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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실록 8권, 태조 4년 10월 5일 을미 1번째기사 1395년 명 홍무(洪武) 28년

제례를 마친 후 중외의 조하를 받고 국정 쇄신의 내용을 담은 교서를 내리다

임금이 면복(冕服)을 입고 친히 관향(祼享)하고 작헌례(酌獻禮)를 행하니, 세자가 아헌(亞獻)하고 우정승 김사형이 종헌(終獻)하였다. 제례를 마치고 대차(大次)에 돌아오자, 중외(中外)의 조하(朝賀)를 받았다. 평두연(平兜輦)을 타고 시가(市街)에 이르니, 성균 박사가 태학생을 인솔하고 가요(歌謠) 3편을 올렸는데, 첫째는 천감(天監)이니 천명 받은 것을 찬양한 것이요, 둘째는 화산(華山)이니 도읍 정한 것을 찬양한 것이요, 셋째는 신묘(新廟)이니 종묘를 세워서 친히 제향 올린 것을 찬양한 것이었다. 운종가(雲從街)에 이르니, 전악서(典樂署)의 여악들이 노래를 부르고 정재(呈才)를 드렸다. 임금이 세 차례나 연을 멈추고서 이를 보았고, 오문(午門)의 장막친 임시 행차소에 이르러 교서를 반포해 내렸다.

"왕은 이르노라. 내가 외로운 몸으로 선대의 쌓은 덕을 입고 신민들이 추대하는 힘을 입어서, 크나큰 터전을 마련하여 문득 동쪽의 나라를 차지하고, 새 도읍을 한양에 들이게 되어 태세 을해 9월에 종묘가 낙성되고 황고조고 목왕(穆王)과 황고조비 효비(孝妃)며, 황증조고 익왕(翼王)과 황증조비 정비(貞妃)며, 황조고 도왕(度王)과 황조비 경비(敬妃)며, 황고 환왕(桓王)과 황비 의비(懿妃)의 4대 신주를 봉안하고, 10월 을미일에 삼가 몸소 재계하고 친히 희생(犧牲)과 규폐(珪幣)를 올리나니 증제(蒸祭)를 엄하게 할 것이며 의식에 어긋남이 없도록 하라. 생각하건대 종묘의 위패는 나라의 대본이니, 종묘는 빛남이 있어야 하고, 증제와 상제는 나라의 대사이니 공명해야 한다. 이는 모두 선대부터 왕이 될 징조를 갖게 되어 나에게 이르러서 한 집이 나라로 변하니, 이번 성전을 보고서 내가 심히 스스로 경사로 여겼노라.

마땅히 관대한 은전을 베풀어 새로운 법령을 펴고자 하니, 홍무 28년 10월 초5일 새벽 이전에 지은 죄로 상사(常赦)로써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제외한 이죄(二罪) 이하는 이미 발각된 것이나 안 된 것이나, 이미 판결된 것이거나 안 된 것이거나, 모두 용서하여 석방하라. 아아! 참으로 나의 조상의 복록(福祿)이 이름을 보시고, 가상하게도 여러 생령으로 함께 인수(仁壽)의 지경에 올라가게 되니, 마땅히 행하여야 될 좋은 일을 다음에 기록하노라.

1. 국맥(國脈)을 배양하는 것은 예의와 풍속을 이루는 데 있다. 고려 말기에는 정치와 교화가 어지럽고 예의와 제도가 무너져서 선비들의 습관과 백성들의 풍속이 모두 좋지 못하게 되어서 망국에 이르렀으니, 이제부터는 사대부가 된 자는 그 몸을 계칙하고 그 직책에 부지런히 하며, 서민이 된 백성이라도 그 본분을 지키고 할 일에 잘하여 요행으로 구차하게 얻으려 하지 말고 , 제멋대로 행동하여 혼자서만 편하려 하지 않음으로써 예의의 풍속을 이루게 하라.

1. 백성이란 오직 나라의 근본이 되는 것이니, 각각 있는 곳에서 넉넉하게 구휼해 주라. 근래에 도읍을 옮김으로 인하여 애써서 한 부역이 너무 많았으나, 종묘는 조종(祖宗)을 편안하게 하고 효도와 공경을 다하자는 바이며, 궁궐은 나라의 정사를 듣고 존엄성을 보이려 하는 바이며, 성곽은 안과 밖을 가리고 비상사태를 방비하려는 바이니, 모두 부득이한 일이다. 내 어찌 기꺼이 백성의 노력을 썼겠는가? 그 외의 건축하는 일은 모두 정지하고 파해서 다시 나의 백성의 힘을 곤하게 하지 말라. 만일에 부역하다가 죽는 자가 있으면, 그 맡은 관청에서는 그 집을 복호(復戶)하게 하라.

