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실록 2권, 정종 1년 10월 8일 갑진 2번째기사
1399년 명 건문(建文) 1년
태상전의 시위를 없애고 보화고를 태상전의 사사 창고로 삼다
태상전(太上殿)의 시위(侍衛)를 없애고, 보화고(保和庫)를 태상전의 사사 창고로 삼았다. 임금이 여러 공후(公侯)와 내상(內相) 이거이(李居易)·이무(李茂)·조영무(趙英茂)를 불러 말하기를,
"어제 밤에 하늘의 견고(譴告)가 너무 심하니, 무슨 일이 천심(天心)을 어긋나게 하였는지 알지 못하겠다. 부왕(父王)께서 내게 사람을 보내어 말씀하시기를, ‘나의 시위(侍衛)는 가두어 지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하시니, 내가 항상 마음이 아프다. 부왕의 마음이 이와 같으시니, 나와 경들이 부끄럽지 않은가! 지금 한결같이 명령에 의하여 시위를 철폐하고자 하는데, 어떠하겠느냐?"
하고, 인하여 울어서 옷깃을 적시었다. 공후와 재상들이 모두 대답하기를,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하였다. 드디어 박영문(朴英文)을 시켜 태상왕께 고하기를,
"모든 일을 일체 교지(敎旨)에 의하겠습니다. 시위도 또한 없애겠습니다."
하니, 태상왕이 대단히 기뻐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하기를,
"왕은 성품이 본래 순후하여 내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더니, 지금 내게 효도하는 것이 또 이와 같구나!"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1책 157면
- 【분류】군사-중앙군(中央軍) / 왕실-국왕(國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