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실록 11권, 태종 6년 4월 4일 갑자 3번째기사
1406년 명 영락(永樂) 4년
임금이 덕수궁에 나아가 헌수하고 즐기다
임금이 덕수궁(德壽宮)에 나아가 헌수(獻壽)하였다. 의안 대군 이화가 모시고 앉았는데, 태상왕(太上王)이 시희(侍姬) 무협아(巫峽兒)에게 명하여 노래를 불러서 술을 권하게 하였다. 임금이 이화(李和)에게 안마(鞍馬)를 하사하고, 무협아에게는 저사(紵絲) 1필을 하사하였다. 태상왕이 심히 즐거워하였고, 임금이 크게 취하여 여러 번 술잔을 올리니, 태상왕은 번번이 마셨으나, 취하지 아니하고서 말하기를,
"내가 젊었을 때에 어찌 오늘날이 있을 줄 알았으랴. 다만 오래 살기를 원하였더니, 이제 70이 지났는데도 아직 죽지 않는다."
하고, 또 말하기를,
"유전(遊田)하는 일은 너희들이 반드시 나에게 미치지 못할 것이다. 만일 배우고 싶다면, 내가 마땅히 가르쳐 주겠다."
하였다. 임금이 이에 나오매, 사복(司僕)이 교자(轎子)를 바치니, 임금이 물리치고 말을 바치도록 명하였다. 이화와 여러 대언(代言)들이 앞에 꿇어앉아 교자를 타기를 굳이 청하니, 임금이 그제서야 교자를 탔다. 비단 반비(半臂)043) 를 입었는데 취한 것을 부축받으며, 환궁하였다. 여러 신하들은 모두 걸어서 뒤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4책 11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1책 353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註 043]반비(半臂) : 반팔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