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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실록 3권, 태조 2년 5월 23일 정묘 1번째기사 1393년 명 홍무(洪武) 26년

흠차 내사 황영기 등이 조선의 국왕을 위협하는 조서를 가지고 오다

흠차 내사(欽差內史) 황영기(黃永奇)·최연(崔淵) 등이 황제의 수조(手詔)를 받들고 오니, 임금이 백관(百官)을 거느리고 선의문(宣義門) 밖에서 맞이하여 앞을 인도해서 수창궁(壽昌宮)에 이르러 조서(詔書)를 듣고 예(禮)를 거행하였다.

"1. 지난번에 절동(浙東)·절서(浙西)의 백성 중에서 불량한 무리들이 그대를 위하여 소식을 보고하기에, 이미 수십 집을 죽였소. 그 고려의 산천 귀신이 어찌 그대가 화단(禍端)을 만들어 재앙이 백성에까지 미치게 될 줄을 알지 못하겠는가? 이것이 흔단(釁端)을 일으킨 것의 한 가지요,

1. 사람을 보내어 요동(遼東)에 이르러 포백(布帛)과 금은(金銀)의 종류를 가지고 거짓으로 행례(行禮)함으로써 사유(事由)로 삼았으나, 마음은 우리 변장(邊將)을 꾀는 데 있었으니, 이것이 흔단(釁端)을 일으킨 것의 두 가지요,

1. 요사이 몰래 사람을 보내어 여진(女眞)을 꾀여 가권(家眷) 5백여 명을 거느리고 압록강을 몰래 건넜으니, 죄가 이보다 큰 것이 없었소. 이것이 흔단(釁端)을 일으킨 것의 세 가지요,

1. 입으로는 신하라 일컫고 들어와 조공(朝貢)한다 하면서도, 매양 말을 가져올 때마다 말 기르는 사람[豢馬]으로 하여금 길들여 보게 하니, 말은 모두 느리고, 또한 모두 타서 피로한 것들이니, 업신여김의 한 가지요,

1. 국호(國號)를 고치는 일절(一節)은 사람을 보내어 조지(詔旨)를 청하므로, 그대의 마음대로 하도록 허용했는데, 조선(朝鮮)을 계승하여 그대가 후손이 되게 하였소. 사자(使者)가 이미 돌아간 후에는 오래도록 소식이 없으며, 도리어 흔단(釁端)을 만드니 업신여김의 두 가지이다.

아아! 원(元)나라 말기로부터 중원(中原)026) 이 난리가 나서, 백성들이 병화(兵禍)를 입게 되었소. 영웅이 여러 곳에 웅거하여 전전(轉戰)하면서 살상(殺傷)한 지가 거의 24년이 되었는데, 짐(朕)이 이미 이를 평정하였소. 그러나 중국이 이미 평정되매, 사방의 오랑캐가 변흔(邊釁)을 일으키고 조공(朝貢)하지 않는 것은 장수에게 명하여 정토(征討)하게 한 지가 또한 2년이나 되었소. 만이(蠻夷)가 복종[率服]하고 해외(海外)의 여러 섬나라도 와서 조공(朝貢)하는데, 근래에 나라 안에서 난신 적자(亂臣賊子)가 발생했으므로, 금년 봄에 사로잡아 멸족(滅族)하여 간악한 무리들이 이미 근절되었소. 짐(朕)은 장차 칼날을 변화시켜 농구(農具)를 만들고, 전사(戰士)들을 어루만져 옛날의 노고를 잊게 하며, 칼날에 부상한 사람을 후하게 부양하여 제 집에서 평생을 마치게끔 하고, 여러 장수들에게 가벼운 갖옷을 입고 살진 말을 타도록 하여 사시(四時)의 경치를 구경하면서 태평을 누리게 하려고 하는데, 어찌 그대의 고려에서 속히 병화(兵禍)를 일으키는가? 짐은 또 장차 상제(上帝)에게 밝게 고(告)하고, 장수에게 명해서 동방을 정벌하여 업신여기고 흔단을 일으킨 두 가지 일을 설욕(雪辱)할 것이오. 만약 군사가 삼한(三韓)에 이르지 않더라도 장차 여진의 사람들을 꾀어 전가(全家)를 떠나오게 할 것이니, 이미 간 여진의 모든 사람을 돌려보낸다면 짐의 군사는 국경(國境)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오."

임금이 예(禮)를 마치고 난 후에 내사(內史)에게 전상(殿上)에서 잔치를 베풀었으니, 두 사람은 모두 우리 나라 사람이다.


  • 【태백산사고본】 1책 3권 9장 A면【국편영인본】 1책 43면
  • 【분류】
    외교-명(明) / 무역(貿易)

○丁卯/欽差內史黃永奇崔淵等, 奉帝手詔來, 上率百官, 迎于宣義門外, 前導至壽昌宮, 聽詔行禮。 詔曰:

一, 曩者說兩民中不良者, 爲爾報消息, 已戮數十家矣。 其高麗山川鬼神, 豈不知爾造禍, 殃及於民! 此生釁一也。 一, 遣人至, 將布帛金銀之類, 假以行禮爲由, 意在誘我邊將, 此生釁二也。 一, 近者, 暗遣人說誘女眞, 帶家小五百餘名, 潛渡鴨江, 罪莫大焉。 此生釁三也。 一, 口稱稱臣入貢, 每以馬至, 令豢馬調之, 馬皆駑下, 亦皆乘乏勞倦者, 侮之一也。 一, 更國號一節, 遣人請旨, 許爾自爲, 或祖朝鮮, 爾爲苗裔。 使者旣還, 杳無音信, 反作釁端, 侮之二也。 嗚呼! 自季中原擾攘, 民被兵殃, 英雄遍處, 轉戰殺傷, 幾將二紀, 朕已平之矣。 然中國旣定, 四夷生邊釁及不庭者, 命將討之, 又二紀于玆, 蠻夷率服, 海外諸島來庭。 邇來, 國中或生亂臣賊子, 今年春, 擒捕族誅, 姦黨已絶。 朕將化鋒刃爲農器, 撫戰士以忘昔勞, 厚養金傷者, 欲終于家, 致諸將衣輕裘乘肥馬, 翫四時之景, 以享太平。 乃何爾高麗, 速構兵殃? 朕又將昭告上帝, 命將東討, 以雪侮釁之兩端。 若不必師至三韓, 將誘女眞之人, 全家發來, 幷已往女眞大小送回, 朕師方不入境。

上禮畢, 宴內史于殿上。 內史二人, 皆國人也。


  • 【태백산사고본】 1책 3권 9장 A면【국편영인본】 1책 43면
  • 【분류】
    외교-명(明) / 무역(貿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