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국자감생 송호 등이 무역할 말값을 가지고 오다
명나라 조정의 국자감생(國子監生) 송호(宋鎬)·상안(相安)·왕함(王咸)·유경(劉敬) 등 4인이 말값[馬價]을 가지고 왔는데, 문기(文綺)·견(絹)·면포(緜布) 9만여 필과 약재였다. 수레 1백 50량과 소·말 3백 필을 써서 서울로 실어 들이었다. 임금이 태평관(太平館)에 가서 위로연을 베풀었는데, 감생(監生) 네 사람의 자리는 사신의 아래 조금 뒤에다 베풀고, 수의(獸醫) 두 사람은 서편에 서게 하여 북향(北向)케 하고, 탁자만 베풀어 놓았다. 임금이 잔을 잡고 왕명(王明)을 부르니, 명이 말하기를,
"저 네 사람도 우리와 일반인데, 어째서 우리들만 앉는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까?"
하고 사양하고 나갔다. 임금이 앉도록 허락하고자 하여 축맹헌(祝孟獻)에게 물으니, 맹헌이 말하기를,
"그들은 천인(賤人)이니 앉는 것을 허락하지 마소서."
하였다. 임금이 사신들과 더불어 극진히 즐기고, 저물어서 파하였다. 수일 뒤에 임금이 또 태평관에 나가서 사신에게 잔치하였는데, 수의(獸醫) 왕명(王明)·주계(周繼) 두 사람이 병을 핑계하고 나오지 않았다. 통사(通事)가 그 까닭을 물었더니, 왕명이 말하기를,
"우리들도 감생(監生)과 일반인데, 어째서 감생은 앉는 것을 허락하고, 우리들은 앉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며, 찬구(饌具)도 또한 같지 않은가?"
하였다. 통사가 전일에 맹헌이 한 말을 고하였더니, 왕명이 말하였다.
"우리들이 원망하는 것은 국왕이 아니라 축 소경(祝少卿)이오."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13면
- 【분류】외교-명(明) / 왕실-의식(儀式)
○辛丑/朝廷國子監生宋鎬、相安、王威、劉敬等四人齎馬價來。 文綺絹緜布九萬餘匹及藥材, 用車一百五十兩、牛馬三百駄入京, 上幸太平館慰宴。 設監生四人坐於使臣之下差後, 獸醫二人立於西偏北向, 但設卓。 上執盃召王明, 明曰: "彼四人與吾一般, 何獨於吾等不許坐乎?" 辭而出。 上欲許坐, 問於孟獻, 孟獻曰: "此賤人也, 毋許坐。" 上與使臣極歡暮罷。 後數日, 上又詣太平館宴使臣, 獸醫王明、周繼二人稱病不出。 通事問其故, 王明曰: "吾等與監生一般, 乃何監生則許坐, 吾等不許坐, 饌具又不似歟?" 通事以前日孟獻之言告之, 王明曰: "吾等所怨, 非國王, 乃祝少卿也。"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13면
- 【분류】외교-명(明) / 왕실-의식(儀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