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헌 권근이 풍문공사가 불가피하게 있음을 논하고 관직을 함부로 주지 말기를 건의하다
대사헌(大司憲) 권근(權近)이 아뢰었다.
"헌사(憲司)는 이름이 풍헌관(風憲官)이므로, 무릇 풍속을 바로잡는 등의 일을 모두 풍문(風聞)으로 탄핵합니다. 지난번에 풍문 공사(風聞公事)030) 를 행하지 말라고 이미 명령하였습니다. 그러나 풍문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인심(人心)을 바로잡을 수 있겠습니까? 원하건대, 이제부터 풍문의 일에 만일 그 실상을 얻는다면, 모두 다 규찰하게 하소서. 또 형벌이라는 것은 백성이 그른 일을 하는 것을 금하는 것이니, 정치를 돕는 도구입니다. 죄가 있는 자는 가볍게 용서할 수 없습니다. 이제부터 죄상(罪狀)이 현저한 자는 반드시 본부(本府)로 하여금 추국(推鞫)하여 징치하게 하소서."
임금이 말하였다.
"그렇다. 다만 풍문 공사(風聞公事)는 태상왕께서 금하신 것이니, 가볍게 고칠 수 없다. 지금 행하고자 하면, 다시 입법을 하여야 한다."
권근이 또 말하였다.
"지금 양부(兩府) 이상 여러 재상의 수가 40인을 넘는데, 모두 도평의사사(都評議使司)에 앉아서 국가의 일을 의논합니다. 그 중 각품(各品)의 상의(商議)는 쓸 데 없는 관원 같습니다. 또 명기(名器)는 인군의 큰 보배이므로 문란하게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근자에 제수(除授)하는 법이 실직(實職)을 논하지 않으므로, 혹은 첨설 전서(添設典書)를 승진시켜 검교 중추(檢校中樞)로 삼고, 혹은 검교 중추를 초자(超資)하여 성재(省宰)로 제수하니, 심히 온당치 못합니다. 원하건대, 지금부터 실제 전서(典書)를 제수받은 사람을 검교 중추에 승진시키고, 실제 중추(中樞)를 받은 사람을 승진하여 성재(省宰)로 삼으면, 제수하는 것이 차서(次序)가 있고 관(官)의 품등(品等)이 문란하지 않을 것입니다."
임금이 그렇게 여겼다.
- 【태백산사고본】 1책 4권 1장 A면【국편영인본】 1책 168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인사-임면(任免)
- [註 030]풍문 공사(風聞公事) : 소문으로 듣고 그 사실을 조사하던 일. 사헌부에서 관리의 풍기에 관한 일이나 규문(閨門)의 음란에 관한 따위를 소문을 듣고 조사하여, 사실이면 이를 규리(糾理)하였음.
○大司憲權近啓曰: "憲司名曰風憲官, 凡正風俗等事, 皆風聞彈劾。 往者, 旣命毋行風聞公事, 然不風聞, 則何以正人心乎? 願自今風聞之事, 如得其實, 則悉皆糾理。 且刑者, 禁民爲非, 輔治之具也。 有罪者, 不可輕宥。 自今罪狀現著者, 必令本府推鞫懲之。" 上曰: "然。 但風聞公事, 太上王之所禁, 不可輕改。 今欲行之, 則宜更立法。" 近又進曰: "當今兩府已上諸相, 數過四十。 皆坐都評議使司, 議國家之事, 其中各品商議, 似爲冗官。 且名器, 人君之大寶, 不可紊也。 邇者除授之法, 不論實職, 或以添設典書, 陞爲檢校中樞, 或以檢校中樞, 超拜省宰, 甚爲未便。 願自今, 受實典書者, 乃陞檢校中樞, 受實中樞者陞爲省宰, 則差除有序, 而官品秩然矣。" 上然之。
- 【태백산사고본】 1책 4권 1장 A면【국편영인본】 1책 168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