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臺諫)이 교장(交章)하여 시무(時務) 두어 조목을 올리었다.

"1. 전자(前者)에 회안(懷安) 부자(父子)를 제주(濟州)로 옮겨 두자는 일로 두 번이나 청하였사온데, 전하께서 해도(海島)는 멀리 막혔다고 하여 윤허치 않으시고, 순천(順天) 성내(城內)에 옮겨 두게 하시었으나, 신 등은 생각건대, 자고로 화란(禍亂)이란 으레 생각이 미치지 못한 데서 생기는 것입니다. 근자에 실지(失志)한 무리들이 틈을 타서 가만히 일어나, 변고(變故)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 있사온데, 만약 급한 일이 있다면 장차 어떻게 제어하겠습니까? 이것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물며 그 복종(僕從)을 감(減)하고 출입을 금하였으니, 회안(懷安)은 반드시 스스로 편안치 못할 것입니다. 원컨대 전에 청한 바와 같이 제주(濟州)로 옮겨 두어, 그 산업(産業)을 온전하게 하여 천년(天年)을 마치게 하소서.

1. 동북면(東北面) 함주(咸州) 등처에 ‘가별치(加別赤)’라고 이름하는 것이 모여서 일당(一黨)이 되어 국가의 역사에 이바지하지 않고, 따로 가병(家兵)을 만들어서 사사로이 서로 결탁하여 방자하게 호기(豪氣)를 믿고 날뛰어, 주현(州縣)에서 금제(禁制)하지 못한 지가 이미 여러 해가 되었습니다. 이번에 적신(賊臣) 조사의(趙思義) 등이 변란(變亂)을 꾀하던 처음에 오로지 이들 무리에게 힘을 입어서 당원(黨援)을 삼고 임의로 병혁(兵革)을 일으켜, 거의 사직(社稷)을 위태하게 하였으니, 만일 혁파하여 없애지 않으면 다시 이런 변이 있을까 두렵습니다. 일체 모두 혁파하여 없애어 국가의 역사에 이바지하게 하소서.

1. 명위(名位)는 국가의 이기(利器)여서 가볍게 허가(虛假)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전조(前朝) 말년에 첨설(添設)이 성행하여 진가(眞假)가 분별이 없어, 사람들이 관작(官爵) 보기를 진흙이나 모래와 같이 하고, 공(功)이 없이 등급을 뛰어 분수에 지나치게 받은 자가 열에 여덟·아홉은 되기 때문에, 국가에서 그 폐단을 이기지 못하여, 말[馬]을 징수하는 벌까지 있었습니다. 전하께서 즉위하신 이래로 이 폐단을 개혁해 없애어 명위(名位)를 바루었으니, 참으로 아름다운 뜻이었습니다. 지금 들으니 첨설(添設)을 거행하여 군사(軍士)를 위로한다 하니, 신 등은 두렵건대, 관직의 범람이 다시 전날과 같을까 염려됩니다. 또 더구나 지금 군사가 공전(攻戰)의 공(功)이 없으니, 후일에 만일 승첩(勝捷)을 바치는 사람이 있으면 장차 무엇으로 상을 주시렵니까?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우선 이를 거행하는 것을 정지하시어 공이 있는 사람을 기다리소서."

그대로 윤허하였으나, 회안(懷安)을 옮겨 두자는 일만은 윤허하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2책 4권 26장 A면【국편영인본】 1책 253면
• 【분류】
  사법(司法) / 정론(政論) / 재정-역(役)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변란(變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