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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5권, 태종 3년 5월 11일 정해 1번째기사 1403년 명 영락(永樂) 1년

중국에서 돌아온 하윤·조박·이첨에게 교서를 내리고 전지와 노비를 하사하다

좌정승 하윤(河崙)과 지의정부사(知議政府事) 이첨(李詹)·참찬의정부사(參贊議政府事) 조박(趙璞)에게 교서(敎書)를 내려 주었다. 하윤에게 준 글에 이르기를,

"생각건대, 경은 도(道)가 크고 덕(德)이 넓으며, 본 것이 높고 아는 것이 밝다. 지난번에 위란(危亂)한 때를 당하여 몸을 잊고 의(義)를 들어, 사직(社稷)을 정하고 천명(天命)을 도와 공(功)이 맹부(盟府)에 기록되어 있다. 지금 천자(天子)가 새로 보위(寶位)에 오르매, 사신을 보내어 알리었다. 돌아보건대, 도적떼가 종식되지 않고, 도로(道路)가 많이 막히어, 일국(一國)의 신료(臣僚)가 의심하고 두려워하여, 표문(表文)을 받들고 가서 칭하(稱賀)할 사람이 실로 적임자가 없었는데, 경이 자진하여 몸을 던져 나라에 허락하고 두세 번 굳이 청하여, 만리길을 달려 가서 친히 천일(天日)을 우러러보고 용지(龍墀)033) 에 진하(陳賀)하였고, 드디어 하정사(賀正使) 참찬의정부사 조박(趙璞)·부사(副使) 지의정부사 이첨(李詹)과 더불어 의논하기를, ‘천자(天子)가 이미 천하(天下)와 더불어 경시(更始)하였으니, 우리 임금의 작명(爵命)과 인장(印章)만 예전 것을 인습할 수 없다.’ 하고, 이에 예부(禮部)에 신정(申呈)하여 신청(宸聽)에 전달(轉達)하니, 천자께서 때를 알고 변(變)에 통하는 것을 아름답게 여기어, 총애하고 대접하는 것이 넉넉하고 후하여, 이에 고명(誥命)과 인장(印章)을 정신(廷臣)034) 도지휘사(都指揮使) 고득(高得)과 좌통정(左通政) 조거임(趙居任)에게 주어, 이들이 와서 명령을 내렸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유공(有功)한 바가 진실로 영원히 잊기 어렵도다. 그래서 밭 1백 결(結), 종[奴] 10구(口)를 준다. 오직 성의를 표하는 것이니, 어찌 물건이 귀한 것인가? 나의 지극한 뜻을 생각하여 영세(永世)에 전하라."

하였다. 또 박(璞)첨(詹)에게 교서(敎書)와 밭 각각 60결·종 각각 6구를 주고, 서장관(書狀官) 조말생(趙末生)·이적(李迹)과 압물(押物) 방사량(房士良)·통사(通事) 조사덕(曹士德)·매원저(梅原渚)·강방우(康邦祐)·선존의(宣存義) 등에게 각각 밭 15결을 주고, 박석명(朴錫命)을 시켜 명하기를,

"경들의 공(功)은 종시(終始) 갚기가 어려워서 밭과 노비 약간으로 주는 것이고, 이것으로 공(功)을 갚기에 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였다. 윤(崙) 등이 사양하기를,

"이번의 고명(誥命)과 인장(印章)은 모두 주상(主上)의 덕(德)이십니다. 신 등이 어찌 참여하였겠습니까? 또 신 등의 오늘의 일은 신하의 직책입니다. 어찌 감히 주시는 것을 받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경들이 들어가 천자께 아뢰어 내 자손 만대의 끝없는 아름다움을 남겨 주었으므로, 경들에게 밭과 종을 주어서 자손에게 전하게 하는 것이다. 내가 천자의 비상(非常)한 명령을 받았으니 감사한 마음 무엇으로 나타내겠는가? 경들이 굳이 사양하면 내가 부끄럽다."

하니, 윤(崙) 등이 그제서야 받았다. 또 윤(崙) 등에게 안마(鞍馬)를 주고, 청화정(淸和亭)에게 잔치를 베풀었는데, 의안 대군(義安大君) 이화(李和)·안평 부원군(安平府院君) 이서(李舒)·판사평부사(判司平府事) 이직(李稷)·참찬의정부사(參贊議政府事) 권근(權近) 등이 시연(侍宴)하여 연구(聯句)를 지어 창화(唱和)하고, 극진히 즐기고 밤에 파하였다. 이튿날 윤(崙) 등이 대궐에 나와 사은(謝恩)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5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64면
  • 【분류】
    왕실-사급(賜給) / 어문학-문학(文學) / 농업-전제(田制)

  • [註 033]
    용지(龍墀) : 대궐의 섬돌.
  • [註 034]
    정신(廷臣) : 조정의 신하. 곧 명나라 신하.

○丁亥/賜敎書于左政丞河崙及知議政府事李詹、參贊議政府事趙璞。 賜書曰:

惟卿道大德博, 見高識明, 向値危亂, 忘身奮義, 定社佐命, 功在盟府。 今天子新卽寶位, 遣使來告, 顧以群盜未息, 道途多梗, 一國臣僚爲之疑懼, 奉表稱賀, 實難其人, 而卿挺身許國, 再三固請, 奔走萬里, 親瞻天日, 陳賀龍墀。 遂與賀正使參贊議政府事趙璞、副介知議政府事李詹議曰: "天子旣與天下更始, 則吾王之爵命印章, 獨不可因舊也。" 於是申呈禮部, 轉達宸聽, 天子嘉其識時通變, 寵待優厚, 乃以誥命印章, 授廷臣都指揮使高得、左通政趙居任來錫命, 其有功於初終, 誠帶礪而難忘。 用錫田一百結、奴十口。 惟志其誠, 豈貴於物! 體予至意, 傳之永世。

又賜書, 田各六十結、奴各六口; 書狀趙末生李迹、押物房士良、通事曹士德梅原渚康邦祐宣存義等, 各賜田十五結。 使朴錫命命之曰: "卿等之功, 終始難報。 賜以田民若干, 非以此爲足以報其功也。" 等辭曰: "今誥命印章, 皆上之德也。 臣等何與焉! 且臣等今日之事, 臣之職也。 何敢受賜!" 上曰: "卿等入奏天子, 以遺我子孫萬世(無彊)〔無疆〕 之休, 是賜卿等田口, 使之傳諸子孫。 予受天子非常之命, 感謝之心, 何以著之! 卿等固辭, 予可慙矣。" 等乃受。

又賜等鞍馬, 設宴于淸和亭義安大君 安平府院君 李舒、判司平府事李稷、參贊議政府事權近等侍宴, 聯句唱和, 極懽夜罷。 翌日, 等詣闕謝恩。


  • 【태백산사고본】 2책 5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64면
  • 【분류】
    왕실-사급(賜給) / 어문학-문학(文學) / 농업-전제(田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