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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실록 6권, 태조 3년 12월 3일 무진 1번째기사 1394년 명 홍무(洪武) 27년

왕도 공사의 시작에 앞서 황천 후토와 산천의 신에게 고한 고유문

임금이 하룻밤을 재계(齋戒)하고, 판삼사사 정도전에게 명하여 황천(皇天)과 후토(后土)의 신(神)에게 제사를 올려 〈왕도의〉 공사를 시작하는 사유를 고하게 하였는데, 그 고유문(告由文)은 이러하였다.

"조선 국왕이단(李旦)은 문하 좌정승 조준과 우정승 김사형 및 판삼사사 정도전 등을 거느리고서 한마음으로 재계와 목욕을 하고, 감히 밝게 황천 후토에 고하나이다. 엎드려 아뢰건대, 하늘이 덮어 주고 땅이 실어 주어 만물이 생성(生成)하고, 옛것을 개혁하고 새것을 이루어서 사방의 도회(都會)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윽이 생각하니, 신 단(旦)은 외람되게도 어리석고 못난 자질로서 음즐(陰騭)의 기쁨을 얻어, 고려가 장차 망하는 때를 당하여 조선(朝鮮) 유신(維新)의 명을 받은 것입니다. 돌아보건대, 너무나 무거운 임무를 짊어지게 되어 항상 두려운 마음을 품고 편히 지내지 못하고, 영원히 아름다운 마무리를 도모하려고 하였으나 그 요령을 얻지 못했더니, 일관(日官)이 고하기를, ‘송도의 터는 지기(地氣)가 오래 되어 쇠해 가고, 화산(華山)의 남쪽은 지세(地勢)가 좋고 모든 술법에 맞으니, 이곳에 나가서 새 도읍을 정하라.’ 하므로, 신 단(旦)이 여러 신하들에게 묻고 종묘에 고유하여 10월 25일에 한양으로 천도한 것인데, 유사(有司)가 또 고하기를, ‘종묘는 선왕의 신령을 봉안하는 곳이요, 궁궐은 신민의 정사를 듣는 곳이니, 모두 안 지을 수 없는 것이라.’ 하므로, 유사에게 분부하여 이달 초4일에 기공하게 하였습니다. 크나큰 역사를 일으키매, 이 백성의 괴로움이 많을 것이 염려되니, 우러러 아뢰옵건대, 황천께서는 신의 마음을 굽어 보살피사, 비 오고 개는 날을 때 맞추어 주시고 공사가 잘되게 하여, 큰 도읍을 만들고 편안히 살게 해서, 위로 천명(天命)을 무궁하게 도우시고 아래로는 민생을 길이 보호해 주시면, 신 은 황천을 정성껏 받들어서 제사를 더욱 경건히 올릴 것이며, 때와 기회를 경계하여 정사를 게을리 하지 않고, 신하와 백성과 더불어 함께 태평을 누리겠나이다."

또 참찬문하부사 김입견(金立堅)을 보내서 산천(山川)의 신(神)에게 고유하게 하였는데, 그 고유문은 이러하였다.

"왕은 이르노라! 그대 백악(白岳)목멱산(木覓山)의 신령과 한강양진(楊津) 신령이며 여러 물귀신이여! 대개 옛날부터 도읍을 정하는 자는 반드시 산(山)을 봉하여 진(鎭)이라 하고, 물[水]을 표(表)하여 기(紀)라 하였다. 그러므로, 명산(名山) 대천(大川)으로 경내(境內)에 있는 것은 상시로 제사를 지내는 법전에 등록한 것이니, 그것은 신령의 도움을 빌고 신령의 도움에 보답하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건대, 변변치 못한 내가 신민의 추대에 부대끼어 조선 국왕의 자리에 앉아, 사업을 삼가면서 이 나라를 다스린 지 이미 3년이라. 이번에 일관의 말에 따라 한양에 도읍을 정하고, 종묘와 궁궐을 경영하기 위하여 이미 날짜를 정했으나, 크나큰 공사를 일으키는 데 백성들의 힘이 상하지나 아니할까, 또는 비와 추위와 더위가 혹시나 그 때를 잃어버려 공사에 방해가 있을까 염려하여, 이제 문하 좌정승 조준과 우정승 김사형과 판삼사사 정도전 등을 거느리고 한마음으로 재계하고 목욕하여, 이달 초3일에 참찬문하부사 김입견을 보내서 폐백과 전물(奠物)을 갖추어 여러 신령에게 고하노니, 이번에 이 공사를 일으킨 것은 내 한 몸의 안일(安逸)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요, 이 제사를 지내서 백성들이 천명을 한없이 맞아들이자는 것이니, 그대들 신령이 있거든 나의 지극한 회포를 알아주어, 음양(陰陽)을 탈 없이 하고 병이 생기지 않게 하며, 변고가 일지 않게 하여, 큰 공사를 성취하고 큰 업적을 정하도록 하면, 내 변변치 못한 사람이라도 감히 나 혼자만 편안히 지내지 않고 후세에 이르기까지 때를 따라서 제사를 지낼 것이니, 신도 또한 영원히 먹을 것을 가지리라. 그러므로 이에 알리는 바이다."


