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상왕이 사신 온전에게 징파 나루에서 잔치를 베풀다
태상왕이 사신 온전(溫全)에게 징파도(澄波渡)에서 잔치를 베풀었다. 전(全)이 금강산(金剛山)에서 돌아오매, 태상왕이 중로(中路)에서 청(請)하여 잔치를 베풀었다. 임금이 기생과 풍악을 보내고, 또 종친(宗親)과 별시위(別侍衛)를 보내어 호종하게 하였다. 태상왕이 별시위를 거느리고 동북면(東北面)에 행차하려고 하니, 변현(邊顯) 등이 아뢰기를,
"주상께서, 전하가 사신을 보려고 하시기 때문에 신 등을 보내어 시위(侍衛)하게 한 것이고, 처음에는 거가를 따라 깊이 먼 지방까지 들어간다는 사실은 알지 못하였습니다. 하물며 자량(資糧)의 준비가 넉넉지 못하니, 멀리 대가(大駕)를 따르기가 실로 어렵습니다."
하였다. 태상왕이 말하기를,
"너희들은 모두 내가 기른 군사인데, 지금 어찌하여 나를 배반하느냐?"
하고, 인하여 눈물을 흘리니, 변현 등이 마지못해 따랐다. 태상왕이 보개산(寶蓋山)의 심원사(深源寺)로 향하려고 하다가 그만두고, 안변(安邊)의 석왕사(釋王寺)로 향하려고 하였다. 임금이 태상왕께서 북쪽으로 거둥한다는 말을 듣고 중로(中路)에 나가서 온전(溫全)을 맞아 위로하고, 인하여 태상왕의 행재소(行在所)에 나가 전송하려고 하니, 대제학 이직(李稷)이 우정승 이무(李茂)에게 말하기를,
"요동(遼東)에서는 비록 일개의 지휘(指揮)가 출성(出城)하더라도 오색(五色) 군용(軍容)이 매우 성(盛)한데, 지금 주상께서 다만 천여 인만 거느리고 사신(使臣)을 초차(草次)에서 만나보는 것이 어떠할는지요?"
하였다. 무(茂)가 옳다고 하고, 곧 대궐에 나아가 갖추 아뢰고 거가(車駕)를 정지하기를 청하니, 임금이 그대로 따르고, 지신사(知申事) 박석명(朴錫命)을 보내어 태상왕께 고(告)하기를,
"부왕(父王)께서 이미 두 사신을 보시고 도로(道路)에서 영송(迎送)하시었으니, 상(上)·부사 신(副使臣)도 또한 보시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상·부사 신이 모두 뵙기를 원하오니, 한번 서울에 오셔서 사신과 서로 접견(接見)하시기를 바랍니다."
하였다. 태상왕이 말하기를,
"사신이 오면 보고, 반드시 가서 볼 필요는 없다."
하였다. 임금이 태상왕의 향하는 곳을 알지 못하여 사람을 시켜 살피었으므로, 〈사람의 행렬이〉 길에 잇닿았다.
- 【태백산사고본】 2책 4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49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의식(儀式) / 외교-명(明)
○太上王宴使臣溫全于澄波渡。 全還自金剛山, 太上王要於路設宴, 上遣妓樂, 又遣宗親及別侍衛以從焉。 太上王欲率別侍衛, 以幸東北面, 邊顯等啓曰: "上以殿下欲見使臣, 故遣臣等侍衛, 初不知隨駕深入遠方。 況資糧之備不給, 遠行隨駕實難。" 太上王曰: "汝輩皆吾養士, 今何背我乎?" 因泣下, 顯等不得已而從焉。 太上王欲向寶蓋山 深源寺, 不果, 欲向安邊 釋王寺。 上聞太上王欲北幸, 欲出中路, 迎慰溫全, 仍詣太上行在奉餞。 大提學李稷言於右政丞李茂曰: "遼東雖一指揮出城, 五色軍容甚盛。 今上但率千餘人, 見使臣於草次如何?" 茂曰: "然。" 卽詣闕具陳, 請停駕, 上從之。 遣知申事朴錫命, 告于太上王曰: "父王旣見二使臣, 而迎送於道路, 則上副使臣, 亦不可不見也。 且上副使臣皆願得見, 幸一來于京, 與使臣相接。" 太上王曰: "使臣來則見之, 不必往見也。" 上不知太上王所向, 使人候之, 相望於道。
- 【태백산사고본】 2책 4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49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의식(儀式) /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