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태조실록 7권, 태조 4년 4월 25일 무자 1번째기사 1395년 명 홍무(洪武) 28년

경솔하게 거둥하는 것과 밤에 풍악 울리는 것 등에 대해 대사헌이 올린 상소

대사헌 박경(朴經) 등이 상소하였다.

"도저히 보고만 있지 못할 것은 하늘의 노함이요, 더욱이 무시하지 못할 것은 백성들의 의심이옵니다. 사람들의 의심을 풀어줄 줄 알게 되면 하늘의 노여움도 없어지게 할 것입니다. 이달 22일에 전하께서 거둥하실 때, 하늘이 크게 천둥하고 번개하며 우박을 내리게 하여 연일 계속되오니, 이것은 곧 하늘의 마음이 인자하여 전하로 하여금 두려워하여 속히 수성개행(修省改行)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신 등은 그윽이 생각하옵건대, 〈요(堯)·순(舜)〉 이제(二帝)와 〈우(禹)·탕(湯)·문왕(文王)〉 삼왕(三王)의 시대가 융성한 것은 일거일동이 반드시 때를 맞추고 의리에 합하게 하므로, 행동에 지나친 것이 없어서, 모두 말하기를, ‘한결같도다 임금의 마음이여! 대단하도다 임금의 말씀이여!’ 하였습니다. 이 까닭에 언행과 정사가 모두 후세의 모범이 되었으며, 혹시 수재·한재와 뇌변(雷變)이 있다 해도 근심하고 두려워하여 몸을 닦고 반성을 하고, 여러 사람에게 잘하고 못한 것을 물어서 행동을 고쳐 천재와 괴변이 사라지게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재화를 변하여 복이 되게 하고, 약한 것을 강하게 만들어 그 기업(基業)을 무궁히 후세에 전하였습니다.

한(漢)나라위(魏)나라 이후로 임금된 자들이 마음을 바루고 몸을 닦지 아니하여, 도(道)를 행하고 덕(德)을 펴는 공위(公位)를 자기의 마음을 쾌하게 하고 욕심을 행하는 사삿집으로 삼아, 밖에서 낮을 분간하지 못하고 안에서 밤을 분간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정사를 듣는 것은 셀 수 있으되, 비빈(妃嬪)과 만나는 것은 한이 없고, 연회를 베풀고 노는 것은 절도가 없으되, 공경(公卿)들을 접견하는 것은 지극히 적었으나, 그러나 천하 만사는 오는 자를 수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공경들을 안에서 쓸 수 없고, 비빈들 역시 밖에서 쓸 수 없으므로, 형벌하다가 남은 사람015) 들로 그 사이에서 명령을 받들게 하고, 또 성질이 영리하고 말이나 나불거리며 남의 얼굴빛을 잘 살피고 비위나 살살 맞추는 자가 있으므로, 임금이 명령을 전달하는 데에 참으로 쓸만하다 하여, 아침저녁으로 내고 들이[出納]는 명령을 맡기니, 이에 인물의 출척(黜陟)과 상벌(賞罰)의 권한이 이들 근시에게 옮겨 가나 스스로 알지 못하게 되니, 이것이 어찌 작은 일이겠습니까? 아첨하는 말이 날로 귀에 들어오니 천하의 일이 모두 걱정 없는 줄 알고, 풍악과 여색에만 마음을 써서 뒷뜰에서 날마다 취하고 사치만 점점 심해져서, 토목 공사만 자주 일어나 마침내 몸을 망치고 나라까지 기울게 하는 자가 어느 대(代)고 없는 것이 아닙니다. 옛날 성인들이 정(鄭)나라의 〈음란한〉 노래를 물리치고 간사한 사람을 멀리 한 것이 이 까닭이옵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전하께서는 영명(英明)하신 자질로 하늘과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왕업의 터전을 열으시고 대위(大位)에 오르시어, 정치의 법도를 삼대(三代)016) 에 본받으시니, 실로 ·당나라 이후에 없는 바입니다. 그러하오나 신 등의 소견으로 볼 때에 언어(言語)와 거동(擧動)에 혹 삼대의 성대(盛代)와 틀리는 것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신 등이 감히 말씀을 올리는 바입니다. 신 등은 그윽이 근일의 일을 보옵건대, 궁중에서 풍악소리가 밤을 지새울 때가 있으니, 성정(性情)을 기르는 방법이 아니오며, 어가(御駕)가 어떤 때는 가볍게 대궐 밖으로 거둥하시니, 후세에 본을 보이는 도리가 아니며, 아첨하는 사람이 혹은 좌우에 있으니 몸을 바루고 아랫사람을 거느리는 도리가 아니며, 부처와 귀신에게 빠져서 기도하는 것은 하늘을 두려워하고 몸을 닦는 데에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며, 어가(御駕) 앞에 여악(女樂)이 따르는 것은 의장(儀仗)을 갖춘 엄숙한 호위에 흠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몇 가지 일은 다 사람들이 의심하는 바이며, 하늘이 노여워 하는 바입니다.

