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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실록 6권, 정종 2년 11월 13일 계유 1번째기사 1400년 명 건문(建文) 2년

세자가 수창궁에서 즉위하고 사면령을 반포하다

세자가 예궐(詣闕)하여 조복을 갖추고 명(命)을 받고, 연(輦)을 타고 수창궁(壽昌宮)에 이르러 즉위(卽位)하였다. 백관의 조하(朝賀)를 받고 유지(宥旨)를 반포하였다. 왕은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계운 신무 태상왕(啓運神武太上王)’께서 조종(祖宗)의 쌓은 덕을 이어받고 천인(天人)의 협찬(協贊)을 얻어서, 크나큰 명(命)을 받고서 문득 동방(東方)을 차지하여, 성한 덕과 신통한 공과 큰 규모와 원대한 도략으로 우리 조선 억만년 무궁한 운조(運祚)를 이룩하였고, 우리 상왕(上王)께서는 적장자(嫡長子)로서 공경히 엄한 명(命)을 받고서 보위(寶位)에 즉위하여, 정신을 가다듬어 다스림을 이룬 지 이제 3년이다. 지난번에 적사(嫡嗣)가 없었으므로 미리 저부(儲副)를 세워야 한다고 하니, 이에 소자(小子)가 동모제(同母弟)의 지친(至親)이고, 또 개국(開國)하고 정사(定社)할 때 조그마한 공효가 있다 하여 나를 책봉해 세자를 삼고 감무(監撫)의 책임을 맡기었는데, 감내하지 못할까 두려워 매양 조심하고 송구한 마음을 품었다. 어찌 생각하였으랴! 이달 11일에 홀연히 교지(敎旨)를 내려 이에 즉위하도록 명하시었다. 두세 번을 사양하였으나 이루어진 명령을 돌이킬 수가 없어서, 이미 13일 계유(癸酉)에 수창궁에서 즉위하였다. 돌아보건대, 이 작은 몸이 대임(大任)을 응하여 받으니 무섭고 두려워서 깊은 물을 건너는 것과 같다. 종친(宗親)·재보(宰輔)·대소 신료(大小臣僚)에 의뢰하니, 각각 마음을 경건히 하여 힘써 내 덕을 도와 미치지 못하는 것을 바로잡도록 하라. 명에 응하는 처음을 당하여 마땅히 너그러운 은전(恩典)을 펴서 경내에 사유(赦宥)하여야 하겠다. 건문(建文) 2년 11월 13일 새벽 이전의 상사(常赦)에서 용서하지 못하는 것을 제외하고, 이미 발각되었거나 발각되지 않았거나, 이미 결정되었거나 결정되지 않았거나, 모두 용서하여 면제한다. 감히 유지(宥旨) 전의 일을 가지고 서로 고하여 말하는 자는 그 죄로 죄주겠다. 아아! 천지(天地)의 덕은 만물을 생산하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고, 왕자(王者)의 덕은 백성에게 은혜롭게 하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다. 하늘과 사람의 두 사이에 위치하여 위로 아래로 부끄러움이 없고자 하면, 공경하고 어질게 하여, 하늘을 두려워하고 백성에게 부지런히 하는 것이다. 힘써 이 도에 따라서 부하(負荷)된 임무를 수행하겠다. 너희 신민들은 나의 지극한 회포를 몸받도록 하라."


  • 【태백산사고본】 1책 6권 5장 A면【국편영인본】 1책 186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사법-행형(行刑)

○癸酉/世子詣闕, 具朝服受命。 御輦至壽昌宮卽位, 受百官朝賀, 頒宥旨:

王若曰, 惟我啓運神武太上王承祖宗之積德, 得天人之協贊, 膺受景命, 奄有東方。 盛德神功, 宏規遠略, 以衍我朝鮮億萬世(無彊)〔無疆〕 之祚, 而我上王, 以嫡以長, 祗承嚴命, 傳卽寶位, 勵精致治, 于玆三年。 頃者, 以無嫡嗣, 宜預建儲, 乃謂小子, 母弟之親, 且於開國定社之際, 與有微效, 冊爲世子, 付以監撫之任, 尙懼不堪, 每懷兢惕。 何圖今月十一日, 忽降敎旨, 乃命以位? 讓至再三, 成命莫回, 已於十三日癸酉, 卽位於壽昌宮。 顧惟眇末, 膺受大任, 慄慄危懼, 若涉淵(水)〔氷〕 。 尙賴宗親宰輔、大小臣僚, 各虔爾心, 勉輔台德, 以匡不逮。 屬玆膺命之初, 宜布寬恩之典, 可宥竟內。 自建文二年十一月十三日昧爽以前, 除常赦所不原外, 已發覺未發覺, 已結正未結正, 咸宥除之, 敢以宥旨前事, 相告言者, 以其罪罪之。 於戲! 天地之德, 莫大於生物; 王者之德, 莫大於惠民。 位天人之兩間, 欲俯仰之無怍。 曰敬曰仁, 畏天勤民, 勉循玆道, 以克負荷。 惟爾臣民, 體予至懷。


  • 【태백산사고본】 1책 6권 5장 A면【국편영인본】 1책 186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사법-행형(行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