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태종실록 13권, 태종 7년 1월 5일 경신 1번째기사 1407년 명 영락(永樂) 5년

충청도 도관찰사 김자수가 올린 연호미법 시행 반대 상소문

충청도 도관찰사(忠淸道都觀察使) 김자수(金自粹)가 상서(上書)하여 연호미법(煙戶米法)004) 을 행하지 말자고 청하였다. 상서(上書)는 이러하였다.

"정부(政府)의 관문(關文)을 받아 보니, 전조(前朝) 때의 연호미(煙戶米)의 법(法)을 다시 시행하여 금년에는 중년(中年)의 예(例)에 의해 거두라 하였으므로, 신이 이미 주군(州郡)에 이문(移文)하여 독촉해 받아들이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신이 반복하여 생각해 보니 참으로 미편(未便)한 점이 있습니다. 전년(前年)에 도내(道內)의 전답(田畓)을 다시 측량[改量]하여 더 늘어났습니다. 우선 충주(忠州)·청주(淸州)의 두 고을로 본다면, 청주는 원래의 전지[元田]가 1만 3천 9백 80결(結)인데, 더 늘어난 것이 5천 70결(結)이고, 충주는 원래의 전지가 1만 6천 1백 70결인데, 더 늘어난 것이 4천 5백 70결이니, 다른 도(道)의 전지(田地)도 또한 반드시 이와 같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수조(收租)의 많기가 거의 전보다 배나 됩니다. 이것은 왕년(往年)의 답험(踏驗)005) 이 공정(公正)치 못하여, 탈루(脫漏)가 되어서 그렇게 된 것이니, 지금 바로잡는 것은 괴이(怪異)할 것 없으나, 무지(無知)한 백성들이 그 까닭은 생각하지 않고 한갓 수조(收租)가 많다고 반드시 원망할 것입니다. 이런 때를 당하여 또 연호미(煙戶米)를 거두게 되면, 백성들의 원망이 어찌 이루 말할 수 있겠습니까? 또 전조(前朝)의 법(法)도 역시 연세(年歲)의 풍흉(豊凶)에 따라 거두고 흩어주는 적당함을 정했었습니다. 금년에 도내(道內)의 바다에 인접한 10여 고을이 한재(旱災)로 인하여 실농(失農)한 것을, 이미 일찍이 계문(啓聞)하여, 진휼(賑恤)해 구제하도록 허락하시었고, 그 나머지 주군(州郡)들도 겨우 기곤(飢困)을 면(免)하였으니, 중년(中年)이라 하여 거둘 수는 없습니다. 옛적에 한 문제(漢文帝)는 금년(今年)의 전조(田租)의 반(半)을 미리 주어서 농민(農民)들을 살게 하여 주었사온데, 지금까지 간책(簡策)에 빛나고 있습니다. 비록 문제와 같이 조(租)는 주지 못할지언정, 도리어 거두어서 백성에게 원망을 취(取)하고자 하십니까?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 성심(聖心)으로 결단(決斷)하시어 아직 그 의논을 정지하시고, 풍년이 드는 해를 기다려서 시험하여 그 법을 행하시면, 생민(生民)들이 퍽 다행하겠습니다. 신(臣)이 용렬한 재주로 외람하게 중임(重任)을 받아 도움은 드리지 못하고 가볍게 정해진 계획[成算]을 의논하니, 황공(惶恐)하여 대죄(待罪)합니다."

명하여 의정부(議政府)에 내려서 상탁(商度) 의논하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13권 1장 A면【국편영인본】 1책 382면
  • 【분류】
    재정-전세(田稅) / 역사-고사(故事)

  • [註 004]
    연호미법(煙戶米法) : 흉년(凶年)에 대비하기 위하여 평시(平時)에 백성들로부터 미곡(米穀)을 징수(徵收)하는 법. 각호(各戶)에 배당하여 징수하는 미곡을 연호미(煙戶米)라 함.
  • [註 005]
    답험(踏驗) : 실지로 논밭에 가서 조사하는 것.

○庚申/忠淸道都觀察使金自粹, 上書請勿行烟戶米法。 書曰:

承奉政府移關, 復行前朝烟戶米之法, 今年依中年例收之。 臣已移文州郡, 督令徵納, 然臣反覆思之, 誠有未便。 前年改量, 道內田畓剩出。 姑以二州觀之, 淸州元田一萬三千九百八十結, 加剩五千七十結; 忠州元田一萬六千一百七十結, 加剩四千五百七十結。 他道之田, 亦應倣此, 故收租之多, 幾倍於前。 此則往年踏驗不公, 以致脫漏之使然, 今乃正之, 無足怪者, 而無知之民, 不思其故, 徒以收租之多, 必生怨咨。 當此之際, 又收煙戶之米, 則民之怨咨, 何可勝言! 且前朝之法, 亦以歲之豐歉, 定爲斂散之宜。 今年道內濱海十數郡, 因旱失農, 已曾啓聞, 許令賑濟, 其餘州郡, 僅免飢困, 不可謂中年而徵斂也。 昔 文帝預賜今年田租之半, 以業農民, 至今簡策燁然有光。 縱不能如文帝之賜租, 反欲徵斂, 以取民怨乎? 伏望殿下, 斷自聖心, 姑寢其議, 以待豐穰之歲, 試行其法, 生民幸甚。 臣以不才, 濫承重任, 未有裨益, 輕議成算, 惶恐待罪。

命下議政府擬議。


  • 【태백산사고본】 5책 13권 1장 A면【국편영인본】 1책 382면
  • 【분류】
    재정-전세(田稅)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