, 會同有繹。" 其儀衛之備, 侍從之具, 從可知矣。 由是觀之, 講武之際, 率百官備儀仗, 古之制也, 而殿下恐有民弊, 曾除百司之衛, 但令臺諫刑曹與於侍從, 已有成規。 臣等伏覩口傳王旨, 月十三日講武于郊, 臺諫刑曹亦不得侍從。 臺諫請從行至再至三, 而殿下不賜兪允, 臣等竊有憾焉。 殿下以英明之資、緝熙之學, 凡百玩好, 不留于心, 臺諫刑曹雖不侍從, 亦無所嫌矣, 儻繼世之君, 不及殿下之聖明, 而徒效殿下之所爲, 講武之際, 不率臺諫, 則雖有越禮之擧, 必無諫諍之者。 論至於此, 則不率臺諫, 非細故也。 況行幸之際, 必令臺諫侍從, 固殿下之成法, 誠不可廢也。 若曰頃者侍從臺諫, 每有差失, 則罪在其人, 治止其身可也。 豈可以此遽廢成法乎? 伏望聖慈, 臺諫刑曹許令侍從, 則非惟不廢成法, 從諫之美, 亦爲子孫萬世之龜鑑矣。
上猶不許, 閔無疾固請, 乃許之。
- 【태백산사고본】 5책 13권 8장 B면【국편영인본】 1책 386면
- 【분류】정론(政論) / 역사-고사(故事) / 군사-병법(兵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