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헌 성석용이 《진도》를 익히지 않은 모든 지휘관의 처벌을 건의하다. 정도전 등이 요동 공략에 대해 조준을 설득하려다가 실패하다
대사헌 성석용(成石瑢) 등이 상언하였다.
"전하(殿下)께서 무신(武臣)들에게 《진도(陣圖)》를 강습하도록 명령한 지가 몇 해가 되었는데도, 절제사(節制使) 이하의 대소 원장(大小員將)들이 스스로 강습하지 아니하고 그 직책을 게을리 하오니, 그 양부(兩府)의 파직(罷職)된 전함(前銜)은 직첩(職牒)을 관품(官品)에 따라 수취(收取)하되 1등을 체강(遞降)시킬 것이며, 5품 이하의 관원은 태형(笞刑)을 집행하여 뒷사람을 감계(鑑戒)하게 하소서."
임금이 말하였다.
"절제사(節制使) 남은·이지란(李之蘭)·장사길(張思吉) 등은 개국 공신(開國功臣)이고, 이천우(李天祐)는 지금 내갑사 제조(內甲士提調)가 되었으며, 의안백(義安伯) 이화(李和)·회안군(懷安君) 이방간(李芳幹)·익안군(益安君) 이방의(李芳毅)·무안군(撫安君) 이방번(李芳蕃)·영안군(寧安君) 양우(良祐)·영안군(永安君) 〈이방과(李芳果)〉 【상왕(上王)의 예전 이름.】 ·순녕군(順寧君) 지(枝)·흥안군(興安君) 이제(李濟)·정안군(靖安君) 〈이방원(李芳遠)〉 【우리 전하(殿下)의 이름.】 은 왕실(王室)의 지친(至親)이고, 유만수(柳曼殊)와 정신의(鄭臣義) 등은 원종 공신(原從功臣)이므로 모두 죄를 논의할 수 없으니, 그 당해 휘하(麾下) 사람은 모두 각기 태형(笞刑) 50대씩을 치고, 이무(李茂)는 관직을 파면시킬 것이며, 외방(外方) 여러 진(鎭)의 절제사(節制使)로서 《진도(陣圖)》를 익히지 않는 사람은 모두 곤장을 치게 하라."
처음에 정도전과 남은이 임금을 날마다 뵈옵고 요동(遼東)을 공격하기를 권고한 까닭으로 《진도(陣圖)》를 익히게 한 것이 이같이 급하게 하였다. 이보다 먼저 좌정승 조준이 휴가를 청하여 집에 돌아가 있으니, 정도전과 남은이 조준의 집에 나아가서 말하였다.
"요동(遼東)을 공격하는 일은 지금 이미 결정되었으니 공(公)은 다시 말하지 마십시오."
조준이 말하였다.
"내가 개국 원훈(開國元勳)의 반열(班列)에 있는데 어찌 전하(殿下)를 저버림이 있겠습니까? 전하께서 왕위에 오른 후로 국도(國都)를 옮겨 궁궐을 창건한 이유로써 백성이 토목(土木)의 역사에 시달려 인애(仁愛)의 은혜를 받지 못하였으므로 원망이 극도에 이르고, 군량(軍糧)이 넉넉지 못하니, 어찌 그 원망하는 백성을 거느리고 가서 능히 일을 성취시킬 수 있겠습니까?"
또, 정도전에게 일렀다.
"만일에 내가 각하(閣下)와 더불어 여러 도(道)의 백성을 거느리고 요동을 정벌한다면, 그들이 우리를 흘겨본 지가 오래 되었는데 어찌 즐거이 명령에 따르겠습니까? 나는 자신이 망하고 나라가 패망되는 일이 요동(遼東)에 도착되기 전에 이르게 될까 염려됩니다. 임금의 병세가 한창 성하여 일을 시작할 수 없으니, 원컨대 여러분들은 내 말로써 임금에게 복명(復命)하기를 바라며, 임금의 병환이 나으면 내가 마땅히 친히 아뢰겠습니다."
그 후에 조준이 힘써 간(諫)하니,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3책 14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1책 130면
- 【분류】사법-행형(行刑) / 군사-병법(兵法) / 외교-명(明)
○壬子/大司憲成石瑢等上言: "殿下命武臣講習《陣圖》, 有年矣, 節制以下大小員將, 不自講習, 廢厥職矣。 其兩府罷職, 前銜則職牒隨品收取, 遞降一等; 五品以下, 決笞鑑後。" 上曰: "節制使南誾、李之蘭、張思吉等, 開國功臣; 李天祐, 今爲內甲士提調; 義安伯 和、懷安君 芳幹、益安君 芳毅、撫安君 芳蕃、寧安君 良祐、永安君 【上王舊諱。】 、順寧君 枝、興安君 李濟、靖安君 【我殿下諱。】 , 王室至親; 柳曼殊、鄭臣義等, 原從功臣, 皆未可議罪, 其當該麾下, 俱各決笞五十; 李茂罷職; 外方諸鎭節制使不習《陣圖》者, 皆杖之。" 初鄭道傳、南誾, 日見乎上, 勸以攻遼, 故使習《陣圖》如此其急。 先是, 左政丞趙浚謁告, 道傳、誾詣浚第曰: "攻遼之擧, 今已定矣, 公勿復有言。" 浚答曰: "予居開國元勳之列, 豈有負殿下? 殿下卽位之後, 因遷國創始, 民困土木之役, 未見仁愛之施, 怨咨斯極, 糧餉不給。 安有率其怨民, 而能濟事者哉?" 謂道傳曰: "萬一予與閣下, 率諸道之民以征, 其疾視也久矣, 豈肯用命乎? 吾恐身亡國敗, 不及遼而至矣。 病勢方熾, 未能興造, 願諸公以臣言復于上。 疾愈, 臣當親啓。" 厥後浚力諫, 上從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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