  • 【태백산사고본】 2책 6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1책 72면
  • 【분류】
    왕실-종사(宗社) / 왕실-의식(儀式) / 어문학-문학(文學)

○戊辰/上齋宿。 命判三司事鄭道傳, 祭于皇天后土之神, 以告興役之事。 其文曰:

朝鮮國王 【上諱。】 率門下左政丞趙浚、右政丞金士衡、判三司事鄭道傳等, 一心齋沐, 敢明告于皇天后土。 伏以乾覆坤載, 遂萬物之生成; 革古鼎新, 作四方之都會。 竊念臣 【上諱。】 , 猥以庸愚之質, 獲荷陰騭之休, 値高麗將亡之時, 受朝鮮維新之命。 顧以付畀之甚重, 常懷危懼而未寧, 永圖厥終, 不得其要。 日官告曰: "松都之地, 氣久而向衰; 華山之陽, 形勝而協吉, 宜就是處, 庸建新都。" 臣 【上諱。】 詢諸臣僚, 請于宗廟, 乃以十月二十五日, 遷于漢陽。 有司又告曰: "寢廟, 所以奉祖考而安其神; 宮室, 所以莅臣民而聽其政。 皆非獲已, 在所當營。" 爰命有司, 於今月初四日起役, 恐大役之方興, 致斯民之攸困。 仰惟皇鑑, 俯亮臣心, 雨暘以時, 功役効力, 于以作大邑, 于以奠厥居, 上配天命於無窮, 下庇民生於有永, 則臣 【上諱】 謹當對越奔走, 將禋祀而益虔, 戒勑時幾, 修政事而不懈, 與諸臣庶, 共享太平。

又遣參贊門下府事金立堅, 告于山川之神。 其文曰:

王若曰, 咨爾白岳木覓之神、諸山之神、漢江楊津之神、諸水之神! 蓋聞古之定都者, 必封山以爲鎭, 表水以爲紀。 故名山大川之在境內者, 載諸常祀之典, 所以祈神佑而答靈貺也。 顧惟不穀, 迫於臣民推戴之心, 卽朝鮮國王位, 兢業圖理, 于今三年。 迺者, 用日官之言, 定都漢陽, 將營于宗廟、宮室, 已定日矣, 尙慮大役之興, 民力不無所傷, 雨暘燠寒, 或失其時, 有妨工作。 玆率門下左政丞趙浚、右政丞金士衡、判三司鄭道傳等, 齋沐一心, 以今月初三日, 遣參贊門下府事金立堅, 用禮幣奠物, 告爾諸神。 今玆興作, 非欲求一己之安, 其自是祀神, 人民以迓天命於無窮。 惟爾有神, 諒予至懷, 俾陰陽不愆, 疾疫不興, 變故不作, 以底成大役而定大業, 則予不穀, 亦不敢自暇自逸, 洎于後世, 以修時祀, 神亦永有所享食矣。 故玆敎示。


  • 【태백산사고본】 2책 6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1책 72면
  • 【분류】
    왕실-종사(宗社) / 왕실-의식(儀式)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