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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 8권, 태종 4년 10월 18일 병술 3번째기사 1404년 명 영락(永樂) 2년

반역죄로 탄핵된 이거이·이저를 고향인 진주로 내려 보내다

서원 부원군(西原府院君) 이거이(李居易)와 그 아들 상당군(上黨君) 이저(李佇)에게 명하여, 그 고향 진주(鎭州)에 돌아가게 하였다. 처음에 임금이 의안 대군(義安大君) 이화(李和)·완산군(完山君) 이천우(李天祐) 등을 불러 밀교(密敎)100) 하였다.

"신사년에 조영무(趙英茂)가 나에게 고하기를, ‘신(臣)이 이거이의 집에 가니, 이거이가 신에게 이르기를, 「우리들의 부귀한 것이 이미 지극하나, 종시(終始) 보존하기는 옛부터 어려우니, 마땅히 일찍이 도모해야 한다. 상왕(上王)은 사건을 만들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금상(今上)은 아들이 많지만, 어찌 다 우리들을 연휼(憐恤)하겠는가? 마땅히 이를 베어 없애고 상왕을 섬기는 것이 가하다.」하였습니다.’하였다. 내가 이를 듣고, 조영무에게 경계하여 누설하지 말도록 한 지 이제 이미 4년이다. 이거이도 이미 늙었고, 조영무도 또한 곧 늙을 것이다. 만약 한 사람이라도 유고(有故)하면, 이 말은 변별(辨別)하기가 어렵다."

임금이 이거이를 궐내(闕內)에 비밀히 불러 조영무(趙英茂)와 대질(對質)하여 변명(辨明)하게 하고, 유사(攸司)로 하여금 알지 못하게 하였다. 종친 이화(李和)와 공신 상락 부원군(上洛府院君) 김사형(金士衡) 등 35인이 예궐(詣闕)하여, 이거이의 말을 변별(辨別)하여 밝히도록 하고, 또 유사(攸司)로 하여금 이를 알게 하기를 청하니, 임금이 종친·공신·삼부(三府)·대간(臺諫)에게 명하여 대궐의 뜰에 모여 증거(證據)하여 듣도록 하였다. 이거이로 하여금 조영무와 대질하여 변명하게 하고, 박석명(朴錫命)을 시켜 이거이에게 묻기를,

"조영무와 더불어 이러한 말을 하였는가?"

하니, 이거이가 말하기를,

"두 아들이 부마(駙馬)가 되었고101) , 신(臣)이 정승이 되었는데, 무엇이 부족한 바가 있어 이러한 말을 하였겠습니까?"

하였다. 다음에 조영무에게 물으니, 조영무가 대답하기를,

"신사년에 신(臣)이 이거이의 집에 갔더니, 이거이가 말하기를, ‘우리들의 부귀함이 이와 같으니, 마땅히 보존할 계책을 마련해야 한다. 주상(主上)의 여러 아들로 말하면, 「어린 아이들」인데, 임금이 되면 반드시 우리들을 싫어하여 제거(除去)할 것이니, 상왕(上王)을 섬기는 것만 같지 못하다. 어린 아이들이 있게 되면, 반드시 우리에게 불편할 것이다.’고 하였습니다."

하였다. 이거이조영무에게 이르기를,

"어찌하여 나를 해치려고 하는가?"

하니, 조영무가 말하기를,

"그대가 있고 없는 것이 나에게 무슨 손해되고 이익되는 것이 있겠는가? 또 함께 같은 때에 공신이 되어 집안을 일으킨 사람이다. 다만 군신(君臣)의 분수가 붕우(朋友)의 사귐보다 무겁기 때문에, 그대의 말을 주상에게 고(告)한 것이다."

하였다. 하윤(河崙)이 말하기를,

"이미 알았으니, 마땅히 속히 계달(啓達)하여야겠다."

하였다. 종친과 공신이 이거이를 법대로 처치할 것을 청하고, 대사헌 유양(柳亮)·사간(司諫) 조휴(趙休) 등이 상언(上言)하였다.

