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이 명나라에 가지고 간 황제의 덕을 칭송하는 표문
문하 시랑찬성사(門下侍郞贊成事) 정도전(鄭道傳)을 보내어 중국 남경[京師]에 가서 사은(謝恩)하고 말 60필을 바치게 하였다. 그 표문(表文)은 이러하였다.
"배신(陪臣) 조반(趙胖)이 남경에서 돌아와 예부(禮部)의 차자(箚子)를 가지고 와서 삼가 황제의 칙지(勅旨)를 받았는데, 고유(誥諭)하심이 간절하고 지극하셨습니다. 신은 온 나라 신민과 더불어 감격함을 이길 수 없는 것은 황제의 훈계가 친절하고 황제의 은혜가 넓고 깊으시기 때문입니다. 몸을 어루만지면서 감격함을 느끼고 온 나라가 영광스럽게 여깁니다. 가만히 생각하옵건대, 천지의 사이에는 본래부터 패망하고 흥하는 이치가 있는데, 소방(小邦)은 공민왕(恭愍王)이 후사(後嗣)가 없으면서부터 왕씨가 망한 지 이미 오래 되었고, 백성의 재화(災禍)는 날로 증가해 갔습니다. 우(禑)163) 가 이미 요동(遼東)을 공격하는 일에 불화(不和)의 씨를 만들었으며, 요(瑤)164) 도 또한 중국을 침범하는 일에 모의(謀議)를 계속하고 있었는데, 다만 간사한 무리들이 내쫓김을 당한 것은 실로 황제의 덕택이 가해지고, 또한 여러 사람들이 기필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때문이오니, 이것이 어찌 신의 힘이 미친 것이겠습니까? 어찌 성감(聖鑑)께서 사정을 환하게 알아서 천한 사신의 말씀을 듣고 즉시 덕음(德音)165) 이 갑자기 이르게 될 줄을 생각했겠습니까? 마음속에 새겨서 은혜를 잊지 않겠으며, 쇄골분신(碎骨粉身)이 되어도 보답하기가 어렵겠습니다. 이것은 삼가 황제 폐하께서 구중궁궐(九重宮闕)에서 천하를 다스리고 있으시면서도 만리 밖을 밝게 보시고, 《주역(周易)》의 먼 지방을 포용하는 도리를 본받고, 《예경(禮經)》의 먼 나라 사람을 회유(懷柔)하는 인덕(仁德)을 미루어, 마침내 자질구레한 자질로 하여금 봉강(封疆)을 지키는 데 조심하게 하시니, 신은 삼가 시종을 한결같이 하여, 더욱 성상을 섬기는 성심을 다하여 억만년(億萬年)이 되어도 항상 조공(朝貢)하고 축복하는 정성을 바치겠습니다."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10장 A면【국편영인본】 1책 33면
- 【분류】외교-명(明) / 어문학-문학(文學)
- [註 163]
○遣門下侍郞贊成事鄭道傳, 赴京謝恩, 獻馬六十匹。 表曰:
陪臣趙胖回自京師, 齎奉到禮部箚付。 欽奉聖旨, 誥諭切至, 臣與一國臣民不勝感激者。 聖訓丁寧, 睿恩汪濊, 撫躬知感, 擧國與榮。 竊惟覆載之間, 固有廢興之理。 小邦自恭愍王無嗣, 王氏之亡已久, 生民之禍日增。 禑旣構釁於攻遼, 瑤亦踵謀於猾夏。 惟孼黨之見黜, 實聖德之所加, 亦由衆心之難期, 斯豈臣力之可及, 何圖宸鑑灼知事情? 當賤介之言旋, 荷德音之忽至。 佩服無已, 糜粉難酬。 玆蓋伏遇皇帝陛下端拱九重, 明見萬里, 體《羲易》包荒之道, 推《禮經》柔遠之仁, 遂令瑣末之資, 以愼封疆之守。 臣謹當終始惟一, 益殫事上之誠, 億萬斯年, 恒貢祝釐之懇。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10장 A면【국편영인본】 1책 33면
- 【분류】외교-명(明) / 어문학-문학(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