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헌부 관리들과의 충돌로 갑사들이 신문고를 치다
갑사(甲士)들이 신문고(申聞鼓)를 쳤다. 처음에 봉상 주부(奉常注簿) 하연(河演)이 갑사 양결(梁潔)·김출(金出) 등에게 희롱삼아 말하기를,
"갑사의 직책이 낮고 천하니, 어찌 세음 자제(世蔭子弟)가 할 것이냐?"
하였다. 두 사람이 깊이 감정을 품고 동료들에게 말하니, 갑사들이 원망하고 노하여 그 까닭을 하연(河演)에게 묻고, 협박하여 욕보이려고 하였다. 이날 백관들이 조회를 파하고 흩어지는데, 갑사 이천생(李天生) 등 10여 인이 감찰(監察) 신계삼(辛繼參)을 하연으로 잘못 알고 달려가서 때렸다. 대리(臺吏)가 이를 힐난(詰難)하니, 주먹을 휘둘러 구타하였다. 계삼이 본부(本府)에 고(告)하니, 장령(掌令) 이관(李灌)이 갑사를 잡아 소사(所司)를 촉범(觸犯)하고 수행 아전[從吏]을 구타한 까닭을 힐문(詰問)하여 그 공장(供狀)079) 을 받았다. 이에 갑사 5백여 인이 대궐 뜰에 나와서 하소하기를,
"지금 갑사가 감찰을 촉범한 이유로 구박(拘縛)이 너무 심하니, 궁문(宮門)을 지키는 조아(爪牙)의 갑사(甲士)를 어찌 이렇게 할 수가 있습니까? 끝까지 힐문하여 죄를 주소서."
하였다. 임금이 사헌부(司憲府) 도리(都吏)와 붙잡힌 갑사(甲士)를 불러 그 실상을 묻고 명령하기를,
"갑사가 소사(所司)를 능욕(凌辱)한 죄는 내가 친히 묻겠으니, 다시 신청(申請)하지 말라."
하고, 그 갑사를 내치[黜]었다. 갑사들이 드디어 신문고를 치니, 임금이 내관(內官) 노희봉(盧希鳳)에게 명하여 다시 묻고, 승추부 경력(承樞府經歷) 황희(黃喜)를 불러 여러 갑사들에게 이르게 하기를,
"지금 헌부(憲府)에서 갑사(甲士)를 구박(拘縛)한 것이 너무 심하기는 하나, 작은 일을 가지고 소사를 견책(譴責)할 수 없기 때문에 묻지 않은 것이니, 너희들은 다시 말하지 말라."
하고, 이관(李灌)을 불러 명하기를,
"네가 갑사가 감찰을 범한 까닭으로 하여 구박하기를 너무 심하게 하였으니, 금후로는 임의로 구박하지 말라."
하였다. 조금 뒤에 조영무(趙英茂)가 아뢰기를,
"갑사가 대사헌(大司憲)의 종리(從吏)와 서로 싸워서 모두 헌부(憲府)를 원망하고 있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전일에 갑사가 감찰과 서로 싸우고, 며칠 뒤에 또 서리(書吏)와 싸웠는데, 어찌 갑사들의 작은 일을 가지고 소사(所司)를 책(責)할 수 있는가?"
하였다. 영무가 말하기를,
"갑사들이 떼를 지어 고소(告訴)하였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경이 어째서 이런 말을 하는가? 만일 갑사가 떼를 지어 협박한다면, 나도 또한 협박할 것이다. 그러면 갑사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해가 되는 것이다. 갑사가 사헌부의 아전과 싸웠다면, 마땅히 모두 순금사(巡禁司)에 가두어 시비(是非)를 분변해야 할 것이다. 내가 들으니, 전일에 갑사들이 하연(河演)의 집을 파괴하려고 하였다 하니, 비록 한 간(間) 집이라도 어찌 파괴할 수 있는가? 갑사의 잘못이 크다."
하니, 영무가 감히 다시 말하지 못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6권 27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84면
- 【분류】사법-재판(裁判) / 군사-중앙군(中央軍)
- [註 079]공장(供狀) : 범죄 사실의 자백서.
○丙申/甲士等擊申聞鼓。 初, 奉常注簿河演, 戲謂甲士梁潔、金出等曰: "甲士之職, 卑汚賤辱, 豈世蔭子弟之所爲乎?" 二人深銜之, 乃與儕輩具言之。 甲士等怨且怒, 欲問其故於演而脅辱之。 是日, 百官朝罷而散, 甲士李天生等十餘人, 誤以監察辛繼參爲演, 走而觸之, 臺吏詰之, 乃奮拳而歐之。 繼參告本府, 掌令李灌執甲士, 詰觸犯所司, 歐擊從吏之故, 取其供狀。 於是甲士五百餘人, 詣闕庭訴曰: "今以甲士觸犯監察之故, 拘縛甚劇。 宮門爪牙之士, 豈宜如此! 願窮詰加罪。" 上召司憲府都吏及其見執甲士, 問其狀, 命曰: "甲士凌辱所司之罪, 予當親問, 毋更申請", 乃黜其甲士。 甲士等遂擊鼓, 上命內官盧希鳳更問之。 召承樞府經歷黃喜, 諭諸甲士曰: "今憲府拘縛甲士, 固爲已甚, 不可以小事, 譴責所司, 故不問也。 爾等勿更言。" 召李灌命之曰: "爾以甲士逼觸監察之故, 拘縛甚劇, 今後毋得擅自拘縛也。" 未幾, 趙英茂啓曰: "甲士與大司憲從吏相鬪, 咸怨憲府。" 上曰: "前日, 甲士與監察相鬪幾日, 而又與書吏鬪乎? 豈可以甲士等小事, 責所司乎?" 英茂曰: "甲士等成黨告訴。" 上曰: "卿何出此言乎? 若以甲士成黨而畏之, 則予亦畏之矣。 然則甲士非徒無益, 而又害之。 甲士與司憲府吏相鬪, 則當俱下巡禁司, 辨是非矣。 予聞前日甲士等, 欲破河演之家。 雖一間屋, 豈可破乎? 甲士之惡大矣。" 英茂不敢復言。
- 【태백산사고본】 2책 6권 27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84면
- 【분류】사법-재판(裁判) / 군사-중앙군(中央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