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로 이숙번 등과 갑사30여 명을 데리고 동교에 몰래 나가 매사냥을 하다
동교(東郊)에서 매[鷹]를 놓았다. 임금이 단기(單騎)로 이숙번(李叔蕃)·민무질(閔無疾)·한규(韓珪)·조연(趙涓)과 갑사(甲士) 30여 기(騎)를 거느리고 동교로 나가고, 갑사를 시켜 문을 지키게 하여 뒤쫓는 자를 내보내지 말게 하였다. 조영무가 탄식하기를,
"주상께서 비록 금하셨다 하더라도 단기로 나가셨으니, 감히 호종하지 않을 수 있는가?"
하였고, 이저(李佇)도 듣고 또한 쫓아 이르렀다. 임금이 매를 놓아 새를 잡는 것을 자랑하니, 저(佇)가 말하기를,
"신은 벼슬이 신하로서는 지극한 자리에 이르렀으니, 다시 구할 바가 없으나, 말을 달리어 사냥하지 않는 것은 말을 잘 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경은 나보다 젊은데 어찌 말을 타는 데에 능하지 못하겠는가?"
하고, 또 말하기를,
"즐겁다. 매가 새를 채는 것이여!"
하였다. 저가 말하기를,
"신은 매가 새를 잘 채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어째서 그러한가?"
하니, 저가 말하기를,
"매가 새를 채는 것이 쾌(快)하지 못하면, 주상께서 다시 나오시지 않을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경이 말을 잘 타지 못한다고 말한 것은 나를 풍자(諷刺)한 것이다."
하였다. 영무가 또한 간(諫)하였다. 날이 저물어서 돌아왔다.
- 【태백산사고본】 2책 6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78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정론-정론(政論)
○庚子/放鷹于東郊。 上以單騎, 率李叔蕃、閔無疾、韓珪、趙涓及甲士三十餘騎, 出于東郊, 使甲士守門, 勿出追從者。 趙英茂嘆曰: "上雖有禁, 單騎而出, 敢不扈從!" 李佇聞之, 亦追至。 上以放鷹獲禽誇之, 佇曰: "臣位極人臣, 更無所求, 然不馳騁田獵, 以不能騎馬也。" 上曰: "卿少於我, 豈不能於騎馬!" 又曰: "樂哉鷹之擊禽也!" 佇曰: "臣不喜鷹之能擊禽也。" 上曰: "何哉?" 佇曰: "鷹之擊禽不快, 則上不復出矣。" 上曰: "卿言不能騎馬, 乃諷我也。" 英茂亦諫之。 日暮乃還。
- 【태백산사고본】 2책 6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7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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