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실록5권, 정종 2년 8월 21일 계축 3번째기사
1400년 명 건문(建文) 2년
임금이 세자와 더불어 덕수궁에 나아가 헌수하고 매우 즐기다가 파하다
임금이 세자와 더불어 덕수궁(德壽宮)에 나가 헌수하고, 지극히 즐기다가 파(罷)하였다. 처음에 태상왕이 몰래 신암사(新菴寺)에 갔는데, 세자가 친히 나아가 환궁하기를 청하였었다. 임금과 세자가 헌수하니, 의안공(義安公) 이화(李和)·좌정승 성석린(成石璘)·청천백(淸川伯) 이거인(李居仁)·판승녕부사(判承寧府事) 우인렬(禹仁烈) 등이 모두 기구(耆舊) 대신으로 시연(侍宴)하였다. 번갈아 일어나 헌수하고 술이 취하니, 태상왕이 연귀(聯句)를 짓기를,
"밝은 달은 발에 가득한데 나 홀로 서 있네."
하고, 웃으면서 세자에게 말하기를,
"네가 비록 급제(及第)는 하였지만, 이런 글귀는 쉽게 짓지 못할 것이다."
하고, 또 이르기를,
"산하(山河)는 의구한데 인걸은 어디 있느뇨?"
하고, 좌우를 돌아보며 말하기를,
"나의 이 글귀에는 깊은 뜻이 있다."
하였다. 임금과 세자가 일어나 춤추니, 태상왕이 총애하는 기생 무협아(巫峽兒)를 불러 내어 잔치에 참여하게 하였다. 임금이 표리(表裏)를 하사하고, 세자가 단(段) 1필을 하사하고, 지극히 즐기다가 파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5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1책 183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