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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 2권, 태종 1년 12월 5일 기미 1번째기사 1401년 명 건문(建文) 3년

가묘·특사 등에 관한 대사헌 이지의 건의를 의정부에 내리다

사헌부 대사헌 이지(李至) 등이 두어 가지 조목을 상소로 진달하였는데, 소(疏)는 이러하였다.

"1. 가묘(家廟)의 법은 엄하게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전에 부모를 섬기는 자는 살아서는 효도를 다하고, 죽으면 살아서 봉양하던 것보다 후하게 하여 섬기기를 생존한 것같이 하되, 종신토록 게을리 하지 않았으니, 이것은 그 부모를 죽은 것으로 여기지 않는 뜻입니다. 부도(浮屠)088) 의 속화설(速化說)이 행해지면서부터 남의 자식된 자는 간사한 말에 혹하여, 부모가 죽으면 부처에게 천거하여 천당(天堂)에서 산다고 생각하고, 상(喪)을 마친 뒤에는 공허(空虛)한 것에 붙이고 다시 사당[廟]을 세워 섬기지 않으니, 그러므로, 국가에서 풍속이 날로 박(薄)하여지는 것을 염려하여 매양 명령을 내리매, 반드시 가묘(家廟)의 영(令)을 먼저 하여 백성의 덕이 후한 데로 돌아가게 하려고 한 지가 이미 여러 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즐겨 행하는 자가 없으니, 대개 이단의 사설(邪說)이 굳어져서 깨뜨릴 수 없고, 또는 시설(施設)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신 등은 생각건대, 왕성(王城)은 풍화(風化)의 근원이요, 다스리는 근본이니, 사대부의 집으로 하여금 먼저 행하게 한 뒤에 그 나머지도 행하게 하면, 무엇이 행하여지지 않겠습니까? 또 도성(都城) 안은 집이 협착하여 사당을 설치하기가 어려우니, 따로 궤(樻) 하나를 만들어 신주(神主)를 넣어서 깨끗한 방에다 두게 하여 간편한 것을 따르게 하고, 외방(外方)에는 각각 주(州)·부(府)·군(郡)·현(縣)의 공아(公衙) 동쪽에다 임시로 사당(祠堂)을 설치하여 명(命)을 받고 나가는 수령이 적장자(嫡長子)라면 신주(神主)를 받들고 부임하게 하고, 적장이 아니면 또한 주현(州縣)의 사당에서 지방(紙榜)을 써서 행례(行禮)하게 하고, 조정에 있든지 외방에 있든지 사당의 제사를 주장하는 자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분향 재배(焚香再拜)하고, 출입할 때에 반드시 고(告)하며, 모든 제의(祭儀)를 한결같이 《문공가례(文公家禮)》에 의하여 아랫사람에게 보이면, 권면하지 않고도 자연히 교화가 백성에게 미칠 것입니다. 비록 본래부터 사당을 세우지 않은 자라도 반드시 이로부터 흥기(興起)할 것입니다. 서울에서는 명년 정월부터, 외방에서는 2월부터 시작하여 거행하게 하고, 따르지 않는 자는 헌사(憲司)에서 규리(糾理)하여 파직한 연후에 계문(啓聞)하게 하소서.

1. 사(赦)라는 것은 소인의 다행이요, 군자는 불행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赦)가 없는 나라는 그 정치가 반드시 공평하여, 다스리는 도(道)는 착한 것을 권하고, 악한 것을 징계하며, 어진 사람을 쓰고, 간사한 사람을 버리는 데에 있습니다. 생각건대, 전하께서 천조(踐祚)089) 하신 이래로 예제(禮制)가 밝아지고 형벌과 상이 공평하여, 성치(盛治)가 예전만 못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매양 경절(慶節)을 당하거나 재이(災異)를 만나면 반드시 사유(赦宥)를 내리시니, 어진 은택[仁恩]이 미치는 바가 넓어졌습니다. 대저 보통 사람의 정(情)은 처음 만나고 두 번 만나면 그 마음이 변하고, 세 번 만나면 그 마음이 평상과 같아집니다. 그러므로, 악한 짓을 하는 마음이 고쳐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혹은 사유가 가까운 날을 기다려서 또 그 악한 짓을 자행하면, 간사하고 속이는 풍속이 어디로부터 없어지겠습니까? 이리하여 곧 착한 자는 게을러지고, 악한 자는 방자하여져서 거듭 천심을 잃으니, 불가하기 그지없습니다. 재앙을 그치게 하는 도(道)에 있어 어떠하겠습니까? 대개 어짊과 은혜[仁恩]가 너무 지나치고, 형사(刑事)와 정사(政事)가 닦아지지 않으면, 작은 사고가 아닙니다. 원컨대 자주 사유하여 소인을 다행하게 하지 마옵소서.

