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신일이므로 사형과 유형 이하의 죄인을 사면하고, 4가지 사항을 도당에 하교하다
임금이 탄생일이므로 여러 신하들의 조하(朝賀)를 받고 사형(死刑)과 유형(流刑) 이하의 죄를 사면(赦免)하였다. 네 가지 일을 도평의사사에 하교(下敎)하였다.
"1. 사람은 하늘과 땅이 만물을 생장시키는 마음을 얻어서 나는 까닭으로, 마땅히 하늘과 땅이 만물을 생장시키는 마음에 따라서 백성을 측은히 여기는 마음으로 백성을 측은히 여기는 정사를 시행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한(漢)나라 고조(高祖)가 혁명(革命)하여 공신을 봉하는 날에 옹치(雍齒)150) 도 봉하게 되어 여러 사람의 의심이 풀리고 한(漢)나라의 기틀이 안정되었으니, 내가 진실로 본받고자 한다. 폄직(貶職)된 고려 왕조의 신하들이 어찌 모두가 사면(赦免)하지 못할 죄이겠는가? 지금 죄가 중한 사람은 외방(外方)에 종편(從便)151) 하여 안치(安置)하고, 죄가 경한 사람은 경외(京外)에 종편(從便)하여 원통하고 억울함을 풀어주고자 하니, 그 고려 왕조의 종실 이외 사람을 분간(分揀)하여 아뢰도록 할 것이다.
1. 안으로는 도당(都堂)·대성(臺省)과 밖으로는 절제사·안렴사에서 주·현의 관원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자애(慈愛)로 백성들을 무육(撫育)하기를 힘써야 할 것이니, 이것이 곧 인정(仁政)이다. 초창기에 법제가 갖추어지지 못한 시기를 당하여 어찌 갑자기 말무(末務)152) 로써 능히 풍속을 바로잡겠는가? 또한 예전의 나쁜 풍속을 고쳐 스스로 새롭게 하는 시기를 당하여 어찌 이미 지나간 일을 책잡을 수 있겠는가? 공자는 말하기를, ‘전에 한 나쁜 짓을 생각하지 않으므로 원망이 적어졌다.’고 하였고, 또 말하기를, ‘물이 스며들듯 점차로 행하는 참소와 때가 끼듯 서서히 헐뜯는 하소연을 시행하지 않으면 명철(明哲)하다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지금부터 현신(見身)153) 하여 고소하거나 소장(疏章)을 내더라도 명백한 증거가 있는 것과 모반(謀反)·대역(大逆)은 즉시 당연히 수리(受理)해야 되겠지마는, 풍문(風聞)으로 고알(告訐)154) 하는 것은 곧 풍속을 무너뜨리고 교화(敎化)를 어지럽게 하는 근원이 되므로 마땅히 수리(受理)해서는 안 될 것이니, 이를 어긴 사람은 징계할 것이다. 안으로는 종실(宗室)의 자제(子弟)와 밖으로는 대소 신료(大小臣僚)에서 사·서인(士庶人)에 이르기까지 만약 범하는 자가 있으면 마땅히 엄격하게 징벌하고, 단연코 용서하지 말아야 될 것이다.
1. 환과 고독(鰥寡孤獨)은 옛날 선대의 현철한 군주가 인정(仁政)을 먼저 베푼 바인데, 무릇 역사(役使)를 일으키는 일이 있으면 방리(坊里)에서 먼저 이 무리들에게 미치게 하니, 내가 심히 민망히 여긴다. 모름지기 면제해야 될 것이니, 역사를 감독하는 사람이 만약 나의 뜻을 본받지 않음이 있으면 맡은 관원은 이를 규찰(糾察)하여 다스릴 것이다.
1.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죄가 의심나는 것은 경한 데로 따른다.’고 하였고, 또 이르기를, ‘죄는 처자에게 미치게 하지 않는다.’고 하였으니, 무진년 정월부터 고려 왕조의 말기에 이르기까지 주살(誅殺)당한 사람들의 속공 노비(屬公奴婢)155) 나 가사 노비(家舍奴婢)156) 는 의당 처자들에게 돌려주어 여생(餘生)을 보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니, 마땅히 죄상의 경중(輕重)을 분간하여 아뢸 것이다."