1. 즉위한 처음부터 교조(敎條)를 내려 백성들의 토지가 묵었나 곡식이 잘되었나를 답사해서 세곡을 적당하게 감하게 한 일정한 제도를 두었으나, 금년에 와서는 이미 장맛비와 풍재·상재가 있었는데다, 또 군역으로 인하여 백성들이 많이 직업을 잃었으니, 그 재해를 우심하게 입은 자는 답사해서 세곡을 면하게 하라. 고려 때에 주현(州縣)의 세곡이 체납된 것은 모두 면제해 주고, 그 민간에서 공사의 물건을 빌려서 쓰고, 빌려서 쓴 자가 이미 죽어서 그 일족에게까지 받는 것은 모두 금단하게 하라.

1. 주군(州郡)의 군사가 번상(番上)하여 숙위(宿衛)하는 것은 근본을 중하게 하고 수고로움과 편안한 것을 고루게 함이었다. 그러나 늙고 약한 자가 멀리서 올라와 고생을 하고, 단정(單丁)으로 있는 사람은 식량을 밑천으로 할 도움이 없으니, 내가 심히 불쌍히 여기는 바이다. 금후로는 각도의 시위 군사는 장건한자 및 노비와 두 장정이 있는 사람을 뽑아 보내고, 늙고 약하며 홑몸으로 있는 자는 아울러 보내지 말게 하라.

1. 번번이 조목으로 분부해서 백성들에게 편리할 일을 하도록 했으나, 감사와 수령들은 문구(文具)로만 여기고 즉시 거행하지 않아서 은택이 아래까지 미치지 못할 것은 내 심히 염려한다. 경중(京中)은 사헌부에서, 외방(外方)은 관찰사가 매년 조목을 반포하여 즉시 시행하고,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하라.

1. 농상(農桑)은 왕정(王政)의 근본이며, 학교는 교화하는 근원이다. 즉위한 이래로 여러 번 교서를 내려 농상을 권하고 학교를 일으키라는 뜻을 보였으나, 수령은 거행하는 데 힘쓰지 않고 감사는 더 고핵(考劾)하지 않아서 모두 실효가 없으니, 내가 심히 염려된다. 이제부터는 경중은 사헌부에서, 외방은 관찰사가 때때로 성적을 매겨서 흐릿해지는 점이 없게 하여, 나의 백성을 사랑하고 도(道)를 소중하게 하는 뜻에 맞도록 하라."

읽기를 마치자, 임금이 여(輿)를 타고 환궁하였다. 여악(女樂)이 궁전 뜰에 이르니, 현비가 주렴을 드리우고 풍악을 보았다. 3일 뒤 정유일에 〈종묘 제사의〉 집사관으로 참예했던 사람들에게 각각 한 계급씩 올려 주고, 양부(兩府) 이상에게는 내구마 1필씩 하사하고, 신궁(新宮)에서 군신(群臣)에게 잔치를 베풀었다. 임금이 집사들에게,

"경 등은 맡은 일을 정성스럽고 부지런하게 하여 우리 조종께서도 즐기실 것이니, 내 심히 기뻐하는 바이다."

하고, 좌정승 조준과 판삼사사 정도전에게 말을 하사하면서,

"경 등은 비록 제향에는 참예하지 않았으나, 종묘의 예식은 모두 경 등이 정한 것이었다."

하고, 정도전에게 금으로 장식한 각대(角帶) 하나를 더 주면서,

"이제 아악(雅樂)을 들어보니 경의 공이 적지 않았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8권 8장 A면【국편영인본】 1책 84면
  • 【분류】
    왕실(王室) / 군사(軍事) / 의생활(衣生活) / 행정(行政) / 어문학(語文學) / 구휼(救恤) / 윤리(倫理) / 역사(歷史) / 사법(司法) / 예술(藝術)

