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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 11권, 태종 6년 3월 24일 갑인 6번째기사 1406년 명 영락(永樂) 4년

예조에서 계절에 따라 불씨를 갈아 쓰는 것에 대해 아뢰자 의논하여 시행케하다

개화령(改火令)을 내렸다. 예조에서 아뢰었다.

"삼가 《주례(周禮)》를 상고하면, ‘하관(夏官) 사훤(司烜)이 행화(行火)037) 의 정령(政令)을 맡아 사철에 나라의 불[國火]을 변하게 하여 시질(時疾)을 구제한다.’ 하였습니다. 선유(先儒)가 말하기를, ‘불씨[火]를 오래 두고 변하게 하지 아니하면, 불꽃이 빛나고 거세게 이글거려 양기[陽氣]가 정도에 지나쳐서 여질(厲疾)이 생기는 까닭으로, 때에 따라 바꾸어 변하게 한다. 그 변하게 하는 법은 찬수(鑽燧)038) 하여 바꾸는 것인데, 느릅나무[楡]와 버드나무[柳]는 푸르기 때문에 봄에 불을 취하고, 살구나무[杏]와 대추나무[棗]는 붉기 때문에 여름에 취(取)하고, 계하(季夏)039) 에 이르러 토기(土氣)가 왕성하기 때문에 뽕나무[桑]와 산뽕나무[柘]의 황색(黃色) 나무에서 불을 취(取)하고, 작유(柞楢)는 희고 괴단(槐檀)은 검기 때문에 가을과 겨울에 각각 그 철의 방위 색[方色]에 따라 불을 취하는 것이다.’ 하였습니다. 대개 불이라고 하는 물건은 사람에게 있어서는 더욱이나 상용(常用)되므로 그 성질에 따르지 아니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오래되고 법이 폐지되어 불씨를 바꾸는 법령이 오랫동안 행해지지 아니하여, 섭리(燮理)하는 도리에 미진(未盡)함이 있습니다. 원하건대, 사철에 불씨를 바꾸는 영(令)을 내려, 경중(京中)에는 병조(兵曹)에서, 외방(外方)에는 수령들이 매양 사철의 입절(入節)040) 하는 날과 계하(季夏) 토왕일(土旺日)041) 에 각각 그나무를 문질러, 그 철의 불씨로 바꾸어 음식을 끓이는 데 사용하면 음양(陰陽)의 절후가 순조롭고, 역질(疫疾)의 재앙이 없어져서, 섭리(燮理)하여 조화(調和)하는 일이 갖추어지지 아니함이 없을 것입니다."

임금이 말하기를,

"예천백(醴泉伯) 권중화(權仲和)가 내게 이르기를, ‘사철에 불씨를 바꾸는 것은 예전에 그 제도가 있었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옛 제도를 따르지 아니하여, 이 때문에 화재(火災)가 일어난다.’고 하였는데, 내가 잊어버리지 아니하고 있다."

하고 드디어 의정부에 내려 의논하여 시행하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책 11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1책 352면
  • 【분류】
    풍속-풍속(風俗) / 역사-고사(故事)

  • [註 037]
    행화(行火) : 절기(節氣)에 따라 불씨를 바꾸는 일. 봄에는 느릅나무·버드나무에서, 여름에는 살구나무·대추나무에서, 가을 겨울에는 작유(柞楢)·괴단(槐檀)에서 불씨를 얻었음.
  • [註 038]
    찬수(鑽燧) : 나무를 문질러 부벼 불을 일으킴.
  • [註 039]
    계하(季夏) : 음력 6월.
  • [註 040]
    입절(入節) : 입춘·입하·입추·입동.
  • [註 041]
    토왕일(土旺日) : 음양(陰陽) 오행(五行)에서 말하는 음력 6월에 토기(土氣)가 왕성한 날. 대개 입추(立秋) 전 18일 동안을 말함.

○下改火令。 禮曹啓: "謹按《周禮》 《夏官》, 司烜掌行火之政, 令四時變國火, 以救時疾。 先儒以爲: ‘火久而不變, 則炎赫而暴熇; 陽過乎亢, 以生厲疾, 故隨時而更變之。 其變之之法, 鑽燧而改。 楡柳靑, 故春取之, 杏棗赤, 故夏取之, 至季夏而土旺, 故取桑柘黃色之木。 柞楢白, 槐檀黑, 故秋冬。 各隨其時之方色而取之。’ 蓋火之爲物, 在人尤爲常用, 不可不順其性故也。 世久法廢, 改火之令久不行, 燮理之道有未盡, 乞下四時改火之令, 京中則兵曹, 外方則守令, 每於四時入節日及季夏土旺日, 各鑽其木, 以改時火, 用諸烹飪之間, 則陰陽之候順, 疾疫之災息, 而燮調之事, 無不備矣。" 上曰: "醴泉伯 權仲和謂予云: ‘四時改火, 古有其制。 我國不遵古制, 是致火災。’ 予不忘也。" 遂下議政府擬議以行。


  • 【태백산사고본】 4책 11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1책 352면
  • 【분류】
    풍속-풍속(風俗)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