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이 무고하여 양천식·설장수·권근을 탄핵하였으나 임금이 불문에 부치다
헌사(憲司)에서 전 호조 판서 양천식(楊天植)을 탄핵하고, 또 판삼사사(判三司事) 설장수(偰長壽)와 화산군(花山君) 권근(權近)을 탄핵하였다. 처음에 황제가 우우(牛牛) 등을 보내어 정도전(鄭道傳)을 부르니, 도전이 병을 칭탁하고 가지 않았다. 근(近)이 임금께 아뢰었다.
"표(表)를 짓는 일은 신도 참예하였으니, 원컨대 사신을 따라 경사에 가서 변명을 하겠습니다."
임금께서 근을 부르는 명령이 없으므로 허락하지 않으니, 근이 두 번 청하였다. 임금이 말하였다.
"경은 노모(老母)가 있고 또 황제의 명령이 없으니 차마 보낼 수 없다."
근(近)이 말하였다.
"부르는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신을 보내면 병으로 가지 않는 자도 의심을 면할 수 있고, 신도 혹 용서를 받을 수 있지마는, 부름을 당하여 가면 신의 죄가 더욱 무거워질 것입니다."
임금이 이에 허락하였다. 그때의 물론(物論)이 근의 가는 것을 아름답게 여기고, 도전(道傳)을 그르게 여기는 자가 있었다. 도전이 듣고 마음에 꺼리어 임금께 말하였다.
"근은 이색(李穡)이 사랑하던 제자인데 색이 일찍이 기사 년간에 주상을 황제에게 고자질하다가 뜻을 얻지 못하였는데 지금 근이 청하여 가니, 반드시 이상한 것이 있으니 근을 보내지 마소서."
임금이 듣지 않았다. 근이 떠난 뒤에 사람을 중로에 보내어 황금을 노자로 주었다. 근이 황제의 우례(優禮)을 받고 돌아오매, 도전이 헌사(憲司)를 사주(使嗾)하여, 근은 정총(鄭摠) 등이 모두 억류를 당하였는데 혼자 방환을 얻는 까닭을 탄핵하게 하고, 드디어 임금께 말하였다.
"총(摠) 등은 모두 돌아오지 못하였는데, 홀로 근은 금을 상주어 보냈으니 과연 신의 헤아림과 같습니다. 청하옵건대, 국문하소서."
임금이 말하였다.
"어떻게 금으로 상준 것을 아는가?"
도전이 말하였다.
"듣자오니 근이 금을 가지고 쓴다는데, 황제가 준 것이 아니라면 저 빈한한 선비가 어떻게 금을 얻겠습니까?"
임금이 웃으며 말하였다.
"비록 빈한한 선비라도 어찌 금을 얻을 도리가 없으랴?"
대개 도전은 임금이 금을 준 것인 줄을 알지 못하였다. 도전이 힘써 국문하기를 청하니, 임금이 말하였다.
"천자가 진로(震怒)하였을 때를 당하여, 자청하여 가서 능히 천위(天威)를 풀리게 하여 다시 경을 부르지 않았으니, 나라에도 공이 있고 경에게도 은혜가 있다. 나는 상을 주려 하는데 도리어 죄주기를 청하는가?"
근에게 직사에 나오기를 명하니, 도전이 감히 다시 말하지 못하였다. 천식(天植)·장수(長壽)도 또한 도전이 꺼려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중국(中國)에 들어가서 말한 것이 있다고 무고하였었다.
- 【태백산사고본】 3책 11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1책 105면
- 【분류】외교-명(明) / 사법-탄핵(彈劾)
○壬寅/憲司劾前戶曹判書楊天植, 又劾判三司事偰長壽、花山君 權近。 初帝遣牛牛等, 徵鄭道傳, 道傳托病不行。 近白上曰: "撰表之事, 臣亦與焉。 願隨使赴京, 冀以辨明。" 上以未有徵命不許。 近再請, 上曰: "卿有老親, 又無帝命, 不忍遣也。" 近曰: "不待徵命而遣臣, 病不往者, 亦可免疑, 臣或見原。 被徵而往, 臣罪愈重矣。" 上乃許之。 時有物論, 嘉近之行, 而非道傳者。 道傳聞而心忌之, 言於上曰: "近, 李穡所愛門生也。 穡嘗在己巳年間, 訴上於帝而未得志。 今近固請以行, 必有異也, 請毋遣近。" 上不聽。 近旣行, 遣人於道, 賜黃金以贐。 及近蒙帝優禮遣還, 道傳嗾憲司, 劾近以鄭摠等皆被留, 獨得放還之故。 遂言於上曰: "摠等皆不得還, 獨近賞金遣之, 果如臣料, 請鞫之。" 上曰: "何以知賞金乎?" 道傳曰: "聞近持金而用之, 若非帝賜, 彼寒儒何緣得金?" 上笑曰: "雖寒儒豈無得金之理!" 蓋道傳不知金乃上之賜也。 道傳力請鞫之, 上曰: "當天子震怒之時, 自請而往, 能霽天威, 不復徵卿, 於國有功, 於卿有恩。 予欲賞之, 反請罪乎?" 乃命近就職, 道傳不敢復言。 天植、長壽, 亦道傳所忌也。 誣以入上國有所言也。
- 【태백산사고본】 3책 11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1책 105면
- 【분류】외교-명(明) /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