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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 1권, 태종 1년 윤3월 22일 신해 2번째기사 1401년 명 건문(建文) 3년

대사헌 유관 등이 승려의 수를 줄이고 오교·양종을 없앨 것을 건의하다

사헌부(司憲府) 대사헌(大司憲) 유관(柳觀) 등이 상소하여 승도(僧徒)를 태거(汰去)하고, 오교(五敎)·양종(兩宗)을 파(罷)하기를 청하였다. 그 소(疏)는 이러하였다.

"천지(天地)의 조화는 가는 자[往者]는 가게 하고, 오는 자[來者]는 오게 하여, 낳고 낳는 이치[生生之理]가 무궁하니, 어찌 사람이 죽어서 정신(精神)이 없어지지 않고, 따라서 다시 형상(形狀)을 받을 이치가 있겠습니까? 저 부처[佛者]라는 것은 서쪽 오랑캐의 한 법인데, 중국에 들어온 것은 한(漢)나라 명제(明帝)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 도(道)가 청정 적멸(淸淨寂滅)로 종지(宗旨)를 삼고, 자비(慈悲)하여 죽이지 않는 것을 귀(貴)하게 여기어 말하기를, ‘사람이 여기서 죽으면 반드시 저기서 태어나고, 이 세상 사람이 되었다가 뒷 세상에 다른 물건이 되고, 음양(陰陽)의 사이에서 원통함을 지면 유음(幽陰)의 부(府)에서 보상(報償)을 받아, 생시(生時)에 행한 선악이 모두 보응(報應)이 있다.’ 하여, 한 세상 한 세상 내려갈수록 괴탄 허무(怪誕虛無)한 말이 천하(天下)에 가득하여, 인심(人心)이 간사한 것에 혹(惑)하기 쉽게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구마라습(鳩麻羅什)040)요진(姚秦)041) 에서 스승노릇을 하여 그 글을 번역하여서 그 간사한 말을 퍼뜨리어, 무릇 상사(喪事)가 있으면 모두 불공을 드리고 중들을 먹이게 하여, 말하기를, ‘죽은 자는 죄를 멸(滅)하고 복을 빌어, 천당에 살면서 모든 쾌락을 받게 하고, 이를 하지 않는 자는 반드시 지옥에 들어가서 갖은 고초(苦楚)를 받는다.’고 하니, 이것은 세속(世俗)에서 죄를 두려워하고 복을 사모하여 즐겁게 좇는 것입니다. 그러나, 불도징(佛圖澄)042) 이 조(趙)나라를 존립시키지 못하였고, 구마라습(鳩麻羅什)이 진(秦)나라를 존립시키지 못하였고, 초왕(楚王) 영(英)이 가장 먼저 좋아하였으나, 주살(誅殺)의 참화(慘禍)를 면치 못하였고, 양 무제(梁武帝)가 세 번이나 몸을 시사(施捨)하여 사노(寺奴)가 되었으나, 마침내 굶어죽는 화(禍)를 입었으니, 이것으로 본다면 부처를 섬기어 복을 구한 것이 다시 화를 얻었으니, 부처는 믿을 수 없다는 것이 뚜렷하게 입증됩니다. 이것은 성제(聖帝)·명왕(明王)이 반드시 없애야 할 것입니다. 예전의 밝은 임금과 밝은 재상들이 그 사탄 무망(邪誕誣妄)한 것을 미워하여 통쾌하게 없앤 이가 있습니다. 원위(元魏)043) 의 주토(誅討)에 경내(境內)의 사문(沙門) 탑묘(塔廟)가 하나도 남은 것이 없었고, 당(唐)나라 무종(武宗)이 중들의 머리를 기르게 하고, 절을 헐고, 종경(鍾磬)과 불상(佛像)을 모두 녹이어 돈을 만드니, 수천년 성도(聖道)의 해충(害蟲)이 하루 아침에 다 없어졌는데, 아깝게도 대를 이은 임금이 갑자기 그 궤철(軌轍)을 고친 것입니다.

