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관에 가서 사신에게 잔치를 베풀고 말 2필씩을 주다
임금이 태평관에 가서 사신에게 잔치를 베풀고, 말 두 필씩을 주었다. 황엄(黃儼)·고득(高得) 등이 대궐에 이르러 금강산에 갔다 온 것을 사례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관(館)에 나가 금강산의 경치를 물으려고 하였는데, 지금 천사께서 먼저 왔으니, 마음에 황송하오."
하였다. 엄 등이 말하기를,
"금강산의 왕반(往返)에 전하께서 사람을 시켜 궁시(弓矢)를 갖추어 호위하게 하시고, 선수(膳羞)를 갖추어 먹여 주시었으니, 우리들은 참으로 감사하였습니다."
하니, 임금이 다례(茶禮)를 행하였다. 돌아간 뒤에 임금이 관(館)에 나가 잔치를 베풀고, 말과 흑마포(黑麻布)·백저포(白苧布)·인삼(人蔘)·화석(花席) 등을 주니, 거임(居任)만은 받지 않았다. 엄(儼)이 말하기를,
"말 한 필이 좋지 못합니다."
하니, 임금이 명하여 좋은 말로 바꾸어 주었다. 조천보(曹天寶)가 마음속으로 불평하매, 엄(儼)이 천보에게 마시기를 권하니, 천보가 잔치상을 가리키며 말하기를,
"상에 가득한 일흔 두 그릇에 먹을 만한 것이 없다."
하니, 엄(儼)이 말하기를,
"국왕께서 성심으로 자네를 대접하는데, 자네가 이런 말을 하니, 견마(犬馬)와 다를 것이 없다."
하였다. 천보가 노하여 말하기를,
"나도 역시 황제의 명령을 받고 왔는데, 자네가 어째서 나를 욕하는가?"
하고, 사모를 벗어 엄의 앞에다 던졌다. 엄이 한참 있다가 말하였다.
"이런 사람을 어찌 따질 게 있나?"
- 【태백산사고본】 2책 5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64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사급(賜給) / 외교-명(明)
○壬申/上如太平館, 宴使臣, 贈馬各二匹。 黃儼、高得等至闕, 謝金剛山之行, 上曰: "予欲詣館, 問金剛山景槪, 今天使先來, 中心是惶。" 儼等曰: "金剛山往還, 殿下使人備弓矢以捍衛, 具膳羞以饋餉, 吾誠感之。" 上行茶禮。 旣還, 上詣館設宴, 贈馬及黑麻布白苧布人蔘花席等物, 獨居任不受。 儼曰: "馬一匹不善。" 上命換以善馬。 曹天寶心不平, 儼勸天寶飮, 天寶指其案曰: "滿案七十二器, 無可食者。" 儼曰: "國王誠心饋汝, 汝言如此, 與犬馬無異。" 天寶怒曰: "我亦承帝命而來, 汝何辱我乎?" 脫其帽投之儼前。 儼旣而言曰: "此兒安足數也!"
- 【태백산사고본】 2책 5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64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사급(賜給) /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