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인장·칙서를 가지고 황제의 사신 일행이 도착하다
도지휘(都指揮) 고득(高得)·통정사(通政司) 좌통정(左通政) 조거임(趙居任)과 환관 태감(宦官太監) 황엄(黃儼)·조천보(曹天寶)와 본조(本朝)의 환자(宦者) 주윤단(朱允端)·한첩목아(韓帖木兒) 등이 고명(誥命)·인장(印章)과 칙서(勅書)를 싸 가지고 이르니, 산붕(山棚)을 베풀고, 결채(結彩)하고, 나례(儺禮)를 갖추었다. 임금이 면복(冕服) 차림으로 군신을 거느리고 서교(西郊)에서 맞아 대궐에 이르러 예(禮)를 행하고, 고명과 인장을 받았다. 봉천 승운 황제(奉天承運皇帝)는 제(制)하노라.
"짐(朕)은 생각건대, 왕자(王者)가 천명(天命)을 받으매 육합(六合)을 통일하여 한 집[一家]이 되고, 천도(天道)는 평등하게 사랑[同仁]하여 만방(萬方)을 일체로 본다. 그러므로 땅의 멀고 가까움이 없이 사람들이 모두 사모하고 복종한다. 우리 황고(皇考) 태조 고황제(太祖高皇帝)께서 크게 천명에 응하시어 환구(寰區)017) 를 창조하시매, 온 세상이 모두 신하로 순종하였다. 너희 조선국이 동번(東藩)에 있어 먼저 성교(聲敎)018) 를 입어, 직공(職貢)의 예(禮)가 건위(愆違)019) 한 것이 적었다. 그러므로 조정에서 여러 번 은총의 물품[寵物]을 내리었다. 짐(朕)이 통어(統御)하던 처음에 너 【휘(諱).】 가 깊이 황고(皇考)의 은혜를 생각하고 내부(乃父)020) 의 교훈을 이어받아 곧 표주(表奏)를 진달하여 직공(職貢)을 다해 내정(來庭)하였다. 이 충성을 생각하매 참으로 가상(嘉尙)하다. 이에 너를 명하여 조선 국왕으로 삼고 인장(印章)을 주어, 길이 모토(茅土)021) 로 갚는다. 아아! 나라를 보전하고 백성을 편안히 하여, 공경하여 하늘을 두려워 하는 도를 지키고, 울타리가 되고 병풍이 되어, 후손에게 남길 규모(規模)를 꾀하라. 그 위(位)가 실로 어려우니 짐의 말을 믿으라. 게으르지 말고 거칠지 말아, 너는 공경할지어다."
- 【태백산사고본】 2책 5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61면
- 【분류】외교-명(明) / 왕실-의식(儀式) / 어문학-문학(文學)
- [註 017]환구(寰區) : 천지(天地) 곧 나라.
- [註 018]
성교(聲敎) : 덕화(德化).- [註 019]
건위(愆違) : 과실(過失).- [註 020]
내부(乃父) : 너의 아비.- [註 021]
모토(茅土) : 옛날 제왕(帝王)으로부터 받는 영지(領地). 한대(漢代)에 임금이 제후(諸侯)를 봉(封)할 때 오행설(五行說)에 의하여 그 방면(方面)의 색깔[東則靑·西則白·南則赤·北則黑]의 흙을 흰 띠풀로 싸서 주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甲寅/都指揮高得、通政司左通政趙居任及宦官太監黃儼ㆍ曹天寶、本朝宦者朱允端ㆍ韓帖木兒等, 齎誥命印章勑書至, 設山棚結彩備儺禮, 上具冕服, 率群臣迎于西郊, 至闕行禮, 受誥命印章。
奉天承運皇帝制曰:
朕惟王者受命, 混六合爲一家, 天道同仁, 視萬方爲一體, 所以地無遐邇, 人咸景從。 我皇考太祖高皇帝, 誕膺天命, 肇造寰區, 薄海內外, 悉皆臣順。 爾朝鮮國, 居東藩, 聿先聲敎, 職貢之禮, 少有愆違, 故在朝廷屢降寵錫。 肆朕統御之始, 爾諱深念皇考之恩, 遵承乃父之訓, 卽陳表奏, 效職來庭。 眷此忠誠, 良足嘉尙。 玆用命爾爲朝鮮國王, 錫以印章, 永胙茅土。 於戲! 保國安民, 恪守畏天之道; 作藩樹屛, 式謀貽後之規。 厥位寔艱, 朕言惟允, 毋怠毋荒, 爾其欽哉!
- 【태백산사고본】 2책 5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61면
- 【분류】외교-명(明) / 왕실-의식(儀式) / 어문학-문학(文學)
- [註 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