○乙未/上服冕服, 親祼酌獻, 世子亞獻, 右政丞金士衡終獻。 禮畢, 還大次, 受中外朝賀。 乘平兜輦至市街, 成均博士率諸生, 進歌謠三篇。 其一曰《天監》, 美受命也; 其二曰《華山》, 美定都也; 其三曰《新廟》, 美立廟親祀也。 至雲從街, 典樂署女樂, 進歌謠呈才, 上三次駐輦觀之。 至午門帳次, 頒降敎書:

王若曰, 予以杳躬, 荷祖宗積累之德, 賴臣民推戴之力, 肇造丕基, 奄有東國, 奠厥新邑于之陽。 歲乙亥九月, 太廟成, 奉安皇高祖考穆王、皇高祖妣孝妃、皇曾祖考翼王、皇曾祖妣貞妃、皇祖考度王、皇祖妣敬妃、皇考桓王、皇妃懿妃四代神主。 越十月乙未, 飭躬齋戒, 親執犧牲珪幣, 聿嚴蒸祭, 式禮莫愆。 載惟宗祏, 國之大本也, 而寢廟有赫; 蒸嘗, 國之大事也, 而祀事孔明。 皆由先世, 肇基王迹, 以至寡人, 化家爲國。 覩此盛典, 予甚自慶。 宜施寬大之恩, 以布惟新之令, 可宥境內。 自洪武二十八年十月初五日昧爽已前, 常赦所不原外二罪以下, 已發覺未發覺、已結正未結正, 咸宥除之。 於戲! 衎我烈祖, 遹觀福祿之臻; 嘉與群生, 同躋仁壽之域。 所有合行事宜, 條列于後。 一, 培養國脈, 在於養禮俗。 前朝之季, 政敎陵夷, 禮制大壞, 士習民風, 俱爲不美, 以至於亡。 自今爲士大夫者, 飭乃身勤乃職; 爲民庶者, 守乃分供乃役, 毋僥倖以苟得, 毋放僻以自逸, 以成禮義之俗。 一, 民惟邦本, 在所優恤, 近因遷都, 力役悉煩。 然宗廟所以安祖宗盡孝敬, 宮闕所以聽國政示尊嚴, 城郭所以捍內外而備非常, 皆非得已, 予豈樂用民力哉? 其餘土木興作, 一皆停罷, 毋復困吾民力。 其有赴役死亡者, 所在官司, 恤復其家。 一, 卽位之初, 每降敎條, 驗民田荒熟, 量減租賦, 已有定制。 然至今年, 旣有水潦風霜之災, 又因軍役, 民多失業。 其被災尤甚者, 驗免租賦, 前朝之時, 州縣逋租, 竝許免徵, 其民間稱貸公私之物, 貸者旣歿, 徵及其族者, 一皆禁斷。 一, 州郡之兵, 番上宿衛, 所以重根本而均勞逸也。 然老弱困行役之勞, 單丁無資糧之助, 予甚憫焉。 今後各道侍衛軍士, 選遣强壯及奴婢雙丁者, 其老弱單丁, 毋得竝遣。 一, 每降敎條, 諭以便民事宜, 監司守令, 視爲文具, 不卽擧行, 澤不下究, 予甚慮焉。 在內司憲府, 在外觀察使, 將每年頒降條畫, 隨卽擧行, 毋至廢墜。 一, 農桑, 王政之本; 學校, 風化之源也。 卽位以來, 屢下敎書, 示以勸農桑興學校之意, 而守令不務擧行, 監司不加考劾, 皆無實效, 予甚慮焉。 自今內而司憲府, 外而觀察使, 以時考課, 無致陵夷, 以副寡人愛民重道之意。

讀訖, 上乘輿還宮。 女樂至殿庭, 顯妃垂簾觀樂。 越三日丁酉, 加與祭執事官各一級, 賜兩府以上廐馬各一匹, 宴群臣於新宮。 上謂執事曰: "卿等恪勤乃事, 衎我祖宗, 予甚喜焉。" 賜馬左政丞趙浚、判三司事鄭道傳, 曰: "卿等雖不與事, 然宗廟之禮, 皆卿等所定。" 加賜道傳金飾角帶一腰曰: "今聞雅樂, 知卿功不細矣。"


  • 【태백산사고본】 2책 8권 8장 A면【국편영인본】 1책 84면
  • 【분류】
    왕실(王室) / 군사(軍事) / 의생활(衣生活) / 행정(行政) / 어문학(語文學) / 구휼(救恤) / 윤리(倫理) / 역사(歷史) / 사법(司法) / 예술(藝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