"전(傳)에 말하기를, ‘임금과 어버이에게는 무장(無將)하여야 하니 만약 장(將)이 있으면 반드시 베는 것이다.’102) 하였습니다. 가만히 보건대, 이거이와 그 아들 이저(李佇)는 성질이 본디 광망(狂妄)하고 또 배운 것도 없는데, 성은(聖恩)을 특별히 받아, 왕실(王室)에 연인(連姻)하여 지위가 극품(極品)에 이르렀고, 일가 친척이 아울러 현질(顯秩)에 포열(布列)하였습니다. 진실로 마땅히 소심(小心)하고 근신(謹愼)하여, 임금에게 충성을 다하고 나라와 더불어 함께 기뻐해야 할 것인데, 생각이 여기에는 미치지 아니하고 도리어 두 마음을 품었습니다. 지난번에 큰 재앙의 변(變)을 당하여, 이에 영승추부사(領承樞府事) 조영무(趙英茂)와 더불어 감히 불궤(不軌)한 말을 발(發)하였으니, 이것이 어찌 일조일석(一朝一夕)에 나온 마음이겠습니까? 원하건대, 전하는 대의(大義)로 결단하여, 이거이이저 등을 유사(攸司)에 내려 그 까닭을 국문(鞫問)하여, 그 죄를 밝게 바로잡아 만세토록 난신(亂臣)의 경계를 삼도록 하소서."

임금이 다만 이거이에게 명하여 그 고향에 돌아가도록 하니, 대간(臺諫)이 다시 대궐의 뜰에 서서 청하였다.

"이거이는 마땅히 법으로 다스려야 합니다. 만세의 법은 비록 인군(人君)이라 하더라도 폐할 수가 없습니다."

임금이 말하기를,

"경 등이 반드시 나를 불통(不通)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공신을 보전하고자 하여, 이미 황천(皇天)·후토(后土)에게 맹세하였다. 이거이 부자는 일찍이 큰 공이 있었으므로, 죄를 가(加)할 수는 없다."

하니, 유양(柳亮)이 말하기를,

"한 때의 공으로 만세의 법을 폐할 수는 없습니다. 어찌 이거이 한 사람을 아끼고 자손 만세의 계책을 위하지는 않습니까? 반드시 한(漢)나라 고조(高祖)처럼 사정(私情)을 없앤 뒤라야 왕업(王業)이 장구(長久)할 것을 가히 기약할 수 있습니다. 이거이는 임금을 업신여기는 마음이 가슴 속에 쌓여서 말 가운데 나타난 것이며, 또 그 아들 이저도 또한 광망(狂妄)한 자이니, 아울러 법대로 처치할 것을 청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보전하고자 하여 마음이 이미 정해졌다. 경 등이 비록 죄를 가(加)하고자 하더라도 마침내 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다. 경 등이 억지로 말한다면 내가 마땅히 문을 닫겠다. 또 이저는 처음에 알지 못하였고, 그 사람 됨이 어리석지 아니하니, 이거이가 유배되면 스스로 마땅히 아비를 따라서 고향에 돌아갈 것이다."

하였다. 유양이 말하기를,

"진(晉)의 조돈(趙盾)103) 이 도망하더라도 월경(越境)하지 않으면 그만이고, 허 세자에게 약(藥)을 허락하더라도 먼저 마시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춘추(春秋)》에서는 오히려 대악(大惡)으로 죄를 가(加)하였습니다. 하물며, 이거이의 죄는 《춘추(春秋)》에서 이른바, ‘사람이 이를 벨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부귀하여 고향으로 돌아가면, 오로지 죄를 가(加)하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도리어 영광스럽게 하는 것입니다. 전하가 비록 이를 유배하고자 하더라도, 신 등이 장차 구속하고 보내지 아니하여, ‘사람이 이를 다스릴 수 있다.’는 죄목으로 다스리겠습니다. 이거이가 이미 조영무와 더불어 말하였으니, 어찌 그 아들 이저와 더불어 말하지 않았겠습니까? 이저도 또한 사람이 이를 다스릴 수 있는 것입니다."

