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실록12권, 태종 6년 12월 10일 을미 1번째기사
1406년 명 영락(永樂) 4년
왕비·왕자들과 함께 여흥 부원군의 집에 가서 시와 주연을 즐기다
여흥 부원군(驪興府院君) 민제(閔霽)의 집으로 행차하니, 정비(靜妃)도 따르고, 여러 왕자(王子)도 모두 따라가 술자리를 베풀었다. 민제가 시(詩) 3편(篇)을 지어서 올리니, 그 첫째는 문정(文定)의 초년(初年)에 집안 살림이 빈궁하였음을 서술한 것이요, 둘째는 전하가 왕위에 즉위하여 기쁜 정을 서술한 것이며, 세째는 민씨 일문(閔氏一門)이 두텁게 은혜를 받은 사사로움을 서술한 것이었다. 임금이 매우 즐거워하여 서로 대하기를 잠저(潛邸) 때같이 하였다. 민제가 임금을 ‘선달(先達)’이라 칭(稱)하니, 임금도 민제를 ‘사부(師傅)’라 불렀다. 술자리가 파(罷)하자, 민제가 임금을 전송하며 대문 밖에 서 있으니, 임금이 민제에게 들어가라고 청했다. 민제가 황공함을 견디지 못하여 말 앞으로 나아가서 섰다. 아들 민무질(閔無疾)이 말하기를,
"아버님이 들어가셔야 성상께서 말에 오르실 것입니다."
하니, 민제가 말하기를,
"네가 어찌 아느냐?"
하며, 공읍(拱揖)하고 서서 물러가지 않았다. 임금이 10여 보(步)나 걷다가 말에 올랐다.
- 【태백산사고본】 4책 12권 36장 B면【국편영인본】 1책 380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