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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 11권, 태종 6년 6월 9일 정묘 3번째기사 1406년 명 영락(永樂) 4년

대사헌 허응이 개가와 가묘 문제 등에 관한 시무 7조를 올리다

사헌부 대사헌 허응(許應) 등이 시무(時務) 7조(條)를 올렸다.

"그 첫째는 이조(吏曹)와 병조(兵曹)에서 매양 제수(除授)를 한 뒤에 경외(京外)의 통정 대부(通政大夫) 이하 권무(權務)에 이르기까지 각각 그 관명(官名)밑에 모모(某某)는 특지(特旨)081) 에서 나오고 모모(某某)는 포거(褒擧)082) 에서, 모모(某某)는 고만(考滿)083) 에서, 모모(某某)는 도목(都目)에서 나온 것을 일일이 기록하여, 명백하게 계문(啓聞)하고서 도당(都堂)에 보고하고 대간(臺諫)에 옮겨 보내어서, 함부로 임명하는 폐단을 근절하도록 하소서.

그 둘째는 부부(夫婦)는 인륜(人倫)의 근본이기 때문에 부인은 삼종(三從)의 의리084) 는 있어도 개가(改嫁)하는 도리는 없습니다. 지금 사대부(士大夫)의 정처(正妻) 가운데 남편이 죽은 자나 남편에게 버림을 받은 자가 혹은 부모가 그 뜻을 빼앗기도 하고, 혹은 몸단장을 하고 스스로 시집가기도 하여 두세 번씩 남편을 얻는 데 이르니, 절개를 잃고도 부끄러워하지 않아 풍속(風俗)에 누(累)가 됩니다. 원하건대, 대소 양반(大小兩班)의 정처(正妻)로서 세번 남편을 얻은 자는 고려의 법에 의하여 자녀안(恣女案)085) 에 기록하여서 부도(婦道)를 바르게 하도록 하소서.

그 세째는 신축년 이전의 사건은 여러 번 금령(禁令)을 내렸으면, 각사에 속공(屬公)된 노비(奴婢)와 불우(佛宇)와 신사(神祠)에 시납(施納)한 노비는 비록 그 사손(使孫)이라 할지라도 쟁망(爭望)할 이치가 없습니다. 하물며 세대(世代)가 오래 되어 계속(係屬)을 밝히기 어려운데, 종파(宗派)라고 간사하게 속여서 계속하여 쟁망(爭望)하나, 경외(京外)의 관사(官司)에서 다만 대변(對辨)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시비(是非)를 가리지 아니하고, 일체 모두 결절(決折)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김해부(金海府)귀암사(龜巖寺)동래(東萊)·울주(蔚州)의 신당(神堂) 및 각처의 시납(施納)한 노비는, 원하건대, 모두 추고(推考)하여 속공(屬公)하게 하소서.

그 네째는 주(州)·부(府)·군(郡)·현(縣)에 각각 수령이 있는데, 향원(鄕愿)086) 가운데 일을 좋아가는 무리들이 유향소(留鄕所)087) 를 설치하고, 때없이 무리지어 모여서 수령을 헐뜯고 사람을 올리고 내치고, 백성들을 침핍(侵逼) 하는 것이 활리(猾吏)보다 심합니다. 원하건대, 모두 혁거(革去)하여 오랜 폐단을 없애소서.

그 다섯째는, 전함(前銜) 3품 이하 가운데 수전(受田)한 인원(人員)은 모두 서울에 살면서 시위(侍衛)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양부(兩府) 이상은 아울러 거론(擧論)하지 않았기 때문에, 왕실을 호위하지 아니하고 농장에 물러가 있으면서 관부(官府)에 드나들며 수령(守令)을 능욕(凌辱)하고, 시골 사람을 주구(誅求)하여,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는 자가 간혹 있습니다. 원하건대, 모두 규리(糾理)하여, 서울로 오게 하소서.

그 여섯째는, 《경제육전(經濟六典)》의 한 조목에, ‘공경 대부(公卿大夫)에서 서인(庶人)에 이르기까지 가묘(家廟)를 세워 때때로 제사지낸다. 어기는 자는 불효(不孝)로 논죄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제 가묘(家廟)를 세운자가 백 사람에 한 두 사람도 안되고, 나라의 법령을 따르지 아니하고도 예사로이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니, 조금도 사람의 자식된 뜻이 없습니다. 원하건대, 중외(中外)에 가묘(家廟)를 세워야 할 자들로 하여금 금년을 기한으로 하여 독촉하여 세우게 하고, 만일 따르지 아니하는 자가 있거든, 경중(京中)에서는 본부(本府)에서 외방에서는 감사(監司)가 자세히 살펴서 논죄하게 하소서.

그 일곱째는, 각도의 대소 각관(大小各官)에 모두 주사(州司)088) 의 인신(印信)이 있는데, 호장(戶長)089) 이 맡아서 촌락(村落)에 이문(移文)하여 작폐(作弊)가 많을 뿐만 아니라. 호구 전준(戶口傳准)과 노비문권(奴婢文券)에 인(印)을 찍어 주는 따위의 일에, 시비(是非)를 묻지 아니하고 사정에 따라 함부로 찍으므로, 경외(京外) 관사(官司)에서 결송(決訟)할 때를 당하면, 양인(良人)과 천인(賤人)이 한데 뒤섞여 진위(眞僞)를 분변하기 어렵습니다. 원하건대, 주사(州司)의 인신(印信)을 아울러 거두어 들이도록 하소서."

임금이 의정부에 내려 의논하여 아뢰게 하니, 의정부에서 의결하였다.