생각건대 주상 전하께서는 천성이 총명(聰明)하시어 선(善)한 것을 행하기를 즐겁게 여기어, 날마다 경연(經筵)에 납시어서, 매양 요순(堯舜)의 정치와 공맹(孔孟)의 학문으로 앞에선 강론(講論)하고, 석씨(釋氏)를 배척하고 성도(聖道)를 호위하는 의논에 이르러서는 홀로 미치지 않으시니, 신 등은 의심합니다. 근일에 유사(攸司)에 명하여 기은(祈恩) 양재(禳災) 등의 도량(道場)을 제거하게 하였으나, 이것은 말단(末端)입니다. 만일 행한 지가 이미 오래서 갑자기 폐하기가 어렵다고 한다면, 왜 그 다음 방책(方策)을 행하지 않습니까? 신 등은 생각건대, 전조(前朝)에서 신라(新羅)의 숭불(崇佛)의 여폐(餘弊)를 이어받아, 지겸(地鉗)을 믿어 절을 세우고 탑을 지은 것이 한두 곳이 아니어서, 오교(五敎)·양종(兩宗)을 설치하여 분장(分掌)하게 하고, 전민(田民)을 많이 붙이어 부처의 공양과 중들의 재계(齋戒)의 비용으로 삼게 하여, 복(福)을 구하고 화(禍)를 면하기를 바랐는데, 그 무리들이 이 뜻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 전세(田稅)를 거두고 그 공가(貢價)를 취포 황음(醉飽荒淫)의 밑천으로 삼았으니, 국가를 저버리고 스승의 가르침을 배반함이 또한 심합니다. 쇠퇴한 말년에 이르러서는 상하(上下)가 동화되어, 복을 구하고 죄를 두려워하여, 초제(招提)044)난야(蘭若)045) 가 높고 큼직하게 서로 바라보고, 모난 도포[方袍]와 깎은 머리[圓頂]가 중외(中外)에 가득하여, 재물을 허비하고 곡식을 소모함이 이처럼 극진함에 이르렀습니다. 받들기를 더욱 부지런히 하여도, 어지럽고 망하는 것은 구제하지 못하였으니, 이것은 바로 전하께서 친히 보신 바입니다. 신 등은 망령되게 생각건대, 불씨(佛氏)의 교(敎)는 윤리(倫理)를 어지럽히어 해(害)가 있고, 재물만을 허비하고 도움이 없으니, 원컨대, 오교·양종을 파(罷)하고, 그 승도(僧徒)들은 법(法)을 알고 계(戒)를 지키는 자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강제로 환속(還俗)시켜 각각 본업(本業)으로 돌아가게 하고, 전지(田地)는 모두 군수(軍需)에 붙이고, 노비는 관부(官府)에 나누어 예속시키소서. 그리고, 그 나머지 소위 도중(道衆)이라는 것도 또한 사태(沙汰)시키고, 계행(戒行)을 지키는 자만을 취(取)하여 앞의 승도와 함께 모두 유심(幽深)하고 절원(絶遠)한 곳에 두어서, 그 스승의 청정 과욕(淸淨寡慾)의 가르침을 따르게 하고, 따라서 궁액(宮掖) 가운데에 출입하고 부시(婦寺)046) 의 집에 붙어다니는 것을 금하고, 또 중외(中外)로 하여금 사사로 머리를 깎고 부역[征徭]을 피하지 못하게 하여, 10년만 지속하여 확고하게 변경하지 않으면, 세속(世俗)이 모두 그 허탄(虛誕)함을 알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한 뒤에 성현(聖賢)의 도(道)로 타일러서 오랜 세월의 미혹(迷惑)된 것을 없애면, 사람들이 쉽게 따르고, 교화(敎化)가 쉽게 행하여져서, 공효(功效)가 반드시 전보다 배(倍)가 되고, 또 영세(永世)에 말이 있을 것입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 굽어살피시어 만일 혹시라도 채납(採納)할 만하면 조정에 내리시어 성부(省府)·육조(六曹)·삼관(三館)과 더불어 다시 구처(區處)할 방도를 의논하게 하여, 영구히 사탄의 방술(方術)을 근절시키시면 국가가 심히 다행하겠습니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00면
  • 【분류】
    사상-불교(佛敎) / 역사-고사(故事) / 역사-전사(前史) / 농업-전제(田制) / 신분(身分)

  • [註 040]
    구마라습(鳩麻羅什) : 인도(印度)의 학승(學僧). 귀자국(龜玆國)에 태어나 7세 때 출가(出家)하여 대승(大乘) 불교에 능통하였음. 전진(前秦)의 왕 부견(符堅)이 구자국을 칠 때(384) 잡혀서 중국으로 온 후, 401년 장안(長安)으로 들어와 《마하반야경》·《법화경》·《중론(中論)》 등의 경론(經論) 74부(部) 384권을 유려(流麗)한 문사(文辭)로 번역하였음.
  • [註 041]
    요진(姚秦) : 후진(後秦).
  • [註 042]
    불도징(佛圖澄) : 진(晉)나라 때의 천축(天竺)의 중.
  • [註 043]
    원위(元魏) : 중국 후위(後魏)의 별칭.
  • [註 044]
    초제(招提) : 절[寺].
  • [註 045]
    난야(蘭若) : 절의 이명(異名).
  • [註 046]
    부시(婦寺) : 환관(宦官).

