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창궁에 거동하다. 판문하부사 안종원 등이 경사로 가지고 간 표문
임금이 수창궁에 거둥하였다. 판문하부사(判門下府事) 안종원(安宗源)과 중추원 부사(中樞院副使) 이승원(李承源)을 보내어 중국 서울에 가서 사은(謝恩)하게 하였는데, 표문(表文)은 이러하였다.
"사신이 거듭 이르게 하여 제명(帝命)을 선포하시니, 감격이 극도에 달하여 눈물이 나며, 부끄러움이 심하여 땀이 납니다. 그윽이 생각하옵건대, 예로부터 풍속이 다른 나라가 먼 곳에 있으면서도 모두 중국을 마땅히 높여야 될 것을 아는 까닭으로, 은혜를 생각하고 위력(威力)을 두려워하여 반드시 충성을 나타내고 교화(敎化)에 향하게 되니, 진실로 혹 이것을 어긴다면 자존(自存)할 수가 없었습니다. 역대(歷代) 이래로 명백한 효과가 증거되었사온데, 하물며 신(臣)은 다행히 밝은 시대를 만나서 여러 번 덕음(德音)003) 을 받들어, 신에게 군국(軍國)의 권한을 맡게 하시고, 신에게 국호를조선(朝鮮)으로 바꾸게 하시어, 천위(天威)의 중(重)함을 힘입어 중심(衆心)의 귀속(歸屬)을 정하였사오니, 항상 보답하려고 해도 미치지 못할 것을 생각하고 있사온데, 어찌 감히 흔단(釁端)을 일으킴을 마지 않겠습니까? 지금 좌군 도독부(左軍都督府)의 자문(咨文)을 받아 삼가 성지(聖旨)를 받들었사온데, 한 항목에 ‘국호(國號)를 고치는 한 가지 절차는 사람을 보내어 이를 청하므로, 혹은 조선(朝鮮)을 계승하든지, 이미 스스로 결정하도록 허락하였으니, 즉시 이름을 바루어야 할 것인데, 지금 국호를 조선(朝鮮)이라 고치고는 표문(表文)에는 그전대로 권지 국사(權知國事)라 일컬으니 무슨 계획인지 자세히 알 수 없다.’ 하였습니다. 삼가 나라가 이미 국호를 고치고서도 신이 이름을 바루지 못한 것은 다만 전고(典故)를 잘 알지 못한 때문이었으며, 실로 간모(姦侮)를 방사(放肆)한 것은 아닙니다. 견책(譴責)하심이 매우 간절하시니 곧 천지(天地)의 덕이 있는 사람으로 만들려는 마음이옵고, 회유(誨諭)하심이 정녕(丁寧)하시니 실로 부모(父母)의 생육(生育)하는 은혜이옵니다. 이에 성명(成命)이 있으므로 삼가 준수(遵守)하겠습니다. 이것은 대개 황제 폐하께서 먼 곳을 보시기를 총명으로써 하시고, 소민(小民)을 사랑하시기를 덕으로써 하시어, 신이 미혹하여 잘못한 점을 용서하여 신에게 개과천선(改過遷善)할 것을 허가하시니, 신은 삼가 한 지방의 백성과 더불어 만년의 장수(長壽)를 영구히 축원하겠습니다."
- 【태백산사고본】 2책 5권 1장 B면【국편영인본】 1책 53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외교-명(明)
- [註 003]덕음(德音) : 황제의 말씀.
○丙辰/上如壽昌宮, 遣判門下府事安宗源、中樞院副使李承源, 赴京謝恩。 表曰:
使華荐至, 帝命是宣, 感極涕零, 愧深汗洽。 竊念自古, 殊俗之在遠, 皆知中國之當尊, 故懷惠而畏威, 必効忠而嚮化。 苟或違此, 無以自存, 歷代以來, 明効可驗。 況臣幸遭昭代, 屢奉德音, 俾臣知軍國之權, 許臣更朝鮮之號, 得籍天威之重, 以定衆心之歸。 常懷圖報之末由, 何敢生釁之不已? 今者, 承準左軍都督府咨, 欽奉聖旨一款節該: "更國號一節, 遣人請之。 或祖朝鮮, 已許自爲, 卽合正名。 今旣更號朝鮮, 表文仍稱權知國事, 未審何謀?" 欽此。 國已更號, 臣未正名, 第緣典故之未諳, 實非姦侮之是肆。 譴責深切, 乃天地玉成之心; 誨諭丁寧, 實父母生育之惠。 玆有成命, 謹用欽遵。 玆蓋伏遇皇帝陛下視遠以明, 字小以德, 恕臣迷謬, 許臣自新。 臣謹當嘉與一方之民, 永祝萬年之壽。
- 【태백산사고본】 2책 5권 1장 B면【국편영인본】 1책 53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