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당에서 농사를 장려하는 방안을 아뢰니 윤허하다
도평의사사에서 아뢰었다.
"농사는 식량의 근본이므로 군사(軍事)와 국가의 수용(需用)이 매여 있으니, 전지(田地)가 황무(荒蕪)하고 창고가 텅 비게 된다면, 비록 금성 탕지(金城湯池)053) 의 튼튼함과 무기(武器)·갑주(甲胄)의 예리(銳利)함이 있더라도 또한 장차 어디에 쓰겠습니까? 원하옵건대, 공상(供上)·제사(祭祀)·빈객(賓客)의 용도(用度)와 경외(京外)의 부득이한 경비 이외에는, 사전(祀典)에 기재되지 아니한 제사와 잡범(雜汎)한 비용은 일체 모두 금단(禁斷)하게 하소서. 또 지난해에는 이르게 한재(旱災)가 있고 늦게 수재(水災)가 있어 볏곡이 크게 손실되었으며, 게다가 성을 쌓는 역사로서 백성들이 가을갈이를 실기(失期)했으며, 금년 봄에도 또한 그 역사로 인하여 이리저리 유이(流移)하여 직업을 잃은 사람이 자못 많아졌습니다. 서울의 성은 비록 마땅히 쌓아야만 될 것이지만 농사에 방해가 되오니, 원하옵건대, 농한기(農閒期)에는 장정(壯丁)이 두 사람이면 장정 한 사람을 내보내고, 장정이 한 사람이면 두 사람이 아울러 한 사람을 내보내어 그 역사(役事)를 마치게 할 것이오며, 금후에는 농사철이 되면 일이 반역(叛逆)과 왜적(倭賊)의 방어, 도적을 잡는 데에 관계된 것 외에, 노비(奴婢)의 상쟁(相爭)이나 묵은 부채(負債)의 추상(追償) 등, 잡람(雜濫)하고 긴요하지 아니한 사무는 일체 금단(禁斷)하고 오로지 농사에만 힘쓰게 하소서.
가만히 듣건대, 주현(州縣)의 수령(守令)들이 마음을 써 농사를 권장하지 아니하여 공사(公私)가 모두 궁핍(窮乏)하게 되었다 하오니, 원하옵건대, 각도의 관찰사로 하여금 때때로 고찰(考察)하게 하여, 놀고 있는 사람은 농사에 돌아가게 하고, 식량이 없는 사람은 먼저 의창(義倉)의 곡식을 주고, 병이 나서 경종(耕種)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웃 사람[隣里]과 족인(族人)으로 하여금 서로 도와서 경종하게 하여 시기를 잃지 말게 하며, 그 전지(田地)를 많이 차지하여 서로 묵히면서 다른 사람이 경작(耕作)하는 것을 금하는 사람은 10부(負)에 태형(笞刑) 10대를 집행하고, 매 10부(負)마다 1등을 가하여 죄가 장형(杖刑) 80대에 그치게 하되, 전지가 없는 사람과 전지가 적은 사람에게 주어 경작하게 하고, 무릇 백성에게 농사를 권장하는 일은 일체 모두 거행하고, 수령(守令)의 전최(殿最)는 전지의 개간이 많고 적은 것으로써 3등으로 나누어, 무능한 사람을 물리치고 유능한 사람을 등용시키는 데 빙고(憑考)하게 하소서."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2책 5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1책 61면
- 【분류】재정-국용(國用) / 재정-역(役)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농업-권농(勸農) / 사법-법제(法制) / 인사-관리(管理)
- [註 053]금성 탕지(金城湯池) : 매우 튼튼하고 잘된 성지(城池).
○庚辰/都評議使司啓曰: "農者食之本, 軍國所需係焉。 田疇荒蕪, 倉廩虛竭, 則雖有金湯之固、兵革之精, 亦將何用! 乞供上祭祀賓客之用及京外不得已經費外, 祀典不載祭祀及雜汎費用, 一皆禁斷。 且前年早旱晩水, 禾穀大損, 加以築城之役, 民失秋耕。 今春又因其役, 流移失業者頗多, 京城雖所當築, 有妨於農。 乞當農隙, 雙丁則出一丁, 單丁則幷出一丁, 以畢其役。 今後農時則事干叛逆及防倭捕盜外, 如奴婢相爭、宿債追償等, 雜濫不緊之務, 一皆禁斷, 全務農事。 竊聞州縣守令, 不爲用心勸農, 以致公私俱乏。 乞令各道都觀察使以時考察, 游手者歸農, 無食者, 先給義倉之粟, 疾病不能耕種者, 令隣里及族人相助耕種, 勿令失時。 其多占田地, 互相陳荒, 禁他人耕作者, 十負笞一十, 每十負加一等, 罪止杖八十, 許於無田及田少者給耕, 凡可以勸課之事, 一皆擧行。 守令殿最, 以墾田多少, 分爲三等, 以憑黜陟。" 上從之。
- 【태백산사고본】 2책 5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1책 61면
- 【분류】재정-국용(國用) / 재정-역(役)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농업-권농(勸農) / 사법-법제(法制) / 인사-관리(管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