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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실록 4권, 태조 2년 7월 26일 기사 1번째기사 1393년 명 홍무(洪武) 26년

정도전이 몽금척·수보록·납씨곡·궁수분곡·정동방곡 등의 악장을 지어 바치다

문하 시랑찬성사 정도전이 전문(箋文)을 올리었다.

"신(臣)이 보건대, 역대(歷代) 이래로 천명(天命)을 받은 인군은 무릇 공덕(功德)이 있으면 반드시 악장(樂章)에 나타내어 당시(當時)를 빛나게 하고, 장래(將來)에 전하여 보이게 되니, 그런 까닭으로 ‘한 시대가 일어나면 반드시 한 시대의 제작(制作)이 있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삼가 생각하옵건대, 주상 전하(主上殿下)께서는 뛰어난 무용(武勇)은 그 계략을 도우셨고, 용기(勇氣)와 지혜는 하늘에서 주신 것이므로, 깊고 후한 인덕(仁德)이 민심(民心)에 결합(結合)된 지가 이미 오래 되었다면, 천명(天命)을 받은 것은 반드시 인민들의 기대에서 나왔을 것이니 아침이 되기 전에 대의(大義)를 바루어야 될 것입니다. 그러하오나, 상서로운 봉(鳳)이 뭇 새들보다, 신령스런 지초(芝草)가 보통 풀보다 그 남[生]이 반드시 다르게 되니, 성인(聖人)이 일어날 적에 영이(靈異)한 상서(祥瑞)가 먼저 감응(感應)하게 되는 것은 또한 이치의 필연적인 것입니다. 무왕(武王)주(紂)를 정벌할 때에 ‘짐(朕)의 꿈이 짐(朕)의 점[卜]과 합하여 좋은 상서(祥瑞)에 합치되었다.’고 한 말과, 광무제(光武帝)적복부(赤伏符)049) 와 같은 종류가 전책(典冊)에 기재된 것은 속일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 주상 전하께서는 잠저(潛邸)에 계실 때에 꿈에 신인(神人)이 금자[金尺]를 주면서 말하기를, ‘이것을 가지고 국가를 정제(整齊)하십시오.’라 한 것과, 또 어떤 사람이 이상한 글을 얻어 바치면서 말하기를, ‘이것을 숨기고 함부로 남에게 보이지 마십시오.’라고 한 것이 그 후 10여 년 만에 그 말이 과연 맞게 되었으니, 이것은 모두 하늘이 오늘날의 일을 미리 알려 준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넓으신 도량으로 여러 사람의 말을 용납해 받아들여서, 무릇 여항(閭巷) 사이의 미세(微細)한 백성들로서 그 안정된 처소를 얻지 못한 사람이 하나라도 있으면 반드시 이를 알게 되고, 이를 알게 되면 반드시 후하게 구휼(救恤)하여, 오히려 사람들이 말하지 않을까 염려했으니, 언로(言路)를 열어 놓음이 넓었으며, 공신(功臣)을 대우하되 지성으로써 하여, 신서(信書)를 내려 주시고 금석(金石)에 새겼으니, 공신을 보전하심도 지극하였습니다.

고려 왕조의 말기에 정치가 퇴폐(頹廢)하고 법도가 무너져서, 토지 제도[經界]가 바르지 못하여 백성이 그 해를 받게 되고, 예악(禮樂)이 일어나지 않아서 관원이 그 직책을 잃게 되었는데, 전하께서 일체 모두 바로잡아 정하였으므로, 천도(天道)로써는 저와 같았고 인도(人道)로써는 이와 같았으니, 공을 비교하고 덕을 헤아려 보매 더불어 비할 데가 없습니다. 이것을 마땅히 성시(聲詩)로써 전파하고 현가(絃歌)에 올려서 한없는 세상에 전하여,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성덕(聖德)의 만분의 일이라도 알게 해야 될 것입니다. 신이 비록 불민(不敏)하나 성대(盛代)를 만나서 개국 공신(開國功臣)의 말석(末席)에 참여하고, 다행히 문필(文筆)로써 태사(太史)의 직책을 겸무하게 되었으니, 감격하여 뛰고 싶은 마음 견딜 수가 없습니다. 삼가 천명(天命)을 받은 상서(祥瑞)와 정치를 보살핀 아름다운 점을 기록하여 악사(樂詞) 3편을 지어 이를 써서 전문(箋文)에 따라 바치옵니다.

