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천사의 사리전이 낙성되어 태상왕이 신도에 거둥하다. 수륙재를 베풀다
태상왕이 신도(新都)에 거둥하였으니, 흥천사(興天社)의 사리전(舍利殿)이 낙성(落成)되고, 또 수륙재(水陸齋)를 베풀어 선왕(先王)·선비(先妣)와 현비(顯妣), 그리고 여러 죽은 아들과 사위, 고려의 왕씨(王氏)를 제사하기 위함이었다. 처음에 태상왕이 장차 신도(新都)에 가려 하니, 문하부(門下府)에서 상언(上言)하였다.
"신 등이 삼가 《효경(孝經)》을 상고하니, 증삼(曾參)105) 이 중니(仲尼)106) 에게 묻기를, ‘아들이 아버지의 명령을 따르면 효도라고 할 수 있습니까?’ 하니 중니(仲尼)가 말하기를, ‘그게 무슨 말이냐? 불의(不義)를 당하면, 자식이 아비에게 다투지 않을 수 없고, 신하가 임금에게 다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아비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어찌 효도가 될 수 있겠는가?’ 하였습니다. 지금 태상 전하(太上殿下)께서 부도(浮屠)의 일로 인하여 성궁(聖躬)을 아끼지 않으시고 추위를 무릅쓰고 발섭(跋涉)하여 장차 신도(新都)에 거둥하려 하시니, 주상 전하(主上殿下)의 정성(定省)이 궐할 것과 음문(音問)이 드물 것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엎드려 원하건대, 전하께서는 공경(恭敬)과 효도(孝道)를 일으켜서 의(義)로 진달(陳達)하고, 정성으로 움직이어, 이번 행차를 정지하도록 청하고, 다시 정성과 효도를 더하시면, 만세에 심히 다행하겠습니다."
임금이 소(疏)를 궁중에 머물러 두고 내려 주지 아니하였다. 임금이 천수의 북쪽 언덕으로 가서 태상왕의 행차를 전송하려 하였는데, 취한 술이 깨지 않아서 실행하지 못하였다. 문하부에서 예궐(詣闕)하여 청하기를,
"전하께서 술에 취해 곤하시더라도 마땅히 면강(勉强)하여 나가셔야 합니다."
하였다. 지신사(知申事) 이문화(李文和)를 시켜 전지(傳旨)하였다.
"경들의 말이 진실로 예(禮)에 합하다. 그러나 어제 헌수(獻壽)할 때에 부왕께서 극히 즐거워하심을 다행히 여겨, 내가 감히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일어나고자 하나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겠다. 또 부왕께서 내가 심히 피곤할 것을 아시고 나오지 말라고 하시었으니, 경들은 괴이하게 여기지 말라."
사사(使司)와 각사(各司)의 1원(員)으로 하여금 숭인문(崇仁門) 밖까지 지송(祗送)하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1책 158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출판(出版) / 사상-불교(佛敎) / 정론(政論)
○太上王幸新都。 爲興天社之舍利殿落成也。 且設水陸齋, 以薦先王先妣若顯妣諸亡子壻及前朝王氏。 初, 太上王之將如新都也, 門下府上言: "臣等謹稽《孝經》, 曾參問於仲尼曰: ‘子從父之令, 可謂孝乎?’ 仲尼曰: ‘是何言歟? 當不義則子不可以不爭於父, 臣不可以不爭於君。 從父之令, 焉得爲孝乎?’ 今太上殿下, 因浮屠之事, 不愛聖躬, 冒寒跋涉, 將幸新都, 主上殿下, 定省之曠, 音問之疎, 誠所軫念。 伏願殿下, 起敬起孝, 達之以義, 動之以誠, 請止此行, 更加誠孝, 萬世幸甚。" 疏留中不下。 上欲幸天水北原, 餞太上之行, 以宿酲不果。 門下府詣闕請曰: "殿下雖有醉困, 亦宜勉强以出。" 使知申事李文和傳旨曰: "卿等所言, 誠合於禮。 然前日獻壽, 幸父王極懽, 予不敢不醉。 今欲起, 困不自勝, 且父王知我困甚, 使之勿出, 卿等勿怪。" 令使司及各司一員, 祗送崇仁門外。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1책 158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출판(出版) / 사상-불교(佛敎) / 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