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실록 1권, 정종 1년 3월 13일 갑신 3번째기사
1399년 명 건문(建文) 1년
태상왕이 금강산 유점사에 가서 보살재를 베풀려고 하다가 실행하지 못하다
태상왕(太上王)이 금강산(金剛山) 유점사(楡岾寺)에 가서 보살재(菩薩齋)를 베풀려고 하다가 실행하지 못하였다. 태상왕이 장차 행차하려 하자, 임금이 내관(內官) 박영문(朴英文)을 보내어 청하였다.
"지난해에 수재와 한재로 백성들이 농업을 잃어서 기근(飢饉)에 걸려 있고, 더군다나 지금 첫여름에 농사일이 한창 바쁜데, 대가(大駕)가 거둥하시면 비록 호종(扈從)을 간편하게 하시더라도 폐단이 또한 작지 않아 농사에 방해될까 두려우니, 원하건대 농사의 한가한 때를 기다리소서."
태상왕이 번연(幡然)히 고치면서 말하였다.
"아비는 자식을 위하여 말하고, 자식은 아비를 위하여 말하는 것이니, 어찌 생각지 않고 말할 리가 있나? 내가 가면 진실로 폐단이 있을 것이다. 마땅히 그만두겠다."
박영문이 돌아와 고하니, 임금이 기뻐하여 옷 한 벌을 하사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7장 B면【국편영인본】 1책 146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사급(賜給) / 사상-불교(佛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