하였다. 유양박석명에게 분개하여 말하기를,

"신 등은 주상(主上) 앞에 직접 계달할 수 없지만, 지신사도 또한 공신이니, 어찌 주상에게 다 말하지 않습니까?"

하니, 박석명이 말하기를,

"내가 어찌 말하지 않겠습니까? 주상(主上)이 말씀하기를, ‘다시 들어오지 말라.’고 하였고, 또 이미 문을 닫았습니다."

하였다. 하윤이 말하기를,

"이거이 부자의 죄는 크다. 마땅히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 그러나 주상이 공신을 보전하고자 하신다면, 부자를 한꺼번에 함께 유배시키는 것이 좋겠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부자를 한꺼번에 아울러 유배시키면, 장차 스스로 생각하기를, ‘이 때에 바로 죽일 것이다.’할 것이다. 이저의 유배는 비록 뒤에 하더라도 좋을 것이다."

하였다. 공신 등은 모두 명령을 듣고 물러나와 섰는데, 박석명유양에게 사사로 말하기를,

"주상이 아침 일찍 나와서 정사를 들었으므로 인하여 심히 피로합니다. 다음날을 기다려 끝내도록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하였다. 그때에 밤이 이미 깊으니, 유양이 큰소리로 말하였다.

"만정(滿庭)한 공신이 난적(亂賊)을 토죄(討罪)하기를 청하지 아니하고, 다만 함께 유배시키기를 청하니, 신자(臣子)의 도리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유양 등이 무릇 일곱 차례나 반복하였으나, 청(請)할 수가 없어서 물러났다.


  • 【태백산사고본】 3책 8권 19장 A면【국편영인본】 1책 310면
  • 【분류】
    사법-행형(行刑) / 사법-탄핵(彈劾) / 역사-고사(故事) / 변란(變亂)

  • [註 100]
    밀교(密敎) : 비밀히 교지를 내림.
  • [註 101]
    두 아들이 부마(駙馬)가 되었고 : 이거이(李居易)의 맏아들 이저(李佇)는 태조(太祖)의 맏딸 경신 공주(慶愼公主)에게 장가들었으며, 둘째 아들 이백강(李伯剛)은 태종(太宗)의 맏딸 정순 공주(貞順公主)에게 장가들었음. 이저(李佇)는 뒤에 이름을 이백경(李伯卿)으로 고쳤음.
  • [註 102]
    ‘임금과 어버이에게는 무장(無將)하여야 하니 만약 장(將)이 있으면 반드시 베는 것이다.’ : 《춘추》 공양전(公羊傳)에 나오는 말인데, 장(將)은 장차 난(亂)을 일으켜 정권(政權)을 탈취하려는 야욕(野慾)을 가지는 것을 말함. 곧 임금과 어버이에게는 절대로 불온(不穩)한 뜻을 품을 수 없으며, 그러한 뜻을 품고 있으면 반드시 죽인다는 것임.
  • [註 103]
    조돈(趙盾) : 춘추(春秋) 때 진(晉)나라 사람. 양공(襄公) 때 중군(中軍)의 장(將)이 되어 국정(國政)을 장악하였음. 양공(襄公)이 졸(卒)하자 영공(靈公)을 세웠으나, 서로 뜻이 맞지 않아 조돈(趙盾)은 도망하여 다른 나라 망명 길에 올랐는데, 그가 아직 국경(國境)을 넘지 않았을 때, 그의 부하 조천(趙穿)이 영공(靈公)을 시해(弑害)하여서, 주(周)나라에서 성공(成公)을 맞아 왕위에 앉혔음. 태사(太史) 동호(董狐)는 "조돈이 그 임금을 죽였다."고 사책(史冊)에 썼음.