이날 시좌궁(時坐宮)으로 돌아와 중 2백 명을 궁중에서 공양(供養)하고, 왕사(王師) 자초(自超)157) 를 청하여 선(禪)을 설법(說法)하게 하였는데, 현비(顯妃)158) 가 뒤에서 발을 드리우고 이를 들었다. 자초(自超)가 능히 종지(宗旨)를 해설하지 못하니, 중들 가운데 탄식하는 사람이 있었다.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8장 B면【국편영인본】 1책 33면
- 【분류】왕실(王室) / 사상(思想) / 사법(司法) / 구휼(救恤) / 역사(歷史) / 정론(政論) / 변란(變亂)
- [註 150]옹치(雍齒) : 한 고조(漢高祖)가 미워하던 장수. 고조(高祖)가 계략을 써서 먼저 미워하는 옹치(雍齒)를 봉후(封侯)하여 여러 장수들의 마음을 진무(鎭撫)하였음.
- [註 151]
종편(從便) : 귀양간 사람을 풀어주어 서울 밖의 어느 곳에서든지 편리한 데서 살게 하던 일.- [註 152]
말무(末務) : 관리가 직무상 보는 하찮은 사무.- [註 153]
현신(見身) : 원고가 직접 출두하는 것.- [註 154]
고알(告訐) : 남의 나쁜 일을 들추어 고발함.- [註 155]
속공 노비(屬公奴婢) : 관가에 속하게 된 노비. 곧 공천(公賤).- [註 156]
가사 노비(家舍奴婢) : 개인 집에 속하게 된 노비. 곧 사천.- [註 157]
자초(自超) : 무학 대사(無學大師).- [註 158]
현비(顯妃) : 신덕 왕후(神德王后) 강씨(康氏).○己未/上誕日, 受群臣朝賀, 宥二罪以下。 以四事下敎都評議使司:
一, 人得天地生物之心以生, 故當順天地生物之心, 以不忍人之心, 行不忍人之政可也。 漢祖革命封功之日, 雍齒得封, 諸疑皆釋, 漢祚以定, 予實慕焉。 所貶前朝之臣, 豈皆不赦之罪? 今欲重者外方從便安置, 輕者京外從便, 以伸冤抑。 其前朝宗室外, 分揀以聞。 一, 內而都堂臺省, 外而節制按廉, 至於州縣官, 一以慈愛撫民爲務, 卽仁政也。 當草創法制未備之時, 豈可遽以末務, 能正風俗哉? 又當舊染自新之日, 安可追咎旣往之事? 孔子曰: "不念舊惡, 怨是用希." 又曰: "浸潤之譖, 膚受之訴, 不行焉, 可謂明也已矣。" 自今見身告狀, 而有明證及謀叛大逆, 卽當受理。 風聞告訐, 乃敗俗亂化之源, 不宜受理, 違者懲戒。 內而宗室子弟, 外而大小臣僚至於士庶人, 如有所犯, 自當痛懲, 斷不原宥。 一, 鰥寡孤獨, 古先哲王, 仁政所先。 凡有興作役使, 坊里先及此輩, 予甚憫焉。 須令蠲免。 督役者如有不體予意, 所司糾理。 一, 《書》曰: "罪疑惟輕。" 又曰: "罪不及妻孥。" 自戊辰正月至于前朝末代, 被誅人員屬公家舍奴婢, 宜當還給妻孥, 以保餘生。 宜分揀罪狀輕重以聞。
是日還時坐宮, 飯僧二百於宮中。 請王師自超說禪, 顯妃垂簾於後聽之。 自超未能解說宗旨, 僧徒有嘆者。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8장 B면【국편영인본】 1책 33면
- 【분류】왕실(王室) / 사상(思想) / 사법(司法) / 구휼(救恤) / 역사(歷史) / 정론(政論) / 변란(變亂)
- [註 151]