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전에까지 사관이 입시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다
편전(便殿)에서 정사(政事)를 들었다. 사관(史官) 민인생(閔麟生)이 들어오려고 하므로, 박석명(朴錫命)이 말리면서 말하기를,
"어제 홍여강(洪汝剛)이 섬돌 아래[階下] 들어왔었는데, 주상께서 말씀하시기를, ‘무일전(無逸殿) 같은 곳이면 사관이 마땅히 좌우에 들어와야 하지마는, 편전에는 들어오지 말라.’고 하시었다."
하였다. 인생이 일찍이 전지(傳旨)가 없었으므로 마침내 뜰[庭]로 들어왔다. 임금이 그를 보고 말하기를,
"사관이 어찌 들어왔는가?"
하니, 인생이 대답하기를,
"전일에 문하부(門下府)에서 사관이 좌우에 입시하기를 청하여 윤허하시었습니다. 신이 그 때문에 들어왔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편전에는 들어오지 말라."
하니, 인생이 말하기를,
"비록 편전이라 하더라도, 대신이 일을 아뢰는 것과 경연(經筵)에서 강론하는 것을 신 등이 만일 들어오지 못한다면 어떻게 갖추어 기록하겠습니까?"
하였다. 임금이 웃으며 말하기를,
"이곳은 내가 편안히 쉬는 곳이니, 들어오지 않는 것이 가하다."
하고, 또 인생에게 말하기를,
"사필(史筆)은 곧게 써야 한다. 비록 대궐[殿] 밖에 있더라도 어찌 내 말을 듣지 못하겠는가?"
하니, 인생이 대답하였다.
"신이 만일 곧게 쓰지 않는다면 위에 하늘이 있습니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26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03면
- 【분류】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역사-편사(編史)
○丁亥/御便殿聽政。 史官閔麟生欲入, 朴錫命止之曰: "昨洪汝剛入階下, 上曰: ‘若無逸殿則史官宜入左右, 便殿則勿入。’" 麟生以未嘗傳旨, 竟入于庭, 上見之曰: "史官何以入乎?" 麟生對曰: "前日, 門下府請史官入侍左右, 允之。 臣是以入。" 上曰: "便殿則勿入。" 麟生曰: "雖於便殿, 大臣啓事, 經筵講論。 臣等若不得入, 何以備記?" 上笑曰: "此予燕處, 勿入可也。" 又語麟生曰: "史筆宜直書。 雖在殿外, 豈不得聞予言!" 麟生對曰: "臣如不直, 上有皇天。"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26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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