1. 몽금척(夢金尺). 주상 전하께서 잠저(潛邸)에 계실 때에, 꿈에 신인(神人)이 금자[金尺]를 받들고 하늘에서 왔는데, ‘경 시중(慶侍中)050) 은 깨끗한 덕행은 있으나 또한 늙었으며, 최 삼사(崔三司)051) 는 강직한 명성은 있으나 고지식하다.’ 하고는, ‘전하(殿下)는 자질이 문무(文武)를 겸비했으며 덕망도 있고 식견도 있으니, 백성의 희망이 붙게 되었다.’ 하면서, 이에 금자를 주었던 것입니다. 하늘의 살피심이 심히 밝으셔서, 길몽(吉夢)이 금자에 맞으셨습니다. 깨끗한 사람은 늙었고 강직한 사람은 고지식하니, 덕망이 있는 사람에게 이것이 적합하였습니다. 상제(上帝)는 우리의 마음을 헤아려서 국가를 정제(整齊)하게 했으니, 꼭 맞은 그 증험은 천명(天命)을 받은 상서(祥瑞)입니다. 아들에게 전하여 손자에게 미치니, 천억년(千億年)까지 길이 미치겠습니다.

1. 수보록(受寶籙). 주상 전하께서 잠저(潛邸)에 계실 때에, 어떤 사람이 지리산(智異山) 석벽(石壁) 속에서 이상한 글을 얻어 바쳤는데, 뒤에 임신년052) 에 이르러, 그말이 그제야 맞게 되었으므로, 수보록(受寶籙)을 지었습니다. 저 높은 산에는 돌이 산과 가지런했는데, 여기서 이를 얻었으니 실로 이상한 글이었습니다. 용감한 목자(木子)053) 가 기회를 타서 일어났는데, 누가 그를 보좌하겠는가? 주초(走肖)054) 가 그 덕망 있는 사람이며, 비의(非衣)055) 군자(君子)는 금성(金城)에서 왔으며, 삼전 삼읍(三奠三邑)056) 이 도와서 이루었으며, 신도(神都)에 도읍을 정하여 왕위(王位)를 8백 년이나 전한다.’는 것을 우리 임금께서 받았으니, 보록(寶籙)이라 하였습니다.

1. 전하께서 처음 왕위에 오르시매, 상법(常法)을 만들고 기강(紀綱)을 베풀어 백성들과 더불어 혁신(革新)하게 되니 칭송할 만한 것이 많았습니다. 그 큰 것을 들어 말한다면, 언로(言路)를 열고 공신(功臣)을 보전하고, 토지 제도를 바로잡고 예악(禮樂)을 정하였습니다. 궁궐은 엄하여 아홉 겹이나 깊었으며, 만기(萬機)057) 는 하루 동안에도 매우 번잡하온데, 군왕께서는 민정(民情)을 통하게끔 하여, 크게 언로(言路)를 열어 사방의 시청(視聽)을 통하게 하였습니다. 언로(言路)를 열어 놓은 것은 신의 본 바이오니, 우리 임금의 덕은 순제(舜帝)와 같습니다. 성인(聖人)이 천명을 받아 왕위에 오르니, 많은 선비가 다투어 일어나서 구름처럼 따랐습니다. 계책을 부리고 힘을 써서 그 공을 함께 이루었으니, 산하(山河)로써 맹세하여 시종(始終)을 보전했습니다. 공신(功臣)을 보전한 것은 신의 본 바이오니, 우리 임금의 덕은 무궁한 세대(世代)에까지 전하겠습니다. 토지제도가 무너졌는데 오래도록 정리하지 않으니, 강한 사람은 합치고 약한 사람은 줄어들어 기세가 대단했습니다. 우리 임금께서 이를 바로잡은 지 겨우 1주년에 국가의 창고는 꽉차고 백성은 휴식하게 되었습니다. 토지 제도를 바룬 것은 신의 본 바이오니, 임금께서 즐거워하여 천 년까지 누리겠습니다. 정치하는 요령은 예악(禮樂)에 있으니 가까이는 규문(閨門)에서부터 나라에 이르게 됩니다. 우리 임금께서 이를 정하여 법칙을 전하였으니, 질서 정연하게 차례대로 되고 화락(和樂)으로써 기쁘게 되었습니다. 예악(禮樂)을 정한 것은 신의 본 바이오니, 공이 이루어지고 정치가 안정되어 천지(天地)에 필적(匹敵)하겠습니다."

임금이 정도전(鄭道傳)에게 채색 비단을 내려 주고는, 악공(樂工)으로 하여금 이를 익히게 하였다. 도전이 또 그 무공(武功)을 서술하여 악사(樂詞)를 지어 바치었다.