"사헌부의 장신(狀申)은 제 1조에서 제 5조까지는 모두 시행하는 것이 가합니다. 제 6조에 가묘(家廟)를 논한 일은 만약 금년으로 기한하면, 범법자(犯法者)가 반드시 많을 것입니다. 빌건대, 오는 정해년 12월로 기한할 것입니다. 그 중에 3품 이하로서 집이 가난하고 터가 좁아서 가묘(家廟)를 세울 수 없는 자에게는, 《육전(六典)》에 좇아 정결한 방 한 간을 골라 때때로 제사지내도록 허락하소서. 제 7조의 주사(州司) 인신(印信)의 일은 거두어 들일 필요는 없고, 다만 그 고을의 수령에게 정보(呈報)하는 문서[文字]에만 이를 쓰도록 하고, 그 밖에 사용하는 것은 일절 금지 하게 하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4책 11권 29장 A면【국편영인본】 1책 360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윤리-강상(綱常) / 신분-천인(賤人) / 향촌-지방자치(地方自治)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풍속-예속(禮俗) / 군사-지방군(地方軍)

  • [註 081]
    특지(特旨) : 임금의 특명.
  • [註 082]
    포거(褒擧) : 포장(褒奬) 천거(薦擧).
  • [註 083]
    고만(考滿) : 벼슬의 임기가 만료되는 것을 말함. 외관(外官)은 처음에 3기법(三期法)을 시행하여 그 임기가 3년이었으나, 세종 때 6기법(六期法)을 시행하여 6년으로 되었으며, 중앙의 관원은 1년 반이었음.
  • [註 084]
    삼종(三從)의 의리 : 여자가 지켜야 할 세 가지의 도리. 어릴 때는 어버이를 쫓고, 출가해서는 지아비를 쫓고, 지아비가 죽은 뒤에는 아들을 쫓는 것을 말함.
  • [註 085]
    자녀안(恣女案) : 고려 때 음란 방종한 부녀자의 이름과 죄명을 기록한 문부.
  • [註 086]
    향원(鄕愿) : 악질 토호(土豪).
  • [註 087]
    유향소(留鄕所) : 여말선초(麗末鮮初)에 지방 수령(守令)의 정치를 돕고 백성들의 풍속을 교화(敎化)하기 위해 설치된 지방 자치 기관. 나라의 정령(政令)을 백성에게 전달하고, 향리(鄕吏)의 횡포를 막고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도와 주었음.
  • [註 088]
    주사(州司) : 주(州)의 관사(官司).
  • [註 089]
    호장(戶長) : 향리(鄕吏)의 으뜸 구실.

○司憲府大司憲許應等, 上時務七條:

其一, 吏兵曹每當除授之後, 將京外通政以下至於權務, 各於名下, 開寫某某出於特旨、某某出於褒擧、某某考滿、某某都目, 明白啓聞, 報都堂移臺諫, 以絶冒濫之弊。 其二, 夫婦, 人倫之本, 故婦人有三從之義, 無更適之理。 今士大夫正妻, 夫歿者、見棄者, 或父母奪情, 或粧束自媒, 至二三其夫, 失節無恥, 有累風俗。 乞大小兩班正妻適三夫者, 依前朝之法, 錄于《恣女案》, 以正婦道。 其三, 辛丑年前事, 屢下禁令, 則各司屬公奴婢與佛宇神祠施納奴婢, 雖其使孫無爭望之理, 況世代悠久, 係屬難明, 詐冒宗派, 續續爭望, 而京外官司, 但以無有對辨者, 不揀是非, 一皆決折者, 往往有之。 若金海府龜巖寺, 東萊蔚州之神堂及各處施納奴婢, 乞皆推考屬公。 其四, 州府郡縣, 各有守令。 鄕愿好事之徒, 置留鄕所, 無時群聚, 詆毁守令, 進退人物, 侵漁百姓, 甚於猾吏。 乞皆革去, 以除積弊。 其五, 前銜三品以下受田人員, 竝令居京侍衛, 而兩府以上, 竝無擧論, 故不衛王室, 退處農莊; 出入官府, 凌辱守令; 誅求鄕曲, 貽害於民者, 間或有之。 乞皆糾理赴京。 其六, 《經濟六典》一款: "公卿大夫以至庶人, 立家廟以時致祀, 違者論以不孝。" 然今立廟之家, 百無一二, 不從國令, 恬不爲愧, 殊無人子之意。 乞令中外合立家廟者, 限今年督立, 如有不從令者, 京中本府、外方監司, 體察論罪。 其七, 各道大小各官, 皆有州司印信, 戶長掌之, 不惟移文村落, 作弊多端, 若戶口傳準奴婢(文卷)〔文券〕 印給等事, 不問是非, 徇私泛濫, 京外官司, 當決訟之時, 良賤混淆, 眞僞難辨。 乞州司印信, 竝行收取。

下議政府擬議以聞。 政府議得: "司憲府狀申, 自第一至第五條, 皆可施行。 第六條論家廟事, 若限以今歲, 則犯法者必多, 乞以來丁亥年十二月爲限。 然其間三品以下, 家貧地隘, 不能立廟者, 許從《六典》, 擇淨室一間, 以時致祭。 第七條州司印信事, 不必收取, 只令用之於呈報。 其官守令文字, 其他有所行使, 一皆禁止。" 從之。


  • 【태백산사고본】 4책 11권 29장 A면【국편영인본】 1책 360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윤리-강상(綱常) / 신분-천인(賤人) / 향촌-지방자치(地方自治)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풍속-예속(禮俗) / 군사-지방군(地方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