1. 모시고 거둥하실 때에 각사(各司)에서 시위(侍衛)하는 반열(班列)이 시신(侍臣)이 가장 대가(大駕)에 가깝고, 의정부·육조(六曹) 각 품(品) 및 참외(參外)가 차례로 따르고, 감찰(監察) 두 사람이 뒤를 따라 검찰(檢察)하기 때문에, 반차(班次)에 있어 고과(考課)하는 바가 없어 행렬이 정제하지 못하고, 선후가 차서(次序)를 잃으니, 불경하기가 그지없습니다. 원컨대, 이제부터 수반(隨班)의 고과는 형조(刑曹)가 비록 탄핵의 직임은 아니나, 집법(執法)한 관사로서 각품 가운데에 있으니, 행렬을 잃고 차서를 떠나는 것을 고찰하게 하고, 심히 불경한 자는 영사(令史)를 보내어 헌사(憲司)에 달려가 고하여, 헌사에서 불법한 것을 규리(糾理)하게 하면, 조반(朝班)이 엄숙하여질 것입니다.

1. 서북면(西北面)은 나라의 번병(藩屛)이므로 타도(他道)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지난해에 백성들이 농업을 실패하여 기근(飢饉)이 거듭 이르고, 금년에는 사신(使臣) 왕래의 번다(煩多)함이 다른 날의 배나 되고, 재백(財帛)의 수운(輸運)과 마필(馬匹)의 공헌(貢獻)이 전후로 끊이지 아니하여, 그 송영(送迎)하고 공억(供億)할 때에 수령의 분주함과 아전의 곤궁함은 이루 말할 수 없으니, 만일 진휼(賑恤)하고 포상(褒賞)하지 않는다면, 사민(士民)이 실망할 것입니다. 원컨대 미리 명년에 진휼하고 꾸어줄 의논을 내리시어 생민(生民)의 명(命)을 살리시고, 당해(當該) 관(官)에 있는 자는 개월(箇月)의 상례(常例)에 구애하지 마시고, 능하고 능하지 못한 것을 포폄의 차례로 혹은 경관(京官)에 탁용(擢用)하고, 혹은 질(秩)을 높이어 그대로 지키게 하여 수령의 마음을 권(勸)하게 하소서."

의정부에 내려서 의논하여 아뢰게 하니, 정부(政府)에서 사평부(司平府)·승추부(承樞府)와 함께 의논하기를,

"가묘(家廟)의 제도는 예전(禮典)에 상고하면, 수령(守令)과 명령을 받고 출사(出使)하는 자가 신주(神主)를 받들고 부임하는 예(例)가 없으니, 한결같이 《경제육전(經濟六典)》에 따라 장신(狀申) 안에 정한 시기대로 서울과 외방에서 거행하게 하고, 자주 사유(赦宥)를 내리지 말자는 것은 장신(狀申)의 뜻대로 행하게 하고, 모시고 수반(隨班)할 때에 비위(非違)가 있는 자는 형조(刑曹)로 하여금 직접 고찰하고 헌사(憲司)에 치고(馳告)하지 말게 하고 서북면(西北面)에 진제(賑濟)하자는 것은 지난 9월 일에 사간원(司諫院)의 장신(狀申)으로 인하여 삼부(三府)가 함께 의논하여 수판(受判)한 내용대로 시행하고, 수령(守令)을 개월(箇月)에 구애하지 말고 탁용하자는 일도 또한 《경제육전》에 의하는 것이 편합니다."