○命西原府院君 李居易及其子上黨君 , 歸于其鄕鎭州。 初, 上召義安大君 完山君 天祐等, 密敎曰: "歲辛巳, 趙英茂告予曰: ‘臣往李居易之第, 居易謂臣曰: 「吾等富貴已極, 終始保全, 自古爲難, 當早圖之。 上王不喜作事, 今上多子, 豈皆憐恤我輩乎? 當剪除之, 而事上王可也」。’ 予聞之, 戒英茂勿洩, 今已四年。 居易旣老, 英茂亦將老, 若一人有故, 則此言難辨。 密召居易於闕內, 與英茂對辨, 勿使所司知之。" 宗親及功臣上洛府院君 金士衡等三十五人詣闕, 請以居易之言辨明, 且使攸司知之。 上命宗親功臣三府臺諫會闕庭證聽, 令居易英茂對辨。 使朴錫命居易曰: "與英茂出此言乎?" 居易曰: "二子爲駙馬, 臣爲政丞, 何所不足而出此言也?" 次問英茂, 英茂對曰: "辛巳年, 臣往居易之家, 居易曰: ‘我等富貴如此, 當爲保全之計。’ 謂上之諸子曰: ‘兒子輩立, 則必厭我等而去之, 不若事上王也。 兒子輩若存, 則必有不便於我矣。’" 居易英茂曰: "何爲欲害我乎?" 英茂曰: "子之有無, 有何損益於我! 且俱爲一時功臣而起家者也。 但君臣之分, 重於朋友之交, 故以子之言, 告于上耳。" 河崙曰: "已知之矣, 宜速啓達。" 宗親功臣請置居易於法。 大司憲柳亮、司諫趙休等上言:

《傳》曰: "君親無將, 將而必誅。" 竊見李居易及其子, 性本狂妄, 且無學術, 特蒙聖恩, 連姻王室, 位至極品, 一門親戚, 竝列顯秩。 誠宜小心謹愼, 盡忠於上, 與國咸休, 慮不及此, 反懷二心。 往者當災眚之變, 乃與領承樞府事趙英茂, 敢發不軌之言, 此豈一朝一夕之心哉? 願殿下斷以大義, 將居易等, 下攸司, 鞫問其故, 明正其罪, 以爲萬世亂臣之戒。

上止命居易歸其鄕。 臺諫復立庭請曰: "居易當以法討之。 萬世之法, 雖人君不可得而廢也。" 上曰: "卿等必以我爲不通矣。 然予欲保全功臣, 已誓皇天后土矣。 居易父子, 嘗有大功, 不可加罪也。" 曰: "不可以一時之功, 廢萬世之法也。 何惜一居易, 而不爲萬世子孫之計乎? 必若 之無私, 然後王業之久, 可期也。 居易無君之心, 積於中而形於言, 且其子亦狂妄者也。 請幷置之法。" 上曰: "予欲保全, 心已定矣。 卿等雖欲加罪, 終不聽也。 卿等强言, 則予當閉門矣。 且初不知也。 其爲人也不愚, 居易流則自當從歸。" 曰: " 趙盾亡不越境而已, 許世子藥不先嘗而已, 《春秋》猶以大惡加之。 況居易之罪, 《春秋》所謂人得而誅之者也! 今富貴而歸故鄕, 則非惟不以加罪, 反以爲榮矣。 殿下雖欲流之, 臣等將拘而勿送, 以人得而討之之法, 討之。 居易旣與英茂言, 豈不與其子言之乎? 亦人得而討之者也。" 錫命憤言曰: "臣等不得直達于上前, 知申事亦功臣也, 何不盡言於上乎?" 錫命曰: "我豈不言! 上曰: ‘勿復入來, 且已閉門矣。’" 河崙曰: "居易父子之罪大矣, 當以法治之。 然上欲保全功臣也, 則父子一時俱流可矣。" 上曰: "若父子一時竝流, 則將自謂此時卽殺之也。 之流, 雖後可也。" 功臣等皆聽命退立。 錫命私語曰: "上因早出聽事甚勞, 宜待明日而畢。" 時夜已深矣。 大言曰: "滿庭功臣不請討賊, 只請俱流, 臣子之義安在!" 等凡七反, 不得請而退。


  • 【태백산사고본】 3책 8권 19장 A면【국편영인본】 1책 310면
  • 【분류】
    사법-행형(行刑) / 사법-탄핵(彈劾) / 역사-고사(故事) / 변란(變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