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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 3권, 태종 2년 6월 18일 경오 2번째기사 1402년 명 건문(建文) 4년

승니로서 나이 젊은 사람을 환속하게 하자는 예조의 상소문

예조에서 상소하여 승니(僧尼)로서 나이 젊은 사람은 머리를 기르게 하자고 청하였다. 상소는 이러하였다.

"불씨(佛氏)의 도는 청정 과욕(淸淨寡欲)을 종지(宗旨)로 삼습니다. 이제 그 무리들이 정욕을 방사(放肆)하여 이르지 않는 것이 없으면서[無所不至]도, 좋은 일이라 일컬어 어리석은 백성들을 속이고 꾀어 재화(財貨)를 거둬들이고 모두 다 자신(自身)의 의식(衣食)의 계책으로 삼고 있습니다. 심한 자는 불사(佛事)는 행하지 않고 사사로이 처자(妻子)까지 부양하고 있으니, 그 사도(師道)에 대해 훈유(薰蕕)068) ·빙탄(氷炭)069) 과 같이 상반(相反)될 뿐만 아니라 또한 그 의식(衣食)도 귀신이 가져다 준 것이 아니라, 모두가 백성들의 경직(耕織)070) 에서 나온 것인데도 요역(徭役)을 도피(逃避)하니, 매우 무리(無理)합니다. 원컨대 이제부터는 경중(京中)에 도량(道場) 2, 3처(處)를 설치하고, 계행(戒行)이 있고 청정(淸淨)한 자를 택하여 액수(額數)를 정해서 여기에 살게 하고, 외방(外方) 각도(各道)에는 도회소(都會所)를 설치하되 경중(京中)의 예(例)와 같이 하소서. 그리고 승도(僧徒)들로서 나이가 젊은 사람은 머리를 기르게 하여 백성으로 삼고, 승니(僧尼)로서 나이가 젊은 사람은 남편이 죽어서 수신(守信)하는 자를 제외하고는 또한 집으로 돌아가게 하여 머리를 기르고 시집가도록 허용하소서."

의정부에 내려 의논해서 아뢰도록 하였다. 의정부에서 사평부·승추부와 더불어 함께 의논하여 말하기를,

"무릇 승니(僧尼)는 재주를 시험[試才]하여 도첩(度牒)을 발급해 주고 삭발(削髮)하도록 허용함이 《육전(六典)》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무식(無識)한 무리들이 국령(國令)을 따르지 아니하고 몰래 투신(投身)하여 머리를 깎는 자가 매우 많습니다. 그러나 일시에 그들을 도태시킨다면 소동이 없지 않을 것이오니, 이 뒤로는 양민(良民)으로서 만약 자원하여 삭발할 자가 있으면 그 부모 일족이 각각 그 이유를 갖추어 경중(京中)은 한성부(漢城府)와 유후사(留後司)에 진고(陳告)하고, 외방(外方)에서는 본관(本官)에 진고(陳告)하게 하여 도관찰사(都觀察使)에게 보고하고, 도관찰사는 의정부에 전보(傳報)하여 예조에 내려보내어 본관(本貫)과 사조(四祖)를 고찰하게 하여 적당한 자에 한하여 이름을 갖추어 재가를 받은 뒤에 승록사(僧錄司)로 이관(移關)하여 도첩(度牒)을 주게 하고 삭발하도록 허락하소서. 여전히 영(令)을 위반하고 삭발한 자는 가까운 이웃[切隣]과 이정(里正)으로 하여금 고발하게 하고, 만약 고발하지 아니하여 다른 사람이 고하게 되면, 호주(戶主)·이정(里正)과 그 사승(師僧)을 판지(判旨)를 좇지 않은 율(律)로써 논(論)하고, 이를 깨우치고 살피지 못한 수령(守令)도 역시 율에 의하여 논죄하고, 범인의 재산은 몰수하여 절반은 고발한 사람에게 상급(賞給)으로 주소서. 경외(京外) 각종(各宗)의 사사(寺社)에는 주지(住持)란 이름을 없애고 종문(宗門)의 도반(道伴)을 구애치 말고 계행(戒行)이 있고 청정(淸淨)한 사람을 택해서 주법(主法)으로 삼으소서. 그 주법이 될 자는 승록사(僧錄司)에서 각 종문(宗門)의 중망(衆望)071) 을 갖추어 의정부에 보고하고 의정부에서 계문(啓聞)하여 시행하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였다.

"승니의 일은 대사(大事)이기에 이를 3부(府)에서 의논하라고 내려보냈더니, 3부의 의논은 승도들로 하여금 그 도(道)에 더욱 정통(精通)하게 하여 숭신(崇信)케 하였다. 비록 승도들로 하여금 한 절[寺]에 모여 있게 한다 하더라도 기타의 사사(寺社)에서 모두 전과 같이 노비를 둔다면 어찌 전일과 다르겠는가? 다만 주지의 이름만 바꾼 것뿐이다."


  • 【태백산사고본】 1책 3권 36장 A면【국편영인본】 1책 239면
  • 【분류】
    사상-불교(佛敎)

  • [註 068]
    훈유(薰蕕) : 향내나는 풀과 구린내 나는 풀.
  • [註 069]
    빙탄(氷炭) : 얼음과 숯.
  • [註 070]
    경직(耕織) : 논밭을 가는 것과 베를 짜는 것.
  • [註 071]
    중망(衆望) : 여러 사람의 후보자.

○禮曹上疏請髮僧尼壯者。 疏曰:

佛氏之道, 以淸淨寡欲爲宗, 今其爲徒者, 放情肆欲, 無所不至, 稱爲善事, 誑誘愚俗, 聚斂財貨, 皆爲自身衣食之計。 甚者不作佛事, 私養妻子, 於其師道, 不啻如薰蕕氷炭之相反。 且其衣食, 非神輸鬼轉, 皆出於吾民之耕織, 而逃避徭役, 甚爲無理。 願自今於京中, 置道場二三處, 擇戒行淸淨者, 定額數使居之; 外方各道, 置都會所如京中例。 其僧徒年壯者, 長髮爲民; 尼壯者, 除夫亡守信者外, 亦使歸(宗)〔家〕 長髮, 許令適人。

下議政府擬議以聞。 政府與司平承樞府同議:

凡僧尼試才行給度牒, 許令削髮, 《六典》所載, 無識之徒, 不遵國令, 潛投剃髮者頗多。 然一時沙汰, 則不無(搔動)〔騷動〕 , 今後凡良民, 如有自願削髮者, 其父母一族, 各具其由陳告, 京中漢城府留後司, 外方本官報都觀察使, 傳報議政府, 下禮曹考本貫四祖, 其限當者, 具名受判, 移關僧錄司, 給度牒, 方許削髮, 如前違令削髮者, 令切隣及里正現告。 若不現告, 而他人告, 則戶主里正及其師僧, 以判旨不從論, 其失覺察守令, 亦照律論罪, 籍沒犯人家産, 爲半賞給告者。 京外各宗寺社, 除住持之名, 不拘宗門道伴, 擇戒行淸淨者爲主法, 其爲主法者, 僧錄司備各宗衆望, 報政府啓聞施行。

上曰: "僧尼之事, 大事也。" 下其議於三府。 三府之議:

是使僧徒益精於其道而崇信之也。 雖令僧徒會於一寺, 其他寺社, 皆仍舊有奴婢, 則何異於前日乎? 但改住持之名而已。


  • 【태백산사고본】 1책 3권 36장 A면【국편영인본】 1책 239면
  • 【분류】
    사상-불교(佛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