하여, 그대로 윤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18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사상-유학(儒學) / 사법-행형(行刑)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구휼(救恤) / 풍속(風俗) / 외교(外交)

  • [註 088]
    부도(浮屠) : 불교.
  • [註 089]
    천조(踐祚) : 임금의 자리를 이음.

○己未/司憲府大司憲李至等, 疏陳數條。 疏曰:

一, 家廟之法, 不可不嚴也。 古之事親者, 生則致其孝, 歿則當厚於生養, 事之如存, 終身不怠, 此不死其親之義也。 自浮屠速化之說行, 而爲人子者惑於邪說, 親歿則薦之於佛, 以爲得生天堂, 除喪之後, 付之空虛, 不復廟而事之, 故國家慮風俗之日薄, 每下旨必先家廟之令, 欲民德之歸厚, 旣有年矣。 然未有樂而行之者, 蓋異端之邪說, 堅不可破, 亦或未知施設之方也。 臣等竊謂王城, 風化之源, 出治之本也。 令士大夫家先行之, 而後及其餘, 則何所不行乎? 且都城之內, 室宇逼側, 難以置廟, 別爲一(樻)〔櫃〕 , 以藏神主, 置於淨室, 以從簡便; 外方則各於州府郡縣公衙之東, 假設祠堂, 受命出守者, 爲嫡長則奉神主而之任, 非嫡長則亦於州縣祠堂, 用紙牌行禮。 其在朝在外主祠堂之祭者, 每日晨起, 焚香再拜, 出入必告; 凡祭儀, 一依《文公家禮》, 以示於下, 則不待勸勉, 而自然化及於民矣。 雖素不立廟者, 必自此而興起矣。 京中則明年正月, 外方則二月爲始, 使之擧行, 其不從者, 憲司糾理罷職, 然後啓聞。 一, 赦者, 小人之幸, 君子之所不幸, 故無赦之國, 其政必平, 則爲治之道, 在於勸善而懲惡, 用賢而去奸也。 恭惟殿下, 踐祚以來, 禮制修明, 刑賞得平, 致治之盛, 無讓於古矣, 然每當慶節及遇災異, 必降赦宥, 仁恩之所及者廣矣。 大抵常人之情, 初遇再遇之, 則其心變焉, 而三遇之, 則其心如常, 故不特爲惡之心不悛, 或待其近赦之日, 又縱其惡, 則奸僞之風, 何自而息乎? 斯乃善者以怠, 惡者以肆, 重失天心而不可之大者也。 其於弭災之道如何? 蓋仁恩太過而刑政不修, 則非細故也。 願毋數赦, 以幸小人。 一, 陪奉行幸時, 各司侍衛之班, 侍臣最近於大駕, 議政府六曹各品及參外, 以次隨之, 監察二人隨後檢察, 故其於班次, 無所告課, 行列參差, 先後失序, 其爲不敬大矣。 願自今隨班考課, 則刑曹雖非彈劾之任, 以執法之司, 居各品之中, 使之察其失行離次, 而甚至不敬者, 遣令史馳告憲司, 而憲司糾理不法, 則朝班肅穆矣。 一, 西北面, 國之藩屛, 非他道之比也。 往年民失農業, 飢饉荐至, 而今年則使臣往來之煩, 倍於他日, 轉輸財帛, 貢獻馬匹, 絡繹前後, 而其送迎供億之際, 守令奔走, 吏之困窮, 不可盡言。 若不賑恤褒賞, 則士民之望缺矣。 願預下明年賑貸之議, 以活生民之命。 其在當官者則不拘箇月之常調, 以褒貶能否之次第, 或擢用京官, 或增秩仍守, 以勸守令之心。

下議政府擬議以聞。 政府與司平府承樞府同議: "家廟之制, 考於禮典, 則守令及受命出使者, 無奉神主之任之例。 一依《經濟六典》, 以狀申內定時, 京外擧行; 若其毋數赦, 則宜行狀申之意; 至於陪奉隨班非違者, 則使刑曹直行考察, 毋令馳告憲司; 西北面賑濟則去九月日, 以司諫院狀申, 三府同議受判內, 一依施行; 其守令不拘箇月擢用之事, 又依《經濟六典》乃便。" 允之。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18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사상-유학(儒學) / 사법-행형(行刑)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구휼(救恤) / 풍속(風俗) / 외교(外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