"1. 납씨곡(納氏曲). 납씨(納氏)058) 가 세력이 강함을 믿고 동북방(東北方)에 쳐들어왔습니다. 방종하고 오만하여 힘으로써 자랑하니, 그 기세의 강함을 당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북을 치매 용기가 배나 나는데, 앞장서서 적의 심장부에 부딪쳤습니다. 한 번 쏘아서 편비(褊裨)를 죽였으며, 두 번 쏘아서 괴수에게 미쳤습니다. 상처를 싸매고 미처 구원하지 못하는데 적군을 추격하여 성화(星火)처럼 달려갔습니다. 바람소리는 진실로 두렵지만, 학(鶴)의 울음도 또한 의심할 만했습니다. 피로하여 감히 움직이지 못하니 동북방이 영구히 걱정이 없었습니다. 공을 이룸이 이번 거사(擧事)에 있었으니 이를 천만년(千萬年)에 전하겠습니다. 【위는 납씨(納氏)를 쫓은 공을 말한 것임.】

1. 궁수분곡(窮獸奔曲). 곤궁한 짐승이 위험한 곳으로 달아나는데, 우리 군사가 이를 덮치니, 좌우에서 활짝 갈라졌습니다. 혹은 죽이고 혹은 잡았으며, 혹은 달아나고 혹은 숨었습니다. 죽은 사람은 부스러져 가루가 되고, 산 사람은 넋을 빼앗겼습니다. 하루 아침도 지나지 않았는데, 난을 평정하여 청명(淸明)하여졌습니다. 개가(凱歌)를 부르면서 돌아왔으니, 동방의 백성이 편안하여졌습니다. 【위는 왜구(倭寇)를 물리친 공을 말한 것임.】

1. 정동방곡(靖東方曲). 아아! 동방은 바다 모퉁이에 막혔는데, 저 교동(狡童)059) 이 임금의 자리를 도적질했습니다. 미친 계획을 자행(恣行)하여 군사를 일으켰으니 화(禍)가 극도에 달했는데, 평정할 사람은 누구인가? 하늘이 덕망 있는 사람을 도와 의기(義旗)를 돌이켜서, 죄 있는 자는 내쫓고 반역한 자는 죽였습니다. 황제가 이에 기뻐하여 은혜를 미치게 하여, 군사가 나라로써 우리에게 알게 하였습니다. 백성과 사직(社稷)이 돌아가는 데가 있으니 천만세(千萬世)까지 기한없이 전하겠습니다. 【위는 그 군사를 돌이킨 공을 말한 것임.】 "


  • 【태백산사고본】 2책 4권 2장 B면【국편영인본】 1책 47면
  • 【분류】
    왕실-사급(賜給) / 역사-고사(故事) / 어문학-문학(文學) / 예술-음악(音樂)

  • [註 049]
    적복부(赤伏符) :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가 제위(帝位)에 오를 때에 하늘로부터 내려 받았다는 적색(赤色)의 부절(符節).
  • [註 050]
    경 시중(慶侍中) : 경복흥(慶復興).
  • [註 051]
    최 삼사(崔三司) : 최영(崔瑩).
  • [註 052]
    임신년 : 태조 즉위년.
  • [註 053]
    목자(木子) : 이성계(李成桂).
  • [註 054]
    주초(走肖) : 조준(趙浚).
  • [註 055]
    비의(非衣) : 배극렴(裵克廉).
  • [註 056]
    삼전 삼읍(三奠三邑) : 정도전(鄭道傳).
  • [註 057]
    만기(萬機) : 임금이 보살피는 정무(政務).
  • [註 058]
    납씨(納氏) : 나하추(納哈出).
  • [註 059]
    교동(狡童) : 교활한 아이. 곧 신우(辛禑)를 지칭한 말임.