그윽이 생각하옵건대, 전하께서는 이제(二帝)·삼왕(三王)의 성시(盛時)를 본받고 깊이 한(漢)나라·위(魏)나라 이후의 잘못된 일을 거울삼으시어, 풍악을 들으시되 절제하시고, 전렵(畋獵)과 거둥은 일정한 때에 하시고, 토목 공사를 생략하시고, 아첨하는 무리들을 물리치시고, 부처와 귀신을 섬기되 번잡하게 하지 마시고, 여악(女樂)을 금하고 가까이 하지 마시오면, 인심이 즐거워하고 하늘의 노여움이 풀릴 것이오니, 전하께서는 깊이 살피시와 받아들여 주소서."

임금이 말하였다.

"밤에 풍악을 잡히고, 거가(車駕)가 경솔히 나가고, 가전(駕前)에 여악을 데리고 가는 것을 내가 장차 고칠 것이다. 부처와 귀신은 전대의 군왕들이 땅을 진압하기 위하여 설치한 것이며, 예조와 서운관에서 지신을 진압할 것을 청하였다. 궁궐은 정사를 듣는 곳이므로 너무 좁게 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제도가 지나친 것이 있으면 다시 보고하고, 아첨하는 사람으로 좌우에 있는 자는 그 성명을 적어서 올리라."


  • 【태백산사고본】 2책 7권 9장 B면【국편영인본】 1책 78면
  • 【분류】
    역사-고사(故事) / 사상(思想) / 정론(政論) / 예술(藝術) / 재정(財政)

○戊子/大司憲朴經等上疏曰:

至不可玩者, 上天之怒; 尤不可忽者, 斯人之疑。 知所以解人心之疑, 則可以息天心之怒矣。 今月二十二日, 當殿下游幸之時, 天大雷電雨雹, 以至連日, 乃知天心仁愛殿下, 欲恐懼修省改行之速也。 臣等竊惟, 二帝三王之盛, 一行一止, 必於其時, 必於其義, 故動無過擧, 而皆曰: "一哉王心! 大哉王言!" 是以言行政事, 皆可法於後世。 其或有水旱之災、雷電之變, 惕然修省, 延訪得失, 恐懼改行, 以消變異, 故能變禍爲福, 化弱爲强, 而垂基業於無窮。 以降, 爲人君者不能正心修身, 以行道布德之公位, 爲快情遂欲之私居, 外不分於晝, 內不分於夜。 故聽政有數, 而妃嬪御幸者無常; 宴游無度, 而公卿進接者至少。 然天下萬事, 來者不可不應, 公卿旣不可使之於內, 妃姬又不可使之於外。 於是用刑餘之人, 將命於其間者矣。 復有性識儇利, 言語辨給, 善伺候顔色, 承迎志趣, 故人君以爲眞可任使令之職, 委以朝夕出納之命。 於是黜陟賞罰之柄, 潛移於近習, 而不自知, 此豈細故哉! 卑佞之辭, 日聞於耳, 誠以爲天下之事, 擧無可虞, 極意聲色, 日醉後庭, 奢侈彌甚, 土木繁興, 以至喪身傾國者, 代不乏矣。 古之聖人放聲遠佞人, 良以此也。 恭惟殿下以英明之資, 得天人之助, 開創丕基, 以登大位, 凡致治之道, 皆法於三代, 誠以下之所無也。 然以臣等所見揆之, 言語擧動, 或乖於三代之盛者有之, 是以臣等猶敢有言。 臣等竊觀, 近日宮中管絃之聲, 或至徹夜, 恐非頤養性情之術; 車駕或時輕出游幸, 恐非貽厥孫謀之道; 土木之役, 過於常制, 恐非愛養黎民之意; 諂諛之人, 或在左右, 恐非正身率下之理。 諂瀆佛神, 無益於恐懼之念; 駕前女樂, 有虧於儀衛之嚴。 凡此數事, 皆人心之所疑, 而天之所以怒也。 伏惟殿下, 取法二帝三王之盛, 深鑑以下之失, 聽樂有節, 遊幸有常, 省土木之役, 斥諂諛之輩, 事佛神而不瀆, 禁女樂而不邇, 則人心悅而天意解矣, 惟殿下深加察納。

上曰: "夜作管絃, 車駕輕出, 駕前驅女樂, 予將改之。 佛神, 前代君王, 以地鉗設置, 禮曹書雲觀, 請行禳禬。 宮闕, 聽政之所, 亦不可太狹, 若有過制者, 當更以聞。 諂諛之人, 在左右者, 擧其姓名以聞。"


  • 【태백산사고본】 2책 7권 9장 B면【국편영인본】 1책 78면
  • 【분류】
    역사-고사(故事) / 사상(思想) / 정론(政論) / 예술(藝術) / 재정(財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