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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11권, 태종 6년 5월 18일 정미 2번째기사 1406년 명 영락(永樂) 4년

이거이 일가에게 외방 종편하자, 사헌부에서 반대하다

이거이(李居易)에게 쌀과 콩 50석을 하사하였다. 임금이 이거이진천(鎭川)에서 사는 것이 궁핍(窮乏)하다는 말을 듣고, 쌀과 콩을 50석씩 하사하고, 그 아들 이백관(李伯寬)·이백신(李伯臣)·이현(李儇) 세 사람을 용서하여 외방 종편(外方從便)하도록 허락하니, 사헌부에서 상언(上言)하였다.

"이거이(李居易)는 그 죄가 주살(誅殺)을 당하여야 하는데, 전하가 너그럽고 어질어서 다만 그 고향에 안치하도록 허락하고, 아들 이저(李佇)이백관·이백신·이현의 무리는 모두 아울러 외방에 안치하여 서로 상종(相從)하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이제 두어 해가 되지 못하여 전하가 이백관 등 세 사람을 용서하여 모두 아울러 종편(從便)하게 하니, 이렇게 하다가 보면, 형세가 반드시 그 아비와 더불어 서로 만나게 될 것이니, 이로 인하여 혹시 불측(不測)한 변이 생길까 그윽이 두렵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가볍게 용서하지 말고, 이백관 등을 한 지방에 각각 두어, 이상(履霜)의 경계069) 를 삼가도록 하소서."

임금이 장무(掌務)인 지평(持平) 허항(許恒)을 불러 전교하였다.

"이거이의 죄는 주살(誅殺)하는 것이 그 일신에만 그치는 것인가? 아니면 그 처자에게까지 미치는 것인가? 삼족(三族)을 멸하는 데까지 이르는 것인가? 이처럼 재변(災變)이 있는 때를 당하여 나는 죄 없이 폄출(貶黜)된 자가 천지(天地)에 원통한 사정을 호소한 때문인가 두려워하여, 재변을 막을 방책을 도모하고자 하는데, 너희들은 도리어 무고(無辜)한 자의 죄를 청하니, 이는 무슨 뜻인가?"

허항이 말하기를,

"오늘의 상소는 물의(物議)를 좇은 것입니다. 물의가 이미 이와 같은데, 신 등이 풍헌(風憲)의 직임에 있으면서 어찌 감히 잠잠히 있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였다.

"너희들이 언관(言官)의 직책에 있으면서 일이 옳고 그름은 논하지 아니하고, 다만 물의를 좇는 것은 옳으냐? 이거이의 죄는 그 일신에만 그칠 뿐인데, 너희들이 그 처자를 죄주고자 함은 무슨 이치냐? 그것을 생각해 보라."


  • 【태백산사고본】 4책 11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1책 357면
  • 【분류】
    왕실-사급(賜給) / 사법-행형(行刑)

  • [註 069]
    이상(履霜)의 경계 : 서리가 내리면 차가운 얼음이 이른다는 뜻으로 일의 조짐을 보고 미리 그 화(禍)를 경계하라는 말임. 《주역(周易)》의 곤괘(坤掛)에, "서리를 밟으면 단단한 얼음이 이를 것이다. [履霜堅氷至]"라는 말에서 나온 것임.

○賜李居易米豆五十石。 上聞居易鎭州窮乏, 命議政府賜米豆五十石, 宥其子伯寬伯臣三人, 許外方從便。 司憲府上言:

李居易, 其罪當誅, 殿下寬仁, 只許安置其鄕, 其子若伯寬伯臣之徒, 竝皆外方安置, 使不得相從, 今未數年, 殿下宥伯寬等三人, 竝皆從便。 若是則勢必與其父相會, 竊恐因此或生不測之變。 伏望毋輕肆宥, 各置伯寬等於一方, 以謹履霜之戒。

上召掌務持平許恒, 敎之曰: "居易之罪, 誅止其身乎? 抑及其妻孥乎? 夷至三族乎? 當此災變之時, 予恐無罪而貶黜者, 號冤於天地也。 欲圖弭災之術, 爾等反請無辜者之罪, 是何意歟?" 曰: "今日之疏, 從物論也。 物論旣如此, 臣等職忝風憲, 豈敢緘默乎?" 上曰: "汝輩職在言官, 而不論事之是非, 但曰從物論可乎? 居易之罪, 止坐其身而已, 汝輩欲罪其妻孥, 豈理也哉? 其思之!"


  • 【태백산사고본】 4책 11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1책 357면
  • 【분류】
    왕실-사급(賜給) / 사법-행형(行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