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의 조운선 34척이 바다에 침몰되다
경상도의 조운선(漕運船) 34척이 해중(海中)에서 침몰되어, 죽은 사람이 대단히 많았다. 만호(萬戶)가 사람을 시켜 수색하니, 섬[島]에 의지하여 살아난 한 사람이 이를 보고 도망하였다. 쫓아가서 붙잡아 그 까닭을 물으니, 대답하기를,
"도망하여 머리를 깎고, 이 고생스러운 일에서 떠나려고 한다."
하였다. 임금이 듣고 탄식하기를,
"책임은 내게 있다. 만인(萬人)을 몰아서 사지(死地)에 나가게 한 것이 아닌가? 닷샛날은 음양(陰陽)에 수사일(受死日)이고, 또 바람 기운이 대단히 심하여 행선(行船)할 날이 아닌데, 바람이 심한 것을 알면서 배를 출발시켰으니, 이것은 실로 백성을 몰아서 사지(死地)로 나가게 한 것이다."
하고, 좌우에게 묻기를,
"죽은 사람은 얼마이며, 잃은 쌀은 얼마인가?"
하니, 좌우가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대개 얼마인가?"
하니, 좌우가 대답하기를,
"쌀은 만여 석이고, 사람은 천여 명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쌀은 비록 많더라도 아까울 것이 없지마는, 사람 죽은 것이 대단히 불쌍하다. 그 부모와 처자의 마음이 어떠하겠는가? 조운(漕運)하는 고통이 이와 같으니, 선군(船軍)이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여 도망해 흩어지는 것은 마땅하다."
하였다. 우대언(右代言) 이응(李膺)이 말하기를,
"육로(陸路)로 운반하면 어려움이 더 심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였다.
"육로로 운반하는 것의 어려움은 우마(牛馬)의 수고뿐이니, 사람이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
- 【태백산사고본】 2책 5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1책 264면
- 【분류】교통-수운(水運)
○辛巳/慶尙道漕運船三十四隻, 沒于海中, 人死者甚衆。 萬戶使人搜之, 依島而生者一人, 見之而走, 追執之, 問其故, 答曰: "欲遯去薙髮, 離此苦也。" 上聞之, 嘆曰: "責乃在予。 豈非驅萬人就死地乎? 五日, 於陰陽爲受死, 且風氣甚惡, 非行船日也。 知其風惡而發船, 此實驅民而就死地也。" 問左右曰: "人之死者幾, 米之失幾?" 左右不能對。 上曰: "大槪幾何?" 左右對曰: "米則萬餘石, 人則千餘名。" 上曰: "米雖多, 不足惜也, 人之死者, 甚可憫也。 其室家之心, 爲如何也? 漕運之苦如此, 船軍不堪其苦, 而逃散宜矣。" 右代言李膺曰: "陸轉則其難尤甚。" 上曰: "其爲陸轉之難者, 乃以牛馬之勞耳, 不猶愈於人之死乎?"
- 【태백산사고본】 2책 5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1책 264면
- 【분류】교통-수운(水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