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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 8권, 태종 4년 10월 28일 병신 3번째기사 1404년 명 영락(永樂) 2년

법정 크기로 형구를 만들고 율문에 따라 죄인을 처벌하도록 하다

의정부에서 율문(律文)을 번역하고, 태(笞)·장(杖)·가쇄(枷鎖)119) 를 제작하는 법을 정하도록 청하니, 그대로 따랐다. 그 글은 이러하였다.

"《경제육전(經濟六典)》의 형전(刑典) 내에 말하기를, ‘근년 이래 무릇 옥(獄)을 결단하는 자가 율문에 밝지 못하여 그 사사 뜻으로 사람의 죄를 내리고 올리므로, 형벌이 적중하지 못하여 원통하고 억울한 것을 호소할 데가 없어서 화기(和氣)를 손상하기에 이르니, 진실로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하였습니다. 이제 《대명률(大明律)》은 시왕(時王)의 제도이니, 마땅히 봉행(奉行)하여야 하는 것이나, 우리 나라 사람이 밝게 알기가 쉽지 않으니, 마땅히 이언(俚言)으로 이를 번역하여 중외에 반포해서 관리로 하여금 강습(講習)하게 하여, 무릇 태(笞) 하나 장(杖) 하나라도 반드시 율(律)에 의해 시행할 것입니다. 만약 율문(律文)을 살피지 않고 망령된 뜻으로 죄를 가볍게 하거나 무겁게 하는 자는 그 죄로써 죄줄 것입니다. 또 형(刑)을 언도하는 자는 사람의 죽고 사는 것이 매였으므로 삼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려 때부터 서울에 율학(律學)이 있었고 외방에 법조(法曹)120) 가 있어, 무릇 죄수(罪囚)가 있으면, 그 직(職)에서 오로지 검률(檢律)하여 결단하므로 차오(差誤)가 없었습니다. 근래 법조(法曹)의 직은 폐지 되고 형물(刑物)의 크고 작은 것은 편(便)한 데 따라 제작하므로, 태(笞)·장(杖)으로 인하여 치사(致死)하는 자가 자못 많습니다.

원하건대 금후로 외방에서 가쇄(枷鎖)·태(笞)·장(杖)·추(杻)121) 는 모두 율문에 의해 제작하게 하며, 관찰사가 이를 고찰하여 그 율문에 의하지 않고 제작한 것은 그 수령을 죄주는 것이 영전(令典)에 나타나 있습니다. 각 고을 수령이 혹은 율문에 통하지 못하여, 태(笞)·장(杖)·신장(訊杖)·가철(枷鐵)·삭료(索鐐)122) 등의 물건을 율문에 의하지 않는 것이 있고, 옥사(獄事)를 결단할 때 율문을 살피기를 애매하게 하여, 태(笞)를 써야 마땅한데 장(杖)을 쓰고, 장(杖)을 써야 마땅한데 신장(訊杖)을 쓰고, 볼기를 쳐야 마땅한데 허리를 때리고, 넓적 다리를 때려야 마땅한데 편배(鞭背)123) 하여 인명(人命)을 손상하기에 이르는 자도 또한 있습니다. 원하건대, 예전에 법조(法曹)를 차견(差遣)하던 예에 의해, 관찰사의 수사(隨史)로서 율문을 밝게 아는 자를 제수(除授)하여 데리고 가게 하여, 각 고을 품관(品官) 생도(生徒) 가운데 가히 율문을 배울 만한 자를 골라, 오로지 교훈(敎訓)하게 하여, 태(笞) 하나 장(杖) 하나라도 반드시 율에 의해 범죄한 것을 결단하게 하고, 장죄(杖罪) 이상 사죄(死罪)인 것은 조율(照律)하여 도관찰사(都觀察使)에게 보고하게 하고, 도관찰사는 율학인(律學人)으로 하여금 다시 검복(檢覆)을 더하여 시행하여, 흠휼(欽恤)하는 뜻을 펼 것입니다."


  • 【태백산사고본】 3책 8권 26장 A면【국편영인본】 1책 313면
  • 【분류】
    사법-법제(法制) / 역사-전사(前史)

  • [註 119]
    가쇄(枷鎖) : 항쇄(項鎖)·족쇄(足鎖) 따위 형구.
  • [註 120]
    법조(法曹) : 고려 때 각 지방에 파견하여 수령관(守令官)을 도와, 죄인을 신문하고 법률에 의해 판결하던 일을 전적으로 맡아보던 관원.
  • [註 121]
    추(杻) : 수갑(手匣).
  • [註 122]
    삭료(索鐐) : 오랏줄과 차꼬 따위.
  • [註 123]
    편배(鞭背) : 죄인의 등을 채찍으로 때리던 형벌.

○議政府請譯律文, 定笞杖枷鎖制作之法, 從之。 其書曰:

經濟刑典內節該: "比年以來, 凡斷獄者, 不曉律文, 以其私意, 出入人罪, 刑罰不中, 冤抑無訴, 致傷和氣, 誠不可不慮也。" 今《大明律》, 時王之制, 所當奉行, 然我國人未易通曉。 宜以俚言譯之, 頒布中外, 使官吏講習, 凡一笞一杖, 必依律施行, 若不按律, 而妄意輕重者, 以其罪罪之。 又言: "刑者, 人之死生係焉, 不可不謹。" 自前朝, 京有律學, 外有法曹, 凡有罪囚, 職專檢律, 決斷無差, 近來法曹職廢, 刑物大小, 取便制作, 因笞杖而致死者頗多。 願今後, 外方枷鎖、笞、杖、杻, 皆依律文制作, 觀察使考之, 其不依律文制作者, 罪其守令, 著在令典。 各官守令, 或有不通律文, 笞杖、訊杖、枷鐵、索鐐等之物, 不依律文; 斷獄之時, 昧於按律, 應用笞而用杖, 應用杖而用訊杖, 應決臀而決腰, 應決腿而鞭背, 致傷人命者, 亦有之矣。 願依古者差遣法曹之例, 除觀察使, 隨史以律文通曉人率行; 擇各官品官生徒中, 可習律文者, 專爲敎訓, 一笞一杖, 必依律斷犯; 杖罪以上死者, 照律報都觀察使, 都觀察使使律學人更加檢覆施行, 以宣欽恤之意。


  • 【태백산사고본】 3책 8권 26장 A면【국편영인본】 1책 313면
  • 【분류】
    사법-법제(法制) / 역사-전사(前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