○己巳/門下侍郞贊成事鄭道傳上箋曰:

臣觀歷代以來, 受命之君, 凡有功德, 必形之樂歌, 以焜燿當時, 而垂示後來, 故曰一代之興, 必有一代之制作。 恭惟主上殿下, 神武資其略, 勇智錫於天, 深仁厚德, 結於民心者, 已久矣, 則受命必出於生人之望, 所以不崇朝而正大義。 然祥鳳之於衆禽, 靈芝之於凡草, 其生必異。 當聖人之作, 靈異之瑞, 所應先感, 亦理之必然者也。 如武王曰: "朕夢協朕卜, 襲于休祥。" 光武赤伏符之類, 載諸典冊, 不可誣也。 我主上殿下, 在潛邸, 夢神人以金尺授之, 若曰: "以此均齊家國。" 又有人得異書以獻之曰: "秘之勿妄示人。" 後十數年, 其言果驗, 是皆天以今日之事, 預告之也。 殿下以寬弘之量, 容受衆言, 凡閭巷之間, 微細之民, 一有不得其所者, 必知之, 知之, 必加優恤, 猶恐人之不言, 開言路也廣矣; 待功臣以誠, 賜以信書, 刊諸金石, 保功臣也至矣。 前朝之季, 政廢法壞, 經界不正, 民受其害, 禮樂不興, 官失其守, 殿下一皆正而定之。 以天道則如彼, 以人道則如此, 較功度德, 無與爲比。 是宜播之聲詩, 被之絃歌, 傳之罔極, 俾聞者知聖德之萬一焉。 臣雖不敏, 遭遇盛代, 得與開國功臣之末, 幸以文筆兼太史之職, 不勝感激踊躍之至, 謹記受命之瑞、爲政之美, 撰樂詞三篇繕寫, 隨箋以獻。 一, 《夢金尺》。 主上殿下在潛邸, 夢見神人, 奉金尺自天而來, 若曰: "慶侍中有淸德, 且髦矣, 崔三司有直名, 然戇也。" 謂殿下資兼文武, 有德有識, 民望屬焉, 乃以金尺授之。 "惟皇鑑之孔明兮, 吉夢協于金尺。 淸者耄矣兮直其戇, 繄有德焉是適。 帝用度吾心兮, 俾均齊于家國。 貞哉厥符兮受命之祥, 傳子及孫兮彌于千億。" 一, 《受寶籙》。 主上殿下在潛邸, 有人得異書於智異山石壁中以獻, 後至壬申歲, 其言乃驗, 作《受寶籙》。 "彼高矣山, 石與山齊。 于以得之, 實維異書。 桓桓木子, 乘時而作。 誰其輔之? 走肖其德。 非衣君子, 來自金城。 三奠三邑, 贊而成之。 奠于神都, 傳祚八百。 我龍受之, 曰維寶籙。" 一, 殿下初卽位, 立經陳紀, 與民更始, 可頌者多矣。 擧其大者, (作)開言路, 保功臣, 正經界, 定禮樂。 "法宮有嚴深九重, 一日萬機紛其叢。 君王要得民情通, 大開言路達四聰。 開言路臣所見, 我后之德與同。 聖人受命乘飛龍, 多士競起如雲從。 騁謀効力咸厥功, 誓以山河保始終。 保功臣臣所見, 我后之德垂無窮。 經界毁矣久不修, 强幷弱削相炰烋。 我后正之期甫周, 倉廩充富民息休。 正經界臣所見, 烝哉樂愷享千秋。 爲政之要在禮樂, 近自閨門達邦國。 我后定之垂典則, 秩然以序和以懌。 定禮樂臣所見, 功成治定配無極。"

上賜道傳綵帛, 令樂工肄習。 道傳又敍其武功, 作樂詞以獻。

一, 《納氏曲》納氏恃雄强, 入寇東北方。 縱傲誇以力, 鋒銳不敢當。 我鼓倍勇氣, 挺身衝心胸。 一射斃偏裨, 再射及魁戎。 裹槍不暇救, 追奔星火馳。 風聲固可畏, 鶴唳亦堪疑。 喙矣莫敢動, 東北永無虞。 功成在此擧, 垂之千萬秋。 【右言其逐納氏之功。】 一, 《窮獸奔曲》。 有窮者獸, 奔于險巇。 我師覆之, 左右離披。 或殲或獲, 或走或匿。 死者粉糜, 生者褫魄。 不崇一朝, 廓爾淸明。 奏凱以旋, 東民以寧。 【右言其敗倭寇之功。】 一, 《靖東方曲》。 繄東方阻海陲, 彼狡童竊天機。 肆狂謀興戎師, 禍之極靖者誰? 天相德回義旗, 罪其黜逆其夷。 皇乃懌覃天施, 軍以國俾我知。 於民社有攸歸, 千萬世傳無期。 【右言其回軍之功。】


  • 【태백산사고본】 2책 4권 2장 B면【국편영인본】 1책 47면
  • 【분류】
    왕실-사급(賜給) / 역사-고사(故事) / 어문학-문학(文學) / 예술-음악(音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