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이 마암의 단 아래서 좌명 공신들과 삽혈 동맹하면서 읽은 맹서
임금이 마암(馬巖)의 단(壇) 아래에 가서 좌명 공신(佐命功臣)과 더불어 삽혈 동맹(歃血同盟)029) 하였는데, 제복(祭服)을 입었다. 그 서약한 글은 이러하였다.
"유(維) 건문(建文) 3년(三年) 세차(歲次) 신사 2월 삭(朔) 경인 12일 신축에 조선 국왕 이(李) 【휘(諱).】 는 삼가 훈신(勳臣) 의안 대군(義安大君) 이화(李和)·상당군(上黨君) 이저(李佇)·완산군(完山君) 천우(天祐)·문하 좌정승(門下左政丞) 이거이(李居易)·우정승(右政丞) 하윤(河崙)·판삼군부사(判三軍府事) 이무(李茂) 등을 거느리고 황천 상제(皇天上帝)·종묘·사직·산천 백신(百神)의 영(靈)에 감히 밝게 고합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주(周)나라 제도에는 맹재(盟載)의 법이 있고, 한(漢)나라가 일어나매 대려(帶礪)의 맹세가 있었으니, 신명(神明) 앞에 충신(忠信)을 굳게 하자는 것입니다. 우리 태상왕(太上王)께서 신무(神武)하신 덕으로 운수에 응하여 나라를 열어서 무강(無彊)한 업(業)을 창건하였는데, 불행하게도 권간(權奸)이 영총(榮寵)을 탐하여 어린아이를 끼고서 우리 형제를 해하려 하여, 변(變)이 불측(不測)한 지경에 있었습니다. 상천(上天)이 마음을 달래고 종친과 훈신(勳臣)의 협력에 힘입어서 능히 난을 평정하고, 적자(嫡子)이고 장자임으로 인하여 우리 상왕(上王)을 껴서 명을 받아 대통을 잇게 하니, 천륜(天倫)이 펴지고 종사(宗社)가 안정되었습니다. 뜻밖에 또 교활한 자가 간흉한 계획를 품고 반역을 꾸미어, 우리 골육(骨肉)을 도모하고자 군사를 일으켜 대궐로 향해서, 화(禍)가 호흡지간(呼吸之間)에 있었는데, 또 종친과 훈신이 충성과 힘을 다함으로 인하여 이내 곧 쳐서 평정하였습니다. 상왕께서 국본(國本)이 정하여지지 아니하여 인심이 흔들리기 쉬운 것을 염려하시어, 어질지 못한 내가 동모제(同母弟)이고, 또 개국 정사(開國定社) 때에 조그마한 공이 있다 하시어, 명하여 저부(儲副)를 삼아서 감무(監撫)의 권한을 위임하셨으므로, 숙야(夙夜)로 경계하고 두려워하여도 오히려 감당하지 못할까 두려워하였더니, 갑자기 상왕께서 신기(神器)를 전하여 주시매, 사양하고 명령을 지키지 못하다가 이에 왕위에 올랐습니다. 생각건대, 어질지 못한 내가 오늘에 이른 것은 실로 종친과 훈신의 충의(忠義)한 신하들이 힘을 합하여 난을 평정하고, 익대 좌명(翊戴佐命)한 힘에 힘입은 바이니, 그 큰 공[丕績]을 아름답게 여기어 영원토록 잊기 어렵습니다. 이에 유사(有司)에 명하여 상전(賞典)을 거행하고 길한 날[吉辰]을 가려서 신명(神明)께 제사하고 맹호(盟好)를 맺습니다. 이미 맹세한 뒤에는 길이 한마음으로 지성(至誠)으로 서로 도와 환난(患難)을 구제하고, 과실(過失)을 바로잡아, 시종(始終) 일의(一義)로써 함께 왕업[丕基]을 보존하여 자손 만대에 오늘을 잊지 말지니, 진실로 혹시라도 이익을 꾀하여 해(害)를 피하고, 사(私)를 껴서 공(公)을 배반하고, 맹호(盟好)를 범(犯)하고 기망 변사(欺罔變詐)하고, 몰래 헐뜯고 해치기를 꾀한다면 신명(神明)께서 반드시 죽이어 앙화(殃禍)가 자손 만대에 미칠 것이며, 범한 것이 사직(社稷)에 관계되는 자는 마땅히 법으로 논할 것이니, 내가 감히 어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자취(自取)인 것입니다. 각각 맹세한 말[誓言]을 공경하여 영원히 이 정성을 지킬지니라."
임금이 드디어 성균관(成均館)에 이르러 문묘(文廟)에 참알(參謁)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1책 197면
- 【분류】교육(敎育) / 인사-관리(管理) / 왕실-행행(行幸) / 풍속-풍속(風俗) / 역사-고사(故事)
- [註 029]삽혈 동맹(歃血同盟) : 맹세할 때에 희생(犧牲)을 잡아 서로 그 피를 들이마셔 입술을 벌겋게 하고, 서약(誓約)을 꼭 지킨다는 단심(丹心)을 신(神)에 맹세하는 일. 일설에는 피를 입술에 바른다고 함.
○辛丑/上如馬巖壇下, 與佐命功臣, 歃血同盟, 用祭服。 其載書曰:
維建文三年歲次辛巳二月朔庚寅十二日辛丑, 朝鮮國王 李諱, 謹率勳臣義安大君 和、上黨君 李佇、完山君 天祐、門下左政丞李居易、右政丞河崙、判三軍府事李茂等, 敢昭告于皇天上帝宗廟社稷山川百神之靈。 伏以周制有盟載之法, 漢興有帶礪之誓, 所以要質神明, 而固忠信也。 惟我太上王, 以神武之德, 應運開國, 以建(無彊)〔無疆〕 之業。 不幸權奸貪寵挾幼, 惎我兄弟, 變在不測, 尙賴上天誘衷, 親勳協力, 克底平定, 以嫡以長, 挾我上王, 受命繼統, 天倫以敍, 宗社以定。 不圖又有狡猾懷姦構逆, 謀我骨肉, 稱兵向闕, 禍在呼吸之間, 又緣親勳奮忠効力, 旋卽討平。 上王乃慮國本未定, 人心易搖, 謂予不穀, 爲同母弟, 且於開國定社之際, 又有微効, 命爲儲副, 委以監撫之權, 夙夜兢惕, 尙懼不堪, 遽承上王傳付神器, 辭不(護)〔獲〕 命, 乃卽于位。 載念不穀, 得至今日, 實惟親勳忠義之臣, 協力靖亂, 翊戴佐命之力是賴。 嘉乃丕績, 永世難忘, 爰命有司, 擧行賞典。 玆卜吉辰, 祀于明神, 用結盟好。 旣盟之後, 永肩一心, 至誠相與, 患難相救, 過失相規, 終始一義, 共保丕基, 子孫萬世, 無忘今日。 苟或規利避害, 挾私背公, 干盟犯好, 欺罔變詐, 陰謀讒害, 神明必殛, 殃及子孫。 有犯關係社稷者, 當以法論。 非予敢違, 惟其自取, 各欽誓言, 永克時忱。
上遂至成均館, 謁文廟。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1책 197면
- 【분류】교육(敎育) / 인사-관리(管理) / 왕실-행행(行幸) / 풍속-풍속(風俗)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