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심하자 죄수를 석방하고 무녀·소경·중들이 비를 빌게 하다
문무 신료(文武臣僚)에게 명하여 각각 시정(時政)의 폐단을 말하게 하고, 서울과 외방의 이죄(二罪) 이하의 죄수들을 석방하고, 저자[市]를 옮기고, 무녀(巫女)들을 사평부(司平府)에, 소경[瞽者]들을 명통사(明通寺)에, 승도(僧徒)를 연복사(演福寺)에 모아 비를 빌었다. 임금이 말하기를,
"지금 이렇게 가뭄이 심하므로, 내 생각에 반드시 말하는 자가 있으리라 여기고 이를 기다린 지 며칠이 되었으나, 한 사람도 가뭄에 대하여 언급하는 자가 없기에, 내가 먼저 발설하였다. 그런 뒤에야 여러 신하들이 기도(祈禱)를 서두르니, 어찌 그리 늦은가? 어제 통사(通事) 원민생(元閔生)이 서북면(西北面)에서 왔으므로 지나온 곳을 물어 보았더니, 화곡(禾穀)이 다 말랐다고 한다. 어째서 비가 이토록 내리지 않는가? 내가 마음이 아프다. 지난번에 화곡이 무성하다고 고(告)한 자가 매우 많았고, 간혹 무성하지 못하다고 고한 자도 있었는데, 내가 뜬소문을 가지고 근심하고 즐거워하지 않지마는, 어찌하여 곡직(曲直)이 이와 같은가?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참람(僭濫)하면 항상 볕이 난다.’하였다. 내가 대국(大國)을 섬기는 데 있어 결코 참람한 생각이 없으니, 나라 안에 어찌 참람한 신하가 있어 이토록 비가 내리지 않는단 말인가. 하늘도 참으로 헤아리기 어렵다."
하였다. 판승추부사(判承樞府事) 조영무(趙英茂)가 대답하기를,
"이것은 중국(中國)의 여열(餘烈)이니, 우리가 근심할 것이 아닙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아니다. 예전 사람은 재앙을 만나면 반드시 자기에게 책망하고 남에게 돌리지 않았다."
하니, 영무가 말이 없었다. 임금이 하윤(河崙)에게 이르기를,
"요즈음 백성에게 불편한 것이 무슨 일인가? 저화(楮貨)를 행하여서 그러한 것이 아닌가?."
하니, 대언(代言) 이응(李膺)이 말하기를,
"저화는 백성들이 이미 편하게 여깁니다."
하였다. 윤(崙)이 말하기를,
"전하께서 조심[恐懼]하여 수성(修省)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다시 수성(修省)을 더하자면 무슨 방법이 있는가?"
하였다. 윤이 말하기를,
"우리 나라 사람들이 노비를 아끼기를 수족과 같이 하는데, 지금 말하기를, ‘신사년 8월 이전에 이미 관청의 판결을 거친 것은 비록 오결(誤決)이 있더라도 다시 정소(呈訴)하지 말라.’고 하니, 이것이 원통하고 억울함이 큰 것입니다. 청컨대 다시 주장관(主掌官)에게 명하여 전법(前法)에 의하여 판결하게 하면 인심이 조금 안정될 것입니다."
하였다. 대언(代言) 박신(朴信)이 말하기를,
"송사(訟事)의 결단(決斷)이 기한이 없으면 마침내 끝날 날이 없습니다."
하니, 윤이 말하기를,
"이것이 백성들이 원망하는 말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윤에게 묻기를,
"지금 유성(流星)의 변괴(變怪)란 무엇인가?"
하니, 윤이 대답하기를,
"그 유성은 천사성(天駟星)인데, 천사(天駟)는 천자(天子)의 말[馬]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전일에 내구마(內廐馬) 3필이 죽은 것이 아마 이 응험(應驗)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였다. 임금이 가뭄을 근심하여 초하룻날부터 하루에 한 번씩 수라를 들고 눈물을 흘렸으며, 공상(供上)을 위한 사냥[田獵]을 파하도록 명하였다. 지신사(知申事) 박석명(朴錫命)이 말하기를,
"한 나라의 수백 사람으로서 전하를 봉양하니, 폐가 될 것이 없습니다."
하였으나, 듣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2책 4권 1장 A면【국편영인본】 1책 240면
- 【분류】사법-행형(行刑)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상업(商業) / 정론(政論) / 재정-상공(上供)
○命文武臣僚, 各陳時政之弊。 釋京外二罪以下囚; 徙市; 聚巫女于司平府, 瞽者于明通寺, 僧徒于演福寺禱雨。 上曰: "今玆旱甚, 予謂必有言之者, 待之有日矣, 無一人言及旱者。 予乃先發, 然後群臣汲汲於祈禱, 何其晩哉! 昨日通事元閔生來自西北面, 問其所歷, 禾穀皆枯槁。 何不雨至此極也! 予所痛心也。 往者告禾穀之盛者頗多, 間有告以未盛者, 予固不以浮言爲憂樂。 何曲直若是哉! 《書》曰: ‘曰僭恒暘。’ 若予於事大, 固無僭越之念, 國中豈有僭越之臣, 不雨至此? 天固難忱。" 判承樞府事趙英茂對曰: "是則中國餘烈, 非我所憂。" 上曰: "非也。 古人遇災, 必責之於己, 不歸之於人。" 英茂默然。 上謂河崙曰: "方今未便於民何事? 無乃行楮貨之致然歟?" 代言李膺曰: "楮貨則百姓已便之矣。" 崙曰: "殿下恐懼修省。" 上曰: "更加修省, 有何道歟?" 崙曰: "我國人愛奴婢如手足, 今謂自辛巳年八月以前已經官決者, 雖有誤決, 毋得更呈, 此冤抑之大者。 請更命主掌官, 依前法決之, 人心稍安。" 代言朴信曰: "決訟無限, 則終無已日。" 崙曰: "此乃百姓所怨之言也。" 上問崙曰: "今流星之異何如?" 崙對曰: "此流星, 天駟星也。 天駟, 天子之馬也。" 上曰: "前日廐馬三匹死, 疑其此應也。" 上憂旱, 自朔日日一御膳, 流涕, 命罷供上田獵。 知申事朴錫命言: "以一國數百人奉殿下, 不足爲弊。" 不聽。
- 【태백산사고본】 2책 4권 1장 A면【국편영인본】 1책 240면
- 【분류】사법-행형(行刑)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상업(商業) / 정론(政論) / 재정-상공(上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