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의 학당 지을 터를 성균관에 보게 하다
의정부(議政府)에 명하여 원자(元子)의 학당(學堂)을 지을 터를 성균관(成均館)에다 보게 하였다. 이때 원자의 나이가 여덟 살인데, 임금이 중[僧]에게 수학(受學)토록 하려고 하였다. 지신사(知申事) 박석명(朴錫命) 등이 아뢰기를,
"전조(前朝)의 쇠(衰)한 말년에 학교의 제도가 무너져서, 사대부의 자제들이 대개가 산승(山僧)에게 배웠는데, 예전 제도가 아닙니다. 산승(山僧)이 아는 것은 사장 구두(詞章句讀)의 말기(末技)에 지나지 못하오니, 학문에 도움이 없습니다. 마땅히 성균관에 들여보내어, 날마다 학관(學官) 및 제생(諸生)들과 더불어 강론하고 절차(切磋)하여 덕성(德性)을 함양하게 하소서."
하였다. 임금이 기꺼이 받아들여 마침내 정부(政府)와 석명(錫命)에게 명하여 성균관에 가게 한 것이었다. 또 말하기를,
"사치하게 크게 짓지 말고, 다만 잘 방만 마련하면 가하다. 사부(師傅)는 성균 관원(成均官員)이 있고, 시학(侍學)은 생원(生員)이 가하다. 의복과 음식은 모두 통상의 예와 같게 하라."
하였다. 정승 김사형(金士衡) 등이 전조(前朝)의 사기(史記)를 가져다가 예왕(睿王)071) 이 원자(元子)가 되었을 때의 입학례(入學禮)를 상고하고자 하니, 임금이 말하였다.
"예왕의 일을 어찌 본받으랴? 《문헌통고(文獻通考)》를 상고하는 것이 가하다."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8장 A면【국편영인본】 1책 211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교육(敎育) / 사상-불교(佛敎) / 역사-전사(前史)
- [註 071]예왕(睿王) : 고려(高麗) 예종(睿宗).
○戊寅/命議政府, 相構元子學堂之地于成均館。 時, 元子年八歲, 上欲令受學於僧, 知申事朴錫命等啓曰: "前朝衰季, 學校陵夷, 士大夫之子, 率皆學於山僧, 非古制也。 山僧所知, 不過詞章句讀之末, 無益於學也。 宜入成均館, 日與學官及諸生, 講論切磋, 以養德性。" 上嘉納之, 遂命政府及錫命, 往成均館焉。 且曰: "無令侈大, 但成寢宿之室可矣。 師傅則自有成均官員, 侍學則生員可矣。 衣服飮食, 皆如常例。" 政丞金士衡等, 欲取前朝史, 以考睿王爲元子時入學之禮, 上曰: "睿王之事, 何可法乎? 考諸《文獻通考》可也。"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8장 A면【국편영인본】 1책 211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교육(敎育) / 사상-불교(佛敎) / 역사-전사(前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