○司憲府大司憲柳觀等, 上疏請沙汰僧徒, 罷五敎兩宗。 疏曰:

天地之化, 往者過, 來者續, 生生之理無窮, 豈有人死而精神不滅, 隨復受形之理! 彼佛者, 西羌之一法爾。 入中國始自 之時。 其道以淸淨寂滅爲宗, 貴慈悲不殺以爲: "人死於此, 必生於彼。 今世爲人, 後世爲異物。 負冤於陰陽之間, 而取償於幽陰之府, 生時所行善惡, 皆有報應。" 世降一世, 怪誕虛無之說, 盈於天下, 人心易惑於邪, 故鳩麻羅什得師於姚秦, 翻譯其書, 騁其邪說, 凡有喪事, 皆令供佛飯僧, 以爲死者滅罪資福, 使生天堂, 受諸快樂; 不爲者, 必入地獄, 受諸苦楚。 此世俗之所以畏罪慕福而樂從之者也。 然而佛圖澄不能存, 鳩麻羅什不能存楚王 最先好之, 而不免誅夷之慘; 武帝三捨身爲寺奴, 而終罹餓死之禍。 由是觀之, 事佛求福, 乃更得禍, 佛不足信, 章章明矣。 此聖帝明王之所必除也。 古之明君哲輔, 惡其邪誕誣妄, 而痛除之者有之, 元魏之誅境內沙門, 塔廟無復孑遺; 武宗髮僧壞寺, 鍾磬佛像, 皆鑄爲錢, 數千年聖道之蟊賊, 一朝而掃盡無餘, 惜乎其繼世之君, 遽改其轍也。 恭惟主上殿下, 天性聰明, 樂於爲善, 日御經筵, 每以之治, 之學, 講論於前, 而至於排釋氏衛聖道之議, 獨不之及, 臣等竊有惑焉。 近日命攸司除祈恩禳災等道場, 抑末也。 若曰行之已久, 難於遽廢, 則盍亦行其次策乎! 臣等竊惟, 前朝承新羅崇佛之餘, 信地鉗而創寺造塔, 非一二所, 而設五敎兩宗, 以分主之, 多屬田民, 以爲供佛齋僧之費, 冀其求福免禍, 而爲其徒者, 不體此意, 收其田稅, 取其貢價, 以爲醉飽荒淫之資, 其負國家背師敎, 亦已甚矣。 迨至衰季, 上下化之, 徼福畏罪, 招提蘭若, 巍嶪相望, 方袍圓頂, 布滿中外, 費財糜穀, 至於此極, 奉之彌謹, 而無救於亂亡。 此正殿下之所親見也。 臣等妄以爲佛氏之敎, 亂倫理而有害, 費財用而無補。 願罷五敎兩宗, 而其僧徒只存知法持戒者, 餘皆勒令還俗, 各歸本業, 田地皆屬於軍需, 奴婢分隷於官府。 其餘所謂道衆者, 亦令沙汰, 取其持戒行者與前僧徒, 皆置於幽深絶遠之境, 以遵其師淸淨寡慾之敎。 仍禁其出入宮掖之中, 夤緣婦寺之家, 又令中外毋得私相剃髮, 以避征徭, 持之十年, 確乎不變, 則世俗皆知其虛誕。 然後諭之以聖賢之道, 以去其積年之惑, 則人易從而敎易行, 功必倍前而亦有辭於永世矣。 伏望殿下, 俯垂睿鑑, 儻或可採, 降付朝廷, 令與省府六曹三館, 更議區處之宜, 永絶邪誕之術, 國家幸甚。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1책 200면
  • 【분류】
    사상-불교(佛敎) / 역사-고사(故事) / 역사-전사(前史) / 농업-전제(田制) / 신분(身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