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정도전 등 훈신을 불러 주연을 베풀다
밤에 임금이 판삼사사 정도전 등 여러 훈신(勳臣)을 불러 술을 마시고 풍악을 잡혔다. 주연(酒宴)이 한창 벌어질 무렵에 임금이 정도전에게 하는 말이,
"내가 왕위에 오르게 된 것은 경 등의 힘이니, 서로 공경하고 삼가서 자손 만대에까지 이르기를 기약함이 옳을 것이다."
하니, 도전이 대답하였다.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포숙(鮑叔)에게 묻기를, ‘어떻게 해야 나라가 다스려지오?’ 하니, 포숙이 대답하기를, ‘원컨대 공께서는 거(莒) 땅에 계셨을 때를 잊지 마옵시고, 원컨대, 중부(仲父)022) 께서는 함거(檻車)에 있을 때를 잊지 마소서.’ 하였으니, 신이 원하옵건대, 전하께서는 말 위에서 떨어지셨을 때를 잊지 마시고, 신도 역시 항쇄(項鎖)했을 때를 잊지 않으면, 자손 만대를 기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임금이 옳게 여기고, 사람을 시켜서 문덕곡(文德曲)을 노래하게 하고, 도전에게 눈을 껌벅이면서 하는 말이,
"이 곡은 경이 찬진(撰進)한 바이니 경이 일어나서 춤을 추라."
하니, 도전이 즉시 일어나 춤을 추었다. 임금이 상의(上衣)를 벗고 춤을 추라 하고, 드디어 귀갑구(龜甲裘)를 하사하고는 밤새도록 심히 즐기다가 파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8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1책 86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사급(賜給) / 예술-음악(音樂) / 역사-고사(故事)
- [註 022]중부(仲父) : 중국 제(齊) 나라 환공(桓公)이 관중(管仲)을 높여 부른 이름.
○庚申/夜上召判三司事鄭道傳等諸勳臣, 置酒張樂。 酒酣, 上謂道傳曰: "寡人之得至於此, 卿等之力也。 相與敬愼, 期至子孫萬世可也。" 道傳對曰: "齊 桓公問於鮑叔曰: ‘何以治國?’ 鮑叔曰: ‘願公無忘在莒時, 願仲父無忘在檻車時。’ 臣願殿下無忘墜馬時, 臣亦無忘鎖項時, 則子孫萬世可期矣。" 上曰: "然。" 使人歌《文德曲》, 目道傳曰: "此卿所撰進, 卿宜起舞。" 道傳卽起舞, 上令脫上衣以舞, 遂賜龜甲裘。 歡甚徹夜乃罷。
- 【태백산사고본】 2책 8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1책 86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사급(賜給) / 예술-음악(音樂)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