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헌부에서 살인 죄를 범한 원윤 이백온의 죄를 청하니 윤허하다
사헌부에서 원윤(元尹) 이백온(李伯溫)에게 죄주기를 청하니, 그대로 따랐다. 이백온(李伯溫)이 비부(婢夫)인 백성(百姓) 오마대(吾亇大)를 죽였으므로, 사헌부 대사헌(司憲府大司憲) 이내(李來) 등이 상소하기를,
"요즈음 백온(伯溫)의 살인(殺人)한 죄로써 두 번이나 신청(申請)하였으나 윤허를 받지 못하였으니, 마음이 아픔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신 등이 그윽이 듣자옵건대, 천자(天子)의 아버지가 사람을 죽여도 사구(司寇)063) 가 법으로써 죄를 논하고, 천자가 사사로이 할 수 없으며, 주공(周公)이 관(管)·채(蔡)064) 에게도 천하(天下)를 위하여 사사 은혜[私恩]를 폐하였거늘, 이제 전하께서 종친(宗親)이라 하여 만세(萬世)의 법을 무너뜨리고 만세의 비난을 끼치심이 가하오리까? 원컨대, 그 죄를 국문(鞫問)하고 법대로 처치하시어, 죽임을 당하고 눈물을 먹음은 영혼을 위로하고, 천지(天地)의 생성(生成)하는 기운을 화(和)하게 하소서."
하였으나,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내(來) 등이 대궐 뜰에 나아와서 시청하기를,
"백온의 죄가 사형(死刑)에 마땅하오니 용서할 수 없습니다."
하였으나, 또한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내(來) 등이 거듭 청하였어도 윤허를 얻지 못하였다. 이에 아뢰기를,
"만약 율(律)대로 따르지 않으시려면, 죄를 낮추어서 장(杖) 1백 대를 치고 먼 지방에 유배(流配)시키소서."
하였으나, 또 윤허하지 아니하고 말하기를,
"그러면, 성밖으로만 내보내겠다."
하였다. 내(來) 등이 복합(伏閤)065) 하여 굳이 청하니, 임금이 순금사(巡禁司)에 내려 결장(決杖)하도록 명하였다. 내(來) 등이 다시 청하기를,
"본시 신 등이 탄핵한 것이오니, 신 등으로 하여금 결장(決杖)하게 함이 마땅하옵니다."
하였으나, 임금이 또 종부시(宗簿寺)로 옮겨 순금사와 함께 장(杖) 60대를 쳐서 함주(咸州)로 귀양보내게 하였다. 사헌부에서 사람을 시켜 이를 포박(捕縛)하여 〈종부시로〉 보냈더니, 완산군(完山君) 이천우(李天祐) 등이 이 사실을 아뢰었다. 임금이 노하여 지평(持平) 이흡(李洽)을 불러 그 까닭을 묻고, 흡(洽)을 결박하여 순금사에 내리었다. 내(來)가 아뢰기를,
"종부시(宗簿寺)는 본래 형관(刑官)이 아니옵고, 다만 종친(宗親)의 문부(文簿)만을 맡을 뿐이온데, 지금 살인(殺人)한 도적을 헌사(憲司)에서 엄하게 다스릴 것을 염려 하시어 순금사로 옮기시고, 또 순금사에서도 엄하게 할 것을 염려하시어 종부시로 옮기셨으니, 이것은 무슨 법이옵니까? 백온의 형(兄) 이조(李朝)가 전에 이미 사람을 죽이었고, 백온이 지금 또 사람을 죽였으니, 이는 진실로 백온 형제가 전하의 성덕(盛德)을 더럽힌 것입니다. 백온이 용서치 못할 죄가 있사온즉, 비록 포박해 보낸다 할지라도 무엇이 의리에 해롭겠습니까? 또 포박해 보낸 까닭은 그가 날래고 용맹스러워서 쉽게 도망칠 것을 염려한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경(卿)은 이씨(李氏) 사직(社稷)의 신하가 아닌가? 어찌하여 종친(宗親)을 이처럼 대접하는가?"
하니, 내(來)가 다시 아뢰기를,
"신 등이 포박해 보낸 것은 종친을 욕보인 것이 아니옵고, 전하의 덕(德)을 도운 것입니다."
하고, 내(來) 등이 모두 집으로 물러가서 출사(出仕)하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책 9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1책 326면
- 【분류】사법-행형(行刑) / 사법-탄핵(彈劾) / 정론-정론(政論) / 인사-관리(管理)
- [註 063]사구(司寇) : 주대(周代)에 형벌을 관장하던 벼슬.
- [註 064]
관(管)·채(蔡) : 관숙(管叔)·채숙(蔡叔). 모두 주공(周公)의 형제.- [註 065]
복합(伏閤) : 대궐문에 엎디어 상소(上疏)하는 것.○司憲府請元尹伯溫之罪, 從之。 伯溫殺婢夫百姓吾亇大, 司憲府大司憲李來等上疏曰:
近以伯溫殺人之罪, 申請至再, 未蒙兪允, 不勝痛心。 臣等竊聞, 天子之父殺人, 司寇執法而論, 天子不得而私焉; 周公之於管、蔡, 亦爲天下廢私恩。 今殿下以宗親之故, 壞萬世之法, 貽萬世之譏可乎? 願鞫其罪, 置之於法, 以慰見殺飮泣之魂, 以和天地生成之氣。
不允。 來等詣闕庭, 更請伯溫罪當死不可宥, 又不允。 來等再三申請不得, 乃啓曰: "若不從律, 降杖一百, 流于遠方。" 上又不允曰: "可令出門外而已。" 來等伏閣固請, 上命下巡禁司決杖。 來等更請曰: "本臣等所劾, 宜令臣等決杖。" 上又移宗簿寺, 與巡禁司杖六十, 流于咸州。 司憲府令人縛而送之, 完山君 天祐等以聞, 上怒, 召持平李洽, 問其故, 縛洽下巡禁司。 來啓曰: "宗簿, 本非刑官, 但主宗親之簿而已。 今將殺人之賊, 慮憲司之嚴, 移之巡禁司, 又慮巡禁司之嚴, 移之宗簿寺, 是何法也? 伯溫之兄朝, 前旣殺人, 伯溫今又殺人, 是伯溫兄弟實汚殿下之盛德也。 伯溫有不赦之罪, 則雖縛送, 何害於義? 且所以縛之者, 慮其驍勇而易逃也。" 上曰: "卿非李氏社稷之臣乎? 何待宗親如是也?" 來復啓曰: "臣等所以縛而送之者, 非所以辱宗親也, 乃輔殿下之德也。" 來等皆退于家, 不仕。
- 【태백산사고본】 3책 9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1책 326면
- 【분류】사법-행형(行刑) / 사법-탄핵(彈劾) / 정론-정론(政論) / 인사-관리(管理)
- [註 0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