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에서 사냥을 그만두기를 청하다
대간(臺諫)이 상소하여 사냥을 그치기를 청하니 윤허하였다. 간원(諫院)에서 상소한 대략은 이러하였다.
"신 등이 보옵건대, 전하께서 이달 25일에 단기(單騎)로 교외에 나가시니, 나라 사람들이 승여(乘輿)의 소재를 알지 못하여 깜짝 놀라지 않은 이가 없습니다. 신 등은 생각건대, 거둥은 인군(人君)의 대절(大節)이어서 출입할 때에는 경필(警蹕)071) 을 하는 것이니, 궁(宮)에 있으면 내외(內外)의 숙위(宿衛)가 있고, 밖에 나가면 전후의 도종(導從)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거둥하는 것이 이름이 없고 시종이 갖추지 못하였으니, 전하께서 도의(道義)를 강론하여 옛것을 본받는 뜻에 어떠합니까? 그리고 하늘의 경계[天戒]를 공경하고 조심하여 수성 공구하는 뜻에 어떠합니까? 원컨대 이제부터 무릇 출입 기거(出入起居)에 있어 공경하지 않음이 없고, 의장과 시종을 갖추지 않음이 없게 하소서."
곧 윤허하고 말하기를,
"교외에 기러기 떼가 때때로 이른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매우 후회한다."
하였다. 헌부(憲府)에서 상소한 대략은 이러하였다.
"순(舜)은 큰 성인(聖人)이나, 익(益)이 오히려 편안하게 놀지 말고 즐거움에 빠지지 말라고 경계하였고, 감히 게으르면서 편안함을 누리지 않은 것은 고종(高宗)이 은(殷)나라를 편안히 한 것이고, 감히 놀고 사냥하는 것을 즐기지 못한 것은 문왕(文王)이 주(周)나라를 일으킨 것입니다. 그러므로 탐락(耽洛)072) 을 따르는 것을 주공(周公)이 경계하였고, 반락(盤樂)073) 과 태오(怠敖)074) 를 맹자(孟子)가 경계하였으니, 국가를 가진 자가 소홀히 할 수 있습니까? 생각건대, 전하께서 이미 영성(盈成)한 업(業)을 지키어 학문을 숭상하는 임금이 되시었으니, 마땅히 엄하고 공손하며[嚴恭], 공경하고 두려워[寅畏]하여 자손 만대의 법을 남길 것이요, 말을 달려 사냥을 하여 지극한 덕(德)을 손상시킬 것이 아닙니다. 근일에 간원(諫院)에서 상소하여 매[鷹]와 개[犬]의 해를 극진히 논(論)하고, 금령(禁令)을 거듭 내리기를 청하였는데, 전하께서 그대로 의윤하여 시행하시니, 이에 경기 백성들이 서로 경사로 여기지 않은 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전날 새벽에 시위 갑사(侍衛甲士) 약간 명을 거느리고, 호관(壺串)에 나가 사냥하셨으니, 전일에 천견(天譴)을 만나서 직언(直言)을 구하시던 뜻과는 서로 반대됩니다. 《춘추전(春秋傳)》에 말하기를, ‘임금의 거둥은 반드시 쓴[書]다.’ 하였는데, 써[書]서 법이 되지 못한다면 후사(後嗣)가 무엇을 보겠습니까?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고종(高宗)·문왕(文王)의 법을 본받고, 성왕(成王)·맹자(孟子)의 가르침을 경계하시어, 법궁(法宮)에 앉아 높이 공수(拱手)하여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두려워하며, 사냥을 일삼지 마옵소서."
그대로 윤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6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79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정론-정론(政論)
- [註 071]경필(警蹕) : 임금이 출입할 때에 행인을 정지시켜 조용하게 하는 것.
- [註 072]
○臺諫上疏, 請止遊田, 允之。 諫院疏, 略曰:
臣等伏覩殿下, 於今月二十五日, 以單騎出幸郊外, 國人莫知乘輿之所在, 罔不驚駭。 臣等以爲擧動, 人君之大節, 出警入蹕, 居則有內外宿衛, 出則有前後導從。 行幸無名, 侍從未備, 其於殿下講論道義, 動法古昔之意何, 恪謹天戒, 修省恐懼之意何? 願自今凡出入起居, 罔有不欽; 儀仗侍從, 罔有不備。
卽允之曰: "聞郊外鴻雁時至也, 今甚悔之。" 憲府上疏, 略曰:
舜, 大聖也, 益猶以罔遊于逸, 罔淫于樂爲戒。 不敢荒寧, 高宗之所以靖殷; 不敢盤于游田, (文主)〔文王〕 之所以興周也。 是以耽樂之從, 周公戒之; 盤樂怠敖, 孟子警之。 有國家者, 其可忽哉! 恭惟殿下, 旣守盈成之業, 而爲右文之主, 當嚴恭寅畏, 以貽子孫萬世之法, 不宜馳騁田獵, 以虧至德也。 近日諫院上疏, 極論鷹犬之害, 請申禁令, 殿下依允施行。 於是, 京畿之民, 莫不相慶。 乃於前日(眛爽)〔昧爽〕 , 率侍衛甲士若干人, 出田于壺串, 與前日遇天譴求直言之意相反。 《春秋傳》曰: "君擧必書。 書而不法, 後嗣何觀!" 伏惟殿下服高宗、文王之法, 戒成王、孟子之訓, 高拱法宮, 敬天畏民, 勿事遊田。
允之。
- 【태백산사고본】 2책 6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79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정론-정론(